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댕이는 10년차 1
다드래기 지음 / 애니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01 옛말에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오늘엔 강산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뒤바뀌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또 이어서 떠올린 옛말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 속을 십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묵묵히 지킨 만남이 있다.

02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었다. 연휴니까 가볍게 만화책이나 봐야지, 하고 집어왔다가 큰코다쳤다. 처음에 휙휙 넘기던 책장은 어느덧 느려졌고. 그 느린 손이 넘어갈 때마다 웃고, 코끝 찡해지고, 울고, 화나고, 또다시 웃기를 반복했다. 책 속에 내가 있었다.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내 친구들의,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가 있었다. 여기저기 권하고 싶은 책을 만나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푹 쉴 수 있어 좋았고, 이 책을 만나서 더 좋았던 연휴였다.


03 이전까지는 리뷰가 쓰고 싶어지는 책의 기준이 참 다양했다. 그래서 리뷰에 싣는 감상도 여러 가지로 중구난방이었다. 행복한 사람은 글을 쓰지 못 한다고 어떤 유명인이 말했다던가?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독서가 200자 이상의 리뷰로 이어지는 숫자가 현저히 줄었지만, 이따금 "리뷰로 꼭 남기고 싶은" 책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단 하나로 수렴되었다. "그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 "그와 감상을 나누고 싶은 책"으로.

04 우리에게 십 년 이란 세월은 아직도 막연하기만 해서 미니시리즈 드라마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자막 메시지 같은 느낌이지만. 어느 날 문득 그 시간을 뒤로 두고 돌이켰을 때, 우리의 이름 앞에 "신뢰"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어 있길 바라고 있다. 달댕 커플의 10년에 견주어도 부끄럽지 않을 날들. 우리는 책을 보고 이야기했다. "그럼 너 서른여덟이야?", "쳇! 오빠는 마흔 둘이시거든요~" 하고.  

05 설사 우리의 미래가 핑크빛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서로의 인생에 있었다는 걸 남기고 싶었다. 사랑했다는 기록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본문 중)

06 그래서 생각한다. 지금은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지만, 혹시라도 10년 후에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이거나. 혹은 다시 혼자로 돌아가 남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여도. 나는 지금의 이 기록을 절대 부끄럽게 여지기 않겠노라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다고.  

07 책을 보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것은 "그"였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야기 속에는 그 외에도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우리"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이런 책을 긴긴 연휴의 시작에 만난 덕분에 지나온 내 일상과 맞이할 휴식에 감사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갈 생활이 있다는 것도. 내가 조금 부족하고 못나질 때도 언제나 내 일부가 아닌 전체를 보며 곁을 지켜줄 존재들이 있다는 것에도 감사할 수 있었다. 처음엔 "좋은" 책이었는데, 쓰고 보니 "감사할" 책이 되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 


(빵 터짐 하나, 우리도 십 년을 만나면 이럴까? 싶다. 아직은 여전히 못 만져서 안달인 1.2년차 커플)

(빵 터짐 둘, 말이 필요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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