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 카브레 - 자동인형을 깨워라!
브라이언 셀즈닉 글.그림, 이은정 옮김 / 뜰boo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이렇게 두꺼운 책을 반나절만에 봤다. 물론 삽화도 많고, 중간중간 여백도 넉넉했지만 '지구력/집중력' 이란 단어는 늘 '결핍'과 함께 따라다니는 나에게 있어선 정말 획기적인 사건 이었다. 처음, 책을 받아들고는 엄두가 안나 도입부와 전체 스토리만 간략하게 파악하고 한참을 그대로 두었다. 그러던 중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3D로 서울 곳곳에서 상영 중이란 소식에 어렵게 표를 구해 한 번의 약속 파토와 한 번의 미룸을 끝으로 드디어 어제, 그 영화까지 마저 정복했다. 영화를 보고 와서는 더이상 미룰 수 없어 오늘 오후를 꼬박 들여 책까지 마저 모두 읽어버렸다.


재밌는 경험이었다. 대개 영상 작품을 먼저 접해 책을 집어든다 해도, 이렇게 하루를 앞뒤로 단박에 모두 다 봐버리는 경험은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 영화도 이제껏 몇 번 본적 없는 3D 영화 중 단연 최고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작품 이었고, 책에 비해 생략/수정 된 부분 때문에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후반부에 들어서 볼 수 있었던 사건 전개와 원작에서 저자가 등장시키고 싶어 책을 구상하게 된 (어쩌면 소년 카브레보다 진짜 주인공일지 모를) '조르주 멜리에스'의 비밀이 밝혀져가는 부분부턴 더없이 나를 흥분시켰다. 아마 앞자리에 어린 아이 둘을 데려와 쉴 새 없이 산만하게 굴던 아줌마만 아니었음 더없이 감격스런 극장 나들이였을 것이다. 


영화도 충분히 매력 있었지만, 결국 이야기의 전말을 다 알아버린 이후에 본 책(원작)에는 당연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묘사와 인과관계의 디테일을 따라오려면, 영상 매체에서 보여주기엔 시/공간적 제약이 너무도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매력적인 삽화들과 최대한 원작에 충실하려고 했던 영화 제작팀에게는 너무나 감사하고 있다. 더불어, 카브레의 아빠가 참 멋있어서 '주드로 닮은 멋진 아빠 짜응' 하며 나왔는데, 집에서 검색해보니 진짜 주드로였던 사실에 빵 터졌고 (ㅋㅋㅋ) 그 외에 주조연 배우들도 모두 큰 작품들에 한두번씩은 나왔던 배우들이라 앞으로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기대되는 즐거운 경험 이었다. 토요일은 바쁘게 일정을 소화하고, 일요일은 집에 느긋하게 누워 책을 읽으며 휴식을 취했다. 이토록 즐거웠던 휴일이 완벽하게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소설 <위고 카브레>와 영화 <휴고> 덕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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