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Justice : What's the Right Thing to Do?
정의란 무엇인가


충격적인 불볕더위가 몸을 지치게 하던 7월 말, 그것도 모자라 내 마음과 영혼과 두뇌까지도 지치게 만들던 그 심오한 문장. 도대체 정의란 무엇인가. 아니 그보다 그 내용으로 한 학기동안 강의를 하고 책까지 낼 내용이 뭔가 정리된단 말인가? 조금은 엉뚱하고 오기에 찬 도전의식으로 시작한 이 책이 이번 7월의 말미, 나를 여러모로 혼란스럽게도 해 주었다.



이 책은 결코 쉽진 않았다. 일단 그 수준은 난해하고 심오한 제목만 봐도 가슴에 팍!팍! 와닿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재밌었다. 그것이 내가 정신이 또랑또랑할 때 마다 이 책을 펼쳐들고 집착에 가깝게 책장을 넘기게 된 요인이다. 


문득 아주 오래전 스쳐지나간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어느 꼬꼬마 초딩이 정의를 뜻하는 영어 저스티스를 보며 "Just..ice.. 저스트아이스?"라고 읽어 나를 폭소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황당했는데 지금 이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려다보니 어쩜 그보다 더 맞는 말이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ice 얼음처럼 냉철하게 사건을 두고 분석하는 것. 개인의 감정이나 가치관에 휩쓸리지 않고, 보다 더 많은 이들이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정의定義의 시작일테다.





앞서 서론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사실 막연하게 제목을 들었을 땐, 이게 무슨 강의거리가 되며 책의 소재가 될까 싶었다. 어떤 상황에서건 내 앞에 있는 사람에게, 혹은 그 사람이 내게 "정의란 무엇이라고 생각해?"라고 물으면 당신은 뭐라 대답하겠는가. 옳은 일을 하는 것? 그렇담 옳은 일이란 무엇이며, 그 행동 강령의 근거는 뭔데? 이것 참 캐물을수록 속터지고 빈정 상하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게는 이 빈정거림에 가까울법한 심보가 이 책에 대한 욕구를 더욱 자극시켰다. 그래! 대체 뭘로 이 방대한 페이지를 가득 채웠나 보자. 하버드라는 이름에 걸맞기는 한지 내가 덤벼보자! 


그래서 결론은?
K.O. 나의 완전한 패배였다.


일단 패배의 근거는 내가 이 책에서 언급된 철학론적 가치들을 50%도 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었다. 아 그래도 나름 또래중에는 책 많이 읽고, 그만큼 식견 넓기로 칭찬받아온 난데.. 그냥 앉은 자리에서 어퍼컷 로우킥 불꽃싸다구 쓰리콤보 K.O 패, 하얀깃발 흔들흔들~ 뭐 그런 수준. 그래서 느낀 바가, 해마다 사고와 지식이 조금씩이나마 넓어질수록 스스로를 고찰하기 위해 반복답습하기 좋은 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내가 이 책을 그래도 거진 이해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날까지.


책의 1장도 다 읽기 전부터 우리 생활의 모든것들이 정의와 관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 것은 그야말로 쇼크였다. 내가 얼마나 안일하게 세상을 대처하고, "원래 그런거니까~"하는 마인드로 지나쳐왔는지 깨우칠 수 있었다. 그래서 참 웃기게도 이건 정말 책 1권이나 1학기짜리 강의로는 끝날 내용이 아니겠구나.. 라는 생각을 반도 채 읽기전에 가슴에 새겨지도록 느꼈다. (나 도대체 왜 이렇게 가벼워?) 그치만 정말 장을 넘길수록 놀라웠다는 것은 괜한 사탕발림멘트가 아니라는 것!




책을 읽는 내내 끊임없이 들끓어오른 열망은 딱 하나, "나도 이 강의가 듣고 싶어 죽겠다는 것". 입학 문턱이 높고 이름난 대학일수록 더 넓고 큰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정의라는 테마로 무슨 강의를 할 수 있겠어'라고 비아냥 거렸던 처음 내 태도는 어쩌면, 모든 사고가 완성되는 학창시절의 주입식교육이 가져다 준 악영향일지 모르겠단 생각에 괜히 씁쓸해졌다.



이 책은 전성기때 100분 토론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의 수준처럼 온갖 다양하고 속 깊은 논리 근거들로 한가지 테마에 대한 반문을 이리치고 저리치며 들들 볶아 헤집은 뒤, 최종적인 답과 가치는 각개 독자(패널)들에게 완전히 일임해버린다. "그래서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건 뭔데? 그렇게 느꼈다면 그게 답이야" 라는 태도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정치성향이나 사회가치관을 진지하게 점검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트위터에서 애드온즈 모임을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 토론 모꼬지를 개설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아직 우리나라에선 끝내 감정싸움, 정치성향 다툼으로 이어질 것 같아 망설여지는 부분이 더 크다. 


우리는 보통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곧 말 자체가 정치성을 품고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정치에 무심한 것이 쿨하고 멋진 것 이라는 그릇된 인식에 사로잡혀 있어 날 슬프게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건전한 정치 토론의 매개체로 활용되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정치에 무심한 것은 쿨한게 아니라 무념念인거다. 8년만에 장르를 제치고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이 책, 그렇게 각종 매체에서 떠들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25만부 출고된게 전부라는 책(얼마전 3권이 나온 무리카미 하루키의 1Q84는 국내 밀리언셀러 달성 기록을 갈아 엎었다.). 그나마 이런 책이 이렇게까지 주목 받을 수 있었단 것도 새로운 희망으로 여길 수 있을까? 부디!!! 온 맘과 정성을 다해 그랬으면 하는 간절함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