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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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트위터에 '울기엔 좀 애매한' 이라는 문장이 자주 보였다. 처음엔 어떤 작품에 대한 감상이나 유행어인줄 알았는데, 조금은 뒤늦게 책 제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 정보를 찾아 온라인 서점을 헤매던 중 이 작가가 같은 대학의 선배이자 예전에 100˚C라는 만화로 나를 펑펑 울렸던 그 장본인이란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 이후엔~? 물론 주저없이 주문 고고싱!



요즘 각종 매체의 사회/경제 파트나 인문 사회학 강의에서 잊을만하면 툭툭 튀어나오는 유행어 아닌 유행어가 있다면 바로 '88만원 세대'라는 용어일 것이다. 우석훈 박사가 동명의 저서를 통해 널리 알리게 된 것을 계기로 요즘 사회문제의 큰 지표 중 하나로 제시되는 테마인데.. 나 또한 물론 이 88만원 세대의 멤버로서 관련 이슈를 들을때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참 애매해지는 묘한 느낌의 용어가 아닐 수 없다.

지난 여름에는 바로 그 우석훈 박사의 단기 인문학 강좌를 들었었다. 강의 중 박사님께서 말하길 "요즘 청년들은 내가 책 함께 읽자고 하면 정말 우울해해요. 그런 청년들을 해맑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바로 밥먹자고 하는거예요."라고 말해 큰 웃음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그런 상황을 선사해주기도 하셨다. 이번에 읽은 <울기엔 좀 애매한>이란 책은 바로 이런 88만원 세대 중에서도 좀 암울한 계층을 주인공으로 제시한다. 이미 사회에 뛰어들어 단맛 쓴맛 더러운맛 다 본 인물부터, 그런 88만원 세대를 더 서글프게 만드는 기성세대, 그리고 이제 곧 그 혼란의 장으로 뛰어들 예비 세대까지 총출동된다.

이 책을 보면서 닮은듯 다른 여러 작품들이 거듭 생각났다. 그 중 하나가 포털 야후에서 웹툰으로 연재되다가 완결 직후에 책으로 나온 주호민 작가의 <무한동력> 이었다. 무한동력이 소박하지만 긍정과 희망 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점이 닮았다면,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부터 보통 이상까지 두루 공존하는 이 책의 스토리 전개를 보며, 비슷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지만 이번 이야기와는 무척 다른 자세로 세상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 <제리>가 생각나기도 했다. (☞ 리뷰)



최규석 작가는 이번 작품을 수채화로 작업하면서 많은 어려움과 한계를 겪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절대 대충은 하고 싶지 않았던 그의 진심이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와 색감과 그림체, 인물들의 표정이나 배경 모두가 절대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많이 힘들고 그 희망의 끝이 어디인지도 모르겠지만 무튼 힘내라고 말해주는것만 같아서 제법 좋았다.

이 책을 완독한 직후 가까운 후배들에게 번갈아가며 이 책을 읽어보게끔 권하고 다녔다. 진짜 88년생으로 태어나 정말 무엇하나 빠짐없이 완벽하게 88만원 세대인 내 후배들이 내가 느꼈던 막연한 화이팅을 함께 느껴주길 바라서였다. 울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정말 울기엔 좀 애매했던 이 책과 같이,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울지 않고 다시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이 세상의 수많은 주인공들이 세대와 계층을 떠나 서로 다독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길.. 마지막으로는 이 지면을 빌어 약 열흘 전에 결혼식을 마치고 완전 품절남이 되신 이 책의 작가 최규석님께 무한 축복의 인사를 전해드리며 끝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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