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다가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만화가 강풀님께 선물하고 싶다"라는 것. 물론 강풀님이 그린 스토리나 방향과는 조금 맞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왠지 재밌게 읽어주실 것만 같았다.(의외로 박학다식하신 분이니 어쩌면 다 알고있는 내용이려나?) 내 명절을 즐겁게 해 준 요인이자. 어쩌면 주니어 서적이 일반 시중에 나온 인문/사회 등등 각종 분야의 성인용 교양서보다 백배 낫겠다는 생각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책. 그리고 이어서 뒤따른 생각 두개는 병산서원에 달팽이 모양의 화장실이 있다는데 그 사실을 진작 알았음 지난 여름 여행(리뷰)때 확인하고 왔을 거란 아쉬움과 얼마전에 참 힘들게 본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황제의 예우는 커녕 전시범의 처참한 신분으로수용소에 갇힌 부이가 혼자 화장실을 사용할 줄 몰라 교도관에게 호되게 망신을 당하는 장면에서 받은 충격이었다. 이런 생각의 꼬리들을 답습하다보니 최종적으로 결론 지은 것은 이 책은 어린이보다 어른들을 위한 교양서 일 것이란 생각. 화장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똥을 비롯한 인류의 배설물에 관한 각종 이야기들이 총집합 된 이 책은 비위가 무척 약한 편인 나조차도 책 한권을 훌렁 보고나서 금방 밥을 먹을 수 있게끔 깔끔하고 재치있게 정리한 양서였다. 사실 우리 몸의 소화기를 거쳐 나온, 우리가 입을 통해 먹은 것이고. 그 작용이 원활해야 두루 건강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만큼 전혀 불쾌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유익함과 재미를 동시에 가져다 준 책이니 내가 어찌 아니 칭찬할쏘냐. 매 장을 넘길때마다 제시되는 퀴즈가 어린 시절의 스무고개 놀이를 떠올리게도 했고, 어떤 책을 읽으면 리뷰까지 쓰고도 당최 그 내용을 오래 기억하지 못하는 나 같은 인간에게는 여러모로 임팩트있게 오랫동안 잔상이 남을 책이라는데서도 좋은 점수를 주고싶었다. 왠지 이러다 주니어서적 매니아가 될 것 같은데, 이렇게 또 신부수업 단계를 체득하게 되는걸지도 모르겠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