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런던 세트 - 전2권 - 버려진 것들의 도시
차이나 미에빌 지음, 김수진 옮김 / 아고라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간만에 참 흥미로운 책을 읽었다. <언런던> 부제에서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해 볼 수 있겠지만, 런던에서 버려진 것들이 흘러들어가 이루어진 '버려진 것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중심엔 영국의 체르노빌 사건이라고 불러도 될 법한 비극적인 사건의 주범, 스모그가 우뚝 서있다. 그야말로 더없이 '버려진 것들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물론 이전의 많은 영미소설들이 그렇지만 초반 내용의 줄기를 잡을때까지 더없이 지루하고 산만하다. 보통 영상매체에 비해 책이 지니는 가장 큰 장점으로 무한한 상상력이 주는 경제적 효율성을 언급하는데, 나는 어쩌면 이 책이 그런 장점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사례가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더불어 자연스레 해리포터가 생각나고, '역시 셰익스피어의 나라인가' 싶은 연상까지도 이어질 수 있었다. 








내가 이쪽 장르의 책을 많이 못 본 탓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론 공주와 왕자 마법사가 나오고 전설속의 동물 혹은 듣도보도 못한 괴생명체가 마구 등장하는 흔하디 흔한 판타지가 아니라서 더 좋았던 책이 바로 이 언런던이었다.

이 책 속에는 언런던 외에도 각 유명 도시별로 그들만의 버려진것들이 모인 또 다른 언런던들이 제시되는 대목 또한 등장하는데, 그 역시 각종 부정접두사를 활용한 기지 넘치는 표현-따로 페이지를 표시해 두지 않아서 다시 찾아 옮기지 못했다.-이라 읽는동안 그런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시간들이 참 살뜰했던 책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환타지는 무엇을 상상하든 언제나 그 이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이제까지 보아온 그 어떤 책보다 더 생소하고 놀라운 묘사들로 가득채워 흥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이 책은, 내게는 그저 요란하지만 더없이 신기했고 설레는 다른 차원으로의 여행이었다. 무엇보다 이 유별난 작가는 책 속에 등장하는 삽화까지도 모두 자신이 그려넣을 만큼 다방면에 재주가 뛰어난 사람이라, 글을 조금 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내 자신이 자꾸만 질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시간까지 안겨주었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판타지 소설로 넘겨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근래에 지인이 선물해 준 <노 임팩트 맨>이라는 책에 대해 다시금 기억을 떠올리고 이번달 안에 꼭 읽어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자고 다짐하게끔 해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차이나 미에빌 이 작가의 차기작도 몹시 기대된다. 다음 작품에서는 이보다 조금 더 밝고 유치한 느낌의 공상과학 소설이라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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