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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시간 1~3 세트 - 전3권 - 여름방학편
노란구미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연말을 즐기며 천천히 보겠다던 나머지 두 권도 결국 주말에 다 읽어버렸다. 한 번 펼치면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내용은 아니었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1권 리뷰) 결코, 주인공 남정네들이 훈훈해서 그런게 아니란 말이다!;;;
앞 선 리뷰에서도 썼듯이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두려움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길'에 대한 끝없는 고민 등 딱 지금의 내가 봤어야 할 시기의 내용 (게다가 달달한 연애직전의 이야기) 이라서 대사 하나하나에, 상황과 표현 모두에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책장을 넘겼다.
책이라는게, 필력이나 소재 글을 풀어내는 솜씨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두루 중요한 컨텐츠지만 무엇보다도 읽는 사람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후한 평가를 줄 수 있다. 그리고 그것에는 그 책을 읽는 시기나, 독자의 성격, 상황, 태도 등등 여러가지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들이 반영되는데, 내가 이 책을 지금 이 순간에 집어든 것은 조금 오바를 더해서 '운명' 이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한달쯤 전, 책을 집에 들여온 그 순간에도 조급함을 느끼지 못했고, 얼마 후 만난 친구의 추천사를 듣고도 큰 감흥이 없다가 바로 지금 이 순간 하필이면 지난주에 왠지 모르게 손을 뻗어 펼치게 되었으니 말이다.
2년만에 설렘보다 더 큰 두려움을 안고 복학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1년을 후다닥 흘려보내고, 이제 방학을 맞은지 딱 열흘쯤 지났다. 그런데 고작 2주도 안 된 그 전까지의 일들이 너무 아득해서 마치 '내가 어린시절엔 말야…' 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된 기분으로 기억을 더듬거리고 있는 중에, 그 아련한 마음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학교와 학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딱히 그 고민의 방향이나 해답이 뚜렷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재학 3년, 휴학 3년의 길다면 긴 시간을 좀 흐리멍텅하게 살다가 이틀간 서너시간에 걸쳐 읽은 만화책 3권에 의해 아주 오랜만에 진지하게 지나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의 남은 1년여)을 곱씹게 된 것이었다. 앞으로 내 방향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책 속 주인공들 -성훈, 히나, 준호-은 또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그 누구도 모를 일이다. 그치만, 지금 내가 하는 고민들이 너무 헛된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막연하게 심어준 것 같아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같이 성장해 가고픈'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라서 덕분에 즐겁고 이전보다 조금은 더 충족된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