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단식 - 머리를 쓰지 않고 발로 뛰지 않는 IT 중독을 벗어나라
엔도 이사오 & 야마모토 다카아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손을 따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고 장 촉진 주사를 맞아도 별다른 효과가 없을 만큼 단단히 체했을 때 나는 꼬박 만 하루를 굶는다. 몸속에 나쁘게 쌓인 음식물들을 완전히 소화해 체내에서 제거하는 것 외엔 체기를 없애는 방법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체기는 단순히 식생활에서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저자가 현대인의 IT 중독 위험성과 그 해결요인을 다룬 이 책에서 제목을 <디지털 단식>이라고 정한 것에는 그런 현상을 크게 반영한 탓일 것이다. 무엇이든 과했다면 잠시 멈춰 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음식이든 현대 문명의 편의든…….


저자가 일본의 석학인 탓에, 이 책은 일본에서의 직장인들이 알게 모르게 겪는 IT 중독의 심각성과 그로 말미암은 문제점을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 초반에는 가상의 인물을 필두로 적은 예제가 많이 나오는데, 내가 보기엔 단순한 근무태만의 문제가 아닌가 싶어 (혹은 일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 약간은 갸우뚱했다. 

아직 내가 제대로 겪어보지 않은 사회생활의 한 단면이기에 '사회란 곳은 다들 저런 식인가?' 싶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고, 이 문제는 비단 단순히 IT의 발달 때문인 '너무 많은 수단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속한 세상의 문제이고 나 또한 뭔가 '많이 달라졌다'고 느끼는 주제인 만큼, 구성원 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에 있어서는 대부분 내용에 적극 공감하며 책을 읽었다. 하지만 과거의 미덕 중 하나였던 '평생직장'은 이제 너무나 빛바랜 가치가 되어버렸고, 현대인들의 직장 생활은 '자아실현'이나 '가치 발견'과는 별개로 그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돈을 버는 곳'으로 전락해버린 이 사회에서, 업무에 대한 비효율을 단순히 IT 문명의 발달과 그 중독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좀 경솔한 문제라고 느껴졌다.

이번 <디지털 단식>은 덕분에 책이 말하고자 했던 표면적인 설명과는 조금 멀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나만 해도 시험공부를 하다말고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는 순간부터 잠깐 자료를 찾기 위해 켜둔 인터넷에서 깜빡 정신을 놓다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특히 더더욱 주의 깊게 살펴야 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발달'이 꼭 '발전'으로 이어짐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런 책들을 통해 꼭 한번씩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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