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K 파워 두뇌 트레이닝 - 비주얼 훈련 프로그램
제임스 해리슨.마이크 홉스 지음, 한미전 옮김 / 타임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평소 습관처럼 책의 앞 뒷면을 꼼꼼히 살피다가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구절이 있었다. 바로 뒷면 첫줄에 크고 굵게 강조 표시까지 된 「뇌에도 근육이 있다! 지금 당장 뇌 근육을 단련하라!」라는 문장. 나는 이 부분에서 웃음이 빵- 하고 터져버렸는데, 그 이유는 보통 개들중에서도 훈련은 커녕 왠만한 애정으로는 감당하기도 힘들다는 비글을 비유할 때 '뇌까지도 근육이다'라는 말(사고따위 할 줄 모르고 오로지 혈기왕성한 몸 밖에 볼 것이 없다는 풍자적 표현)을 쓰기 때문이다. 애초에 어느쪽이 잘못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무튼 이 덕분에 호기심이 불쑥 샘솟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책의 첫 페이지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책 속 곳곳에서 등장하는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배운 생물학적 지식들을 다시 끄집어내야 하는 뇌에 대한 정보적 서술도 나름 흥미롭고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구성이었다. 하지만 학창시절에도 그랬었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 그러하듯이 여전히 어렵고 난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p. 23에서 제시되는 테스트 중 빨리읽기를 통한 평가항목은 1분 20초 미만이 上, 1분 20초에서 40초 구간이 中, 1분 40초 이상이 下로 나뉜다고 했는데, 그래도 읽기라는 것이 너무 알아들을 수 없게 속사포로 내뱉어도 안될 것 같아서 ‘주의를 기울여 들으면 내용만큼은 정확히 전달받을 수 있는’ 범위 내로 최대한 빨리 읽었건만 내 스톱워치가 기록한 최종 마침은 1분 50초를 넘긴 시간이었다. 나름 글 잘 읽기로 자부해왔던 나로서는 여러모로 꽤 데미지가 큰 쇼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잘못 알고있거나 어렴풋하게 알고 있는 뇌와 관련한 여러가지 종합 정보 모음을 시작부터 끝까지 다양한 버전별로 제시한다는 것과, 중간중간 삽입된 테스트나 예시·비유 사례등을 통해서 너무 지루하지 않게-특히 나같은 과학 잼병인 모태문과생들에게- 너무 좌절하지 않게 이해를 도와준 것이 참 고마운 책이었다.(오랜만에 학창시절 모든 아이들이 시험기간에 울부짖으며 몰입했던 스도쿠 게임도 만날 수 있어 재밌었다ㅋㅋ) 


나는 이 책을 자기 자신에 대한 묘한 자부심이 가득한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위에서 쓴 바와 같이 나처럼 ‘그래도 나 좀 똑똑한 편 아닌가?’ 싶은 근거없는 믿음이 있는 이들에게 말이다. 아마 책을 펼친 그 날 저녁부터 당장 쓰디쓴 좌절감과 함께 뭐라도 해야할 것만 같은 안달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