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결혼시대
왕하이링 지음, 홍순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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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달 전 가벼운 교통사고로 일주일정도 병원 신세를 진 일이 있었다. 입원하기 위한 짐을 꾸리면서도 세면도구는 제대로 챙기지도 않고 심심하게 뒹굴 동안 읽을 책을 먼저 골랐는데, 그 중 첫번째로 택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급속도로 격변하는 사회상 속에서 그에 못지않게 또 다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중국의 결혼(연애) 문화와 그에 대한 내용들을 담은 이야기 <신 결혼시대>. 책장이 모자라 자취하는 곳에서 기본으로 제공해주는 TV를 빼고 없이산지 어언 2년 반, 그 와중에도 이따금 본가 집에 가면 즐겨보던 프로그램이 사랑과 전쟁이었던 나로선-_-; 무척 흥미로운 소재거리였다.



이 책은 문학적 역량이 뛰어나다거나 매력적이고 참신한 스토리라인이 있는건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일일 연속극에서 사골만큼 우려진 아주 흔하디 흔한 소재에 뻔한 논쟁. 그리고 거듭 반복되는 갈등과 반복 등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구장창 나열된다. 한때는 '막장 드라마'가 유행의 핵심 코드였던 우리 입장에선 '애교 막장' 수준에 그치지 않는 정도랄까..? 덕분에 별다르게 큰 불편함이나 위화감없이 그냥 그렇게, 아주 지루하지도 특별나게 충격받지도 않고 쉬이 읽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흥미롭게 지켜본것은, 90년도 후반대에 인기행진을 이뤘던 젊은이의 양지·청춘의 덫 등과 같은 드라마들, 10여년이 지난 요즘에도 이따금 TV에서 명장면을 볼 수 있는 그런 작품들과 거의 유사한 인물관계도가 그려져 일종의 향수와도 같은 것을 자극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부분에 향수라는 단어를 쓰니 참 우습게 느껴진다..)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추억돋네? 라고 할까나. 게다가 그 시대의 국내 작품들과는 다르게 여성의 입김이나 기가 상당히 쎄게 그려진다는 것이 특히 흥미로운 점이었다. 심지어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면서 아내가 "욕을하고 마구 때렸다"라는 표현이 들어갈 정도다.

물론 이 책에 소개된 몇몇의 인물들로 중국의 생활 모습을 함부로 확대해석 할 수는 없겠지만, 역시 대륙의 여인들.. 이라고 해야하나.. 바로 이웃국가지만 이렇게 생활습관과 남녀간의 관계가 비슷하고도 다르게 그려지는가 싶어 신기했다.



이제까지 중국문화에 대해 접했던 것은 어린시절 인천TV를 통해 보았던 <황제의 딸>을 시작으로 한류 초기에 급격하게 문화교류를 통해 들어온 드라마 몇 편이 전부였다. 그게 아니라면 <적벽대전>과 같은 중국만의 스케일이 느껴지는 사극영화 정도. 그래서인지 부부생활에 있어서 중국의 여인들은 그저 순종적이고 헌신적인 존재였고, 이번에 읽은 <신 결혼시대>에서 느껴지는 인물들에서는 마치 딴 세상 얘기인양 큰 괴리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특별히 대단하지는 않지만 매 장을 넘길때마다 묘하게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는 느낌. 사랑과 전쟁을 볼 때처럼 정서나 교양적으로 아무 도움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꾸만 찾게 되는 것이 이번 책의 묘미였던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구경은 화재랑 싸움이라는 말처럼 사실 누구나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마음. 무튼 덕분에 병원에서 지내는 잉여로운 낮시간동안 통증이나 우울감따위는 쉽게 잊고 오랜만에 생각없는 키득거림을 즐길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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