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 박해선 詩를 담은 에세이
박해선 지음 / 헤르메스미디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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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을 때, 맘에 드는 구문을 발견하거든 나중에 트위터나 온라인 서재에 기록해두기 위해 인덱스 포스트잍을 붙여 자리를 표시해두곤 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읽어왔던 그 어느 책보다 그 인덱스를 붙이는 손길에 더욱 정성을 기울인 책을 만나게되었다. 지난 사흘간 내 새벽을 무던히도 침잠하게 했던 이 책 <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마라> 이다.





헤르메스 미디어라는 출판 브랜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지난 봄, 노희경 선생님의 책(☞ 리뷰) 출간 덕분이었다. 도대체 이렇게 감수성깊은 안목을 지닌 출판사가 어디인가.. 궁금해하며 알아보게 되었고, 이번에는 러브레터와 프로포즈, 작은음악회 등을 연출했던 박해선 시인의 작품이 새로 나온다는 소식에 냉큼 예약구매를 서두르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출판 브랜드에 꽂혀 책을 기다리게 된 일은 문학동네의 임프린트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리고는 예상치도 못한 출간기념 북 콘서트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얻었다. 덕분에 오래된 친구와 함께 지난 학창시절 라디오며 심야 음악프로그램에서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봤던 뮤지션 및 방송인들을 한 자리에서 보게되는 영광까지 누릴 수 있었다.






지난 시절, 글 좀 써보겠다며 까불던 시절 온갖 고전서적과 사전들을 뒤적이며 발췌해 활용하던 고어들이 종종 등장하는 이 책은 참 남다른 감회를 선사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수수한 아름다움이 들꽃에 종종 비유되는 순 우리말에서부터 문장가라면 누구나 탐 낼 법한 글귀의 풀이와 표현력까지, 여러모로 참 보석같은 책이 아닐 수 없었다. 


중간중간 북콘서트에서 출연진들이 한편씩 낭독해줬던 시를 만날때면, 그 잔잔한 음색과 여운이 귓전에 맴돌아 더없이 설레였고, 고교시절 감성 충만하던 사춘기때 나의 밤을 책임졌던 FM 채널의 기억들이 스쳐가 낭만 가득한 밤 그 자체였다. 연초에 나는 이와 같은 에세이/수필집으로 독서의 시작을 끊었는데, 덕분에 연말 또한 그와 같은 느낌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혹자들은 실용성 하나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이라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만큼은 삶의 원동력이 되어줄 그런 힘으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이소라님이 읽어준 추천사와 시, 음악도시의 팬이었다면 누구나 공감할 느낌일테다. 






사흘밤을 새벽마다 이 책을 쥐고 혼자만의 상상여행을 떠났었다. 그리고 지난 새벽, 아침이 다 된 시간에서야 겨우 마지막 장을 덮을 수가 있었다. 애초에 예상했던 바와 같이 짙은 상념 덩어리들이 굵은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드리워진것은 물론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서 값에 비해 여백이 많다, 꾸짖을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숱한 삶의 경험을 통해 이미 너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말(글) 만큼은 절대 다다익선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많다고 해서 무조건 유익한 것 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마다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감정이 빗발치는 이 복잡한 사회에서 때론,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나 빽빽한 문장 보다는 여운과 여백 그리고 그것을 마음껏 누리게 해 줄 짧막한 시 한편이 더욱 값지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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