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 3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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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가인 코다마 유키의 작품 중 먼저 봤던 단편집 리뷰(링크)에서도 쓴 바 있지만, 이 사람의 만화는 학창시절 수업 시간 내내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서랍 안쪽이나 교과서 뒤에 숨겨둔채 읽던 대여점의 숱한 순정만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가장 보편적인 일본 만화의 감수성이자, 미묘하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그런 느낌이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일본 만화에서 시골이 배경으로 묘사되어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 우리나라 지방 어딘가의 사투리를 구사하는 걸몹시 싫어한다. 이름은 츠바키, 나나코 등인데 왜 말투는 ~했어예, 로 끝나는지 정말 오글거려 미칠 지경이다. 

일본의 방언이야 원서에서는 저 마다의 표기법으로 어련히 알아서 잘 나타내겠고, 그게 우리나라 판으로 들어오면서 달리 어쩔 수 없는 방법으로(그렇다고 주인공 이름을 민호, 영희 등으로 바꿀 순 없으니) 그리 했다고는 하지만… 그게 영 아무리 봐도 탐탁치 않기 때문이다. 근데, 사실상 이 만화가 처음으로 그런 위화감을 깨끗이 씻어주었다. 도대체 왜 센타로와 리츠코는 우리식의 방언을 써도 정말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걸까. 대체 왜 귀엽기까지 한걸까…


도시에서 전학온 샌님(도련님)의 고군분투 시골 적응기, 그 속에서 만나는 새로운 우정과 음악(재즈)라는 소재를 통해 어우러지는 애틋한 사연들까지. 복잡하게 얽히는 다각관계의 러브스토리가 나와도, 어디선가 정말 많이 본 듯한 식상한 메인 소재여도, 이 만화는 괜시리 애정이가고 '뭔가 다르다'고 자꾸만 말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밀린 포풍 과제를 처치하는 중간에도 1권을 집어들어 졸린 눈으로 새벽이 까무룩 깊어지도록 3권까지 대사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은 채 열심히 읽어 내려갈 수 있었던 것일테다. 

리츠코는 여자라서 관심 없고(... ) 귀여운 두 소년 주인공 센타로와 카오루, 누나가 진심으로 너희들의 사랑을 응원한다. 아, 시기가 90년대 중후반이랬나? 어쨌든 지금은 꼬꼬마 학생이니 내가 누나다(... ) 그 시절이라 더없이 수줍기만 한, 하지만 그래서 그 누구보다 애절하고 절절 끓는 그 사랑이 모두에게 해피 엔딩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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