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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만든 천만번의 포옹 - 청각장애인이 명문대생이 되기까지
저우팅팅 지음, 나진희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현실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지극히 뻔한 얘기는 지극히 뻔한 감상을 낳는다. 그런데 참 우습게도 그 뻔한 이야기와 감상 속에서 매번 더해지는 눈물이나 감동을 쏟아내기 마련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식상하다 질리다 하면서도 틀에박힌 신파를 찾고,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주인공의 인생역전 극복 이야기에 열광하는게 아닌가 싶다.

지난 9월 중순, 가을바람이 착각인가 싶게 조금씩 그 존재를 알릴 무렵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중국의 청각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중국 내 대학은 물론 미국 명문 대학에 진학한 저우팅팅, 그리고 이런 인생역전이 가능할 수 있게 옆에서 조력자가 되어준 그녀의 아버지 이야기다. '중국의 헬렌 켈러'라 불리는 저우팅팅은 이러한 일대기를 통해 '중국의 여성 십대인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무렵에는 체벌금지 현안이 상당히 이슈화되어있던 터라 좀 남다른 시각으로 더 몰입할수가 있었다. 그래서 본문 속에 저우팅팅의 아버지가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다만, 나쁜 교육만 있을 뿐이다"라고 한 멘트가 더욱 와닿아 이 글의 제목으로까지 쓰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이 글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 많은 분들이 호응하며 RT해주기도 하셨다.

책을 다 읽고나서 떠올린 두 명의 소녀가 있으니, 바로 얼마전 숙대에서 시각장애인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전체수석 및 조기졸업의 영예를 차지한 김경민씨와 내 생에 두번째로 많이 눈물을 쏟았던 영화 블랙 속 여주인공이었다.
숙대 졸업생 김경민씨 사진 출처 ☞ 링크 바로가기
각기 다른 이야기 속의 이 주인공들 중 저우팅팅은 친 아버지, 김경민씨는 안내견 미담이 그리고 블랙의 영화 속 여주인공은 데브라이 선생님의 도움으로 두려움과 고난을 극복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그 조력자들의 위치는 다르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을 사랑하고 자신의 희생을 기꺼이 감내하며 옆에서 지켜줬다는 것 만큼은 같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말한다. 인생에서 나 대신 죽어줄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성공한 것이라고, 그래서 이 세 주인공들은 모두 그런 사람을 만났기에 보다 극적인 성공 스토리가 가능했다고.. 그렇게 이해하고 싶어졌다. 말이야 쉽지 정말 불가능한, 그래서 기적같은 이야기가 바로 그것일테니 말이다. 오랜만에 서평을 위해 책을 되새기니 문득 감상이 깊어졌다. 덕분에 다시 블랙을 보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내 주변에는 누가 있고 그동안 얼마나 감사하는 마음을 잊고 살았나 반성하고 싶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