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왜 부조리한가 - 경제학.철학.통계학.정치학으로 풀어낸 법의 모순
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금태섭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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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 이맘때부터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문제다 '부조리'. 근데 그 대부분이 '법'과 관련된 사례였는데, 어쩜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나를 위한 책이 나와주셨다. 책 제목을 보고 제일 먼저 떠올린 것은 성범죄에 대한 처벌수위. 아마도 여자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부조리의 극치. 도덕과 상식의 부재가 이룬 오늘날의 현실.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 이 모든 것에 대한 방향 제시가 필요했고 그래서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는 아무래도 마이클 샌델의 전작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학창 시절 사회탐구 과목인 정치와 법과 사회에서 배웠던 기본 지식도 오랜만에 끄집어내야 했고, 언뜻 봐서는 "왜?"라고 묻겠지만 팀 하포드의 <경제학 콘서트>도 자꾸만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양식의 책은 더러 있었는데, 아마도 마이클 샌델의 히트 이후로 유독 많이 쓰이고, 출간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 너는 어떻게 생각해? A는 이렇고 B는 이런 거야. A는 이런 문제가 있는데 B는 이런 문제가 있어." "정말? 그래? 아 말해주지 않았는데 사실 이런 것도 있어. 그래도 여전히 같은 생각이니?"라고 묻는 것만 같은 책들. 결국, 독자는 읽는 내내 나에 대한 회의로 고민의 나락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하는 책들 말이다. (신념이나 가치관이 확고한 사람이라면 논외겠지만)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도덕과 상식이 결핍된 세상이라고. 그것은 결국 철학의 부재에서 비롯되는데, 정말 신기한 건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있으면서, 크게 나아지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사회의 정치 판도는 그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그릇을 대변하는 척도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나는 이 현상과 명제를 떠올릴 때마다 심한 울증을 느끼곤 한다. 상투적인 말로 '단군 이래 최대의~' 하며, 말하는 내용들이 언제나 부정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법은  부조리한가'에 대한 내용이다. '아, 짜증나!'를 '아! 그런 거였어??(버럭)'로 바꿔주긴 하지만 '그래서(그리고 그다음은?)'에 대한 것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제 그 Why를 알았으니 달라질 수 있을까? 목적에 대한 해명이 먼저일까 신념을 위한 비전이 먼저일까를 놓고 고민하는 것은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인지 따지는 것 만큼 난해한 갈림길에 남겨진다. 

결국은 누군가가 먼저 하나를 제시했다면, 남은 것들을 제시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남으로써 그렇게 사회를 변화시켜야 하리란 생각을 했다. 이제 '왜'가 나왔으니 다음은 어떻게 그다음은 무엇을 이런 식으로 말이다. 적어도 이 책은 그런 발판을 마련해 주는데 있어서는 충분한 의미부여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이 책에 의함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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