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빼기 3 - 어느 날… 남편과 두 아이가 죽었습니다
바버라 파흘 에버하르트 지음, 김수연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사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고는 걱정이 많이 됐다. 억지신파든, 위화감에서 시작해 위화감으로 끝을 맺든 이런 책은 여러모로 긍정적이지 못할 확률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작 전부터 불안했던 마음을 적당히 다잡은 끝에 펼쳐든 이 책은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은 갸우뚱하고 또 애매모호한.. 뭐 그런 느낌이었다.


프랑스 영화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책을 읽는 중간에 불현듯 떠올랐으며, 완전히 다 읽은 다음에도 느낀 가장 선명한 감상 한 구절이다. 분주했던 연말연시를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지도 모르게 흘려 보내버리고 너무 오랜만에 책을 펼쳐들었기 때문일까? 








전체적인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문체가 과하게 어렵게 쓰여진듯한 느낌.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어렵게 쓰여지는게 맞는 느낌.


내가 그 시점의 그 상황(한 사람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였던 주인공만 홀로 세상에 남겨진 채 나머지 가족이 모두 죽고 그 이후로의 1년)에 쳐해있고, 딱히 내 진짜 감정을 토로할 방법은 글을 쓰는 것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이제까지 추구했고 실천해왔던 것과는 다르게 지독하게 어렵고 모호한 표현들로 가득찬 페이지를 만들 수 밖에 없었지 않았을까.. 싶은 그런 느낌.


주인공에게 이제 남은건 그들에 대한 기억뿐인데, 그게 의지와는 다르게 자꾸만 자꾸만 옅어져가서 극한의 공포에 사로잡히는 그 상황들. 작년 이맘때쯤 내 모든 감상을 뒤흔들었던 배우 장진영씨에 대한 이야기, 그 속에서 고인의 남편이 적은 글귀와 너무도 꼭 닮아서 맘이 자꾸만 하릴없이 무너졌다. (☞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리뷰)


책을 읽던 중 125p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다. 「지금도 나는 누군가가 왜 '장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지 궁금하다. 이자리를 빌려 그분들께 경의를 표한다」..... 이 부분에서는 또 지나간 기억 중 애틋하게 자리잡은 일본 영화 <굿바이>를 떠올리게 했다. 뿐만 아니다. 이 책은 이제까지 만나온 삶과 죽음에 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거듭 떠올리게 만드는,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그런 얘기였다. 눈물을 펑펑 쏟을만큼은 아닌데 왠지 책을 쥐고 있는 두 손에는 자꾸만 힘이 들어가는 그런 책.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일반적으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그리고 주인공 스스로도 자기에게 의문을 품었던) 여러가지 행동과 처신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결코 비난하거나 가르치려 들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주변인들과 아주 사소한 일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들을 자주 대하기 마련인데, 하물며 이런 큰 일에야 내가 그 사람이 마주한 상황이나 심경에 대해 뭔가 좀 아는게있네 하고 떠들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설사 그이와 꼭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해도 말이다. 이런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에는 지난해 5월, 갑작스럽게 외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발인일에 추모의 글(자취)을 남겨야만 했던 내 마음이 그녀 바버라에게 가서 닿았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책 속에서, 주인공은 내내 무던하고자 했지만 이제껏 만나본 그 어떤 인물보다도 더 슬프고 처연했다. 우리는 모두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채 이 불안한 삶을 하루씩 살아가고 있다. 다만 매일 불안해하고 의심하면서는 살 수 없으니 세상의 모든 불행이 적어도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여기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땅의 모든 부부와 부모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졌다. 특히 지금 그 관계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라도 뭔가 잘못된 것이 있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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