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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가면의 제국 - 오리엔탈리즘, 서구 중심의 역사를 넘어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지난 학기 '서양각국사' 라는 과목의 학기 과제로 읽기 시작해서, 후반부 100쪽 정도를 종강 이후에 어렵게 마무리 지은 책이었다. 타임라인에서 심심치 않게 보이던 '박노자'라는 인물에 대한 언급으로 '러시아에서 살아봤다'는 표현 하나 때문에 막연하게 일제 말기쯤 태어난 엘리트 집안의 여성 진보 운동가(& 학자, 근데 이런 사람이 있나?)라고 생각했던 터라 생각보다 젊고, 게다가 귀화 외국인에, 우리보다 우리나라를 더 잘 아는 진짜 별난 사람이라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다.
저자 소개 항목에 '춘향의 나라'에 대한 동경을 갖고 한국에 관심을 가졌다는 대목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하필이면 그 유명한 박노자씨의 책 중 첫 선택을 <하얀 가면의 제국>으로 한 것이 참 다행이라고 여겼던 부분이기도 했다. 어떤 특정한 시각의 치우침 보다는 '두루 다 비판하여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하는 것' (물론 박노자씨 성향 자체가 치우침이 없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책에 등장하는 나라들은 한번씩 다 살뜰하게 까발림(?) 당하고 비평의 대상이 되었다는 맥락에서)이 참 좋았다.
책을 마무리 할 때 쯤, <미션 임파서블 4>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 크렘린 궁. 사진은 궁에 있는 바실리카 성당.
왠지 모르게 게임 속 한 장면이 연상된다 했더니, 테트리스의 배경 화면으로 사용된 실제 모델이라고 한다.
책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된 것은 우리가 상대를 아주 다른 존재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사실 그 모든 것들이 '세계사적 보편성'아래 많은 닮음과 반복을 바탕으로 연결된 유기체라는 사실 이었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느 시대의 일들이, 몇 세기를 돌아 또 다른 대륙에서 소재만 조금 바뀐 양상으로 또 다시 재현되고 하는 것 등등. 그리고 '너와 나는 다르다' 라고 하는 것 부터가 사실은 상대를 '타자'화 하는 각양각색의 '가면'을 쓰는 행위의 시작이라는 것 또한 말이다.
이 책이 비록 2003년 이라크 전쟁 전후로 쓰여진 글들을 모았다고는 해도, 최근에 선물받은 <달러제국의 몰락>과 어느정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었으며, 앞서 이 책을 읽게 된 계기였던 '서양각국사'라는 전공 과목 시간에 알게 된 에드워드 사이드와 <오리엔탈리즘> 이라는 책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해 주어 여러모로 요긴한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어떤 것에 대해 말하려거든, 우선 그것을 자세히 알고 난 후에 시작해야 한다-는 다짐을 더욱 확고하게 갖게 해 준 책이기도 했다. 막연하게 '그건 이러이러하니까 그럴거야'라고 속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에 대한 인지. 그리고 결국은 모든 것이 다 사람사는 이야기며, 사람이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것들 까지. 지나온 2년 하고도 조금 더 되는 시간동안 트위터에서 스쳐지나가듯 봐 온 모든 것들이 불쑥 불쑥 떠오르며, 이 사람 '박노자' 라는 인물에 대해 한 번 제대로 살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직은 나 역시 그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만큼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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