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 청춘의 밤을 꿈을 사랑을 이야기하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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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방송가 사람들이 책을 내는 것이 유행인가 싶다.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고. 배우나 DJ의 음색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울고 웃게 할 수 있었던 그들이 오롯이 글로만 평가받아야 하는, 어쩌면 전보다 더 혹독하고 난해한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더 나와준다는 것은 좋은 글을 읽고 느끼는데서 행복감을 얻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무척 고마운 일일 것이다.


이를테면, 최근에 읽은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리뷰)나 <사랑이 음악에게 말했다>(☞ ) 같은 책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도 최근에 읽은 '그런' 책 목록에 새로이 포함됐다.





세권의 책 모두 어느것 하나 서운함이 없을 애정을 품고 각별하게 읽었으며, 각기 다른 매력과 다른 구성을 통해 매번 애틋함을 안겨주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책은 제목부터가 마음을 좀 더 떨리게 했달까. 많은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많게는 계절마다 드물게는 1년에 한번쯤은 묻게 되는 것. '나는 대체 지금까지 뭘 하며 살았나, 내가 어른으로서 과연 제 몫을 다하고 있기는 한가'에 대한 물음들.. 이따금 상념에 젖을때면 자꾸만 되새기며 자신을 괴롭게 하지만, 밖에서 누군가 물었을때는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공격적인 태도로 나를 방어하게 만드는 그 물음. 사실은 늘 그렇게 자책하고 있었으면서도 말이다.



이 책은 김동률, 이적, 테이, 스윗소로우 등이 함께 진행했던 뮤직아일랜드와 텐텐클럽의 작가 강세형씨의 작품이다. 지친 하루의 일상을 끝내고 나만 혼자 쉴 수 있는 공간에 돌아와 라디오 볼륨을 높였을 때, 마치 그 맘을 다독여주는 듯 여러모로 감성어린 글과 음악들을 들려주는 밤의 프로그램이기에 이번 책도 그런 그 느낌과 아주 잘 어울리는 예쁜 일러스트와 짧지만 여운 가득한 글들로 꽉꽉 메워져있다. 


비록 내가 이전에 그 프로그램들을 고정적으로 청취한 적이 없기에, 이전에 그 방송들에 열광했던 사람들 만큼의 감성을 끌어내지는 못한 것 같아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이따금씩 떨어지는 낙엽을 우연히 봤을 때나, 혼자 걷는 골목길에서 불쑥 튀어오르는 감정들을 느낄 때, 자꾸만 혼자라고 여겨지는 그 모든 것들이 이 세상 누구에게나 한번씩 주어지는 공통된 것들이라는 사실에 새삼스러운 위로를 받은것 같기도 했다. 가능하다면 지난 방송 프로그램을 모두 찾아서 듣고 싶을 만큼...






이 책에는 유독 많은 영화나 책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이제까지 읽어온 그 어떤 에세이의 작가보다 나랑 비슷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이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이렇게 좋은게 많은데, 이걸 다 못보고 죽으면 어쩌나'라는 고민을 종종 했다는 그 대목에서.. 그리고 그게 결코 거짓말이나 가식이 아님을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예시들에서.. 그리고 나는 이제까지의 그 어떤 책보다 수많은 북마크를 해야만했다. 나도 그 수많은 것들을 단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니 말이다. 


이 책의 서평을 위해 '어른'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게 되었다. 사전에서는 말한다.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우리 사회에서는 후자까지 모두 충족될 때 그 사람을 어른으로 인정해주기 마련이지만.. 글쎄, 자기 '일'이라는 그 범위가 어디까지 될까?


이 책은, 내게 답이 없는 이 물음을 자꾸만 반복해서 묻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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