지금 당장 읽고 싶은 철학의 명저
하세가와 히로시 지음, 조영렬 옮김 / 교유서가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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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누군가의 처음을 지켜보는 일은 대단히 흥미로운 일이다. 게다가 그 시작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은 더욱 감격스러운 일일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출판사의 첫 번째 책을 만났다. 마침 근래 들어 무척이나 갈증을 느꼈던 내용을 담고 있었다.

02 언젠가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곽정은 기자님이 이런 말을 했었다. "철학이란 본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인데, 우리나라의 철학 교육은 너무 어렵고 고루해 생각하고 싶은 힘을 오히려 위축시킨다고. 그래서 요즘은 스스로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그런 책이 진짜 철학서라고 생각한다"고.

03 이 말을 듣는 순간 정말이지 달려나가서 손을 잡고 격하게 흔들며 "맞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며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이번엔 "철학"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진짜 철학서"를 만났다. 책에서 다룬 세 번째 챕터의 주인공 데카르트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우리는 이것을 철학의 근간이자 전부로 여겨야 할 것이다.


04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집단, 다양한 행동, 다양한 사건, 다양한 습관으로 들어찼지만, '이것이야말로 확실하고 진정한 것'이라 이를 만한 것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경험이 넓어지고 깊에짐에 따라 도리어 모든 것이 수상쩍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48쪽)

05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있고, 누군가는 의욕을 잃은 채 모든 것에 염증을 느끼기도 한다. 살아온 세상이 다르기에 사고의 근간부터 다른 사람들은 별개이지만, 서로가 저마다 사는 모습이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들끼리는 왜 이렇게까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첨예하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걸까? 지난 한 달에 가까운 시간 동안 내내 떠올렸던 물음이다.

06 이 독서를 통해 어떤 명확한 정답이나 해결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고민의 깊이는 좀 더 짙어졌고 그 범위도 더 넓어졌을 것이다. 다만 그것에 대해 결코 나쁘다고 여기지 않았다.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데카르트는 누구에게나 양서, 이성은 평등하게 주어졌다 말했지만, 적어도 내가 겪은 이 사회에서는 아닐 말이었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그것이 평등하지 않다면, 누구보다 더 많이 갖춰야 할 이들이 누구보다 적게 갖춘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오늘의 비극은 이런 철학의 부재가 초래한 현실의 비참한 말로가 아닐까.
 


07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분노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이제껏 나는 철학과는 참 거리가 먼, 그것을 지독히 "고루하고, 난해한 학문"이라고 여겼던 사람이지만, 이 책은 철학의 근간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감상을 덧붙이며 읽는 이에게 "이제 네가 생각할 차례"라는 것을 일러준다. 덕분에 철학에 전보다 더 가까워졌다고 느꼈고, 고마웠다.  

08 나는 책에서 만난 무수한 형태의 사람들 중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여정에 대해 내가 마주할 고민들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지나온 경험과 이번 독서를 통해 '어떤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 내리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렇게는 살지 말아야'한다는 교훈은 분명하게 얻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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