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규현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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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설 원작을 이미 접한 작품에 대해서는 아무리 대단한 캐스팅과 제작 군단으로 홍보를 하더라도,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어진 아류작은 잘 보지 않는 편이다. 이 경우 소설이기에 가능한 무궁무진한 상상이나 묘사들이 비용, 공간, 시간 등의 여러 가지 제약 조건에 의해 방해받고 제대로 다 표현되지 못한 아쉬움만을 안고 돌아올 가능성이 매우 크며, 또 감독 특유의 가치관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들이 원작의 매력을 반감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론 너무 유명하고 흥미로운 고전이지만 내가 이제까지 원작 소설로 접하지 못한 (심지어 어린시절 쉽게 볼 수 있었던 동화 명작 전집이나 EBS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도) 삼총사를 이번에 3D 영화로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했다.
 





앞에서도 간략하게 밝힌 바 있지만, 이번에 폴 W.S. 앤더슨 감독의 손끝에서 제작된 영화 삼총사 3D는 원작의 방대함과 버라이어티함에 비해 전체 스토리라인은 축소되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특히 강조된, 말하지만 ‘삼총사 특별 에디션’ 같은 이야기였다. 원조 악역인 밀라디는 협소해진 스토리 안에서 유사 캐릭터가 발휘할 수 있는 정말 최소한의 매력만을 보여줬을 뿐이고,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변형된 기타 인물들 (버킹엄 같은)은 변형의 존재감마저 미미할 정도로 과하게 기술 효과나 특수 영상 기술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독일 뮌헨의 레지덴츠 궁전과 정원, 독일 남부 지역의 고성 등을 배경으로 사용했고, 그만큼 정교하게 만들어 구현한 세트와 크리스찬 디오르의 디자인을 혼합해 만들었다는 400여벌의 고전 의상들까지 더한 화려한 영상미를 구축해 앞에서의 제시된 연출적 아쉬움들을 다소 달래준다.  







물론 이 덕분에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화려한 영상미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그 어떤 헐리웃 작품보다 대단하고 매혹적이었으나, 이토록 훌륭한 원작을 가지고 ‘이 정도로만’ 만족했다는 것은, 감독이 원작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낮은 편이거나 원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을 정도였다.










‘총사’라는 단어는 프랑스의 소설가 뒤마가 지은 장편의 역사 소설 삼총사에서 유래된 말로, 루이 13세 때를 배경으로 검객 달타냥과 근위병 삼총사인 아토스, 포르토스, 아라미스가 리슐리외 추기경의 음모에 대항하여 왕비를 구하는 무용담이다. 삼총사의 영어표기는 the three Musketeers인데, Musketteer는 ‘머스킷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로, 이것을 국내에서 한문으로 차용하여 표기한 것이 총사(銃士)가 된 것이다. 물론 이 표현은 삼총사가 동양권에 번역되기 전에는 없던 단어였으며 소설을 통해 새롭게 의미가 부여된 단어이다.








더불어,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부르봉 왕가는 시조인 앙리 4세에서, 중간 20여년의 단절기를 제외하고도 알폰소 13세에 까지 약 250년간 존속되었던 프랑스의 왕조이다. 원작 『삼총사』는 앙리 4세의 장남 루이 13세에서 기작하여, 그의 아들인 루이 14세(태양왕)의 젊은 시절에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즉 중세의 찬란했던 한 왕조가 시작되어 부흥기에 이르기까지, 그만큼 화려했던 젊음들이 뜨겁게 활약하는 작품이 바로 『삼총사』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 삼총사를 원작 소설과는 별개로, 그저 그것을 하나의 모티브로만 삼은 재미있는 헐리웃 판타지로 이해하기로 했다. 원작을 읽기 전의 나는 영화가 추구하고자 했던 포인트에서 만큼은 그것 자체를 아주 즐겁게 감상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간적 여유가 됐다면 영화보다 원작과는 더 많이 비슷할 ‘뮤지컬 삼총사’를 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게 조금 아쉬웠고, 이번 경험을 계기로 관련한 다른 작품들 (ex. 랜달 윌러스 감독의 <아이언 마스크, 1998>) 빠른 시일내에 답습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이번 글은 이번학기 교양 수강과목, 영문학산책 중간고사 대체 과제의 일부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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