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스탠퍼드대 미래인생 보고서
티나 실리그 지음, 이수경 옮김 / 엘도라도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원래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말 그대로 (저자의) 자기 자신의 경험이 담긴 자기계발서이지 독자 나의 계발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유독 이 장르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나 또한 종종 매너리즘에 빠져들때는 스스로를 담금질 하고자 이쪽 장르에 손을 뻗을 수 밖에 없게된다. 그리고 이른 더위를 맞아 또 다시 게으름이 온몸을 스멀스멀 휘감을때 쯤 구원의 희망을 담아 선택한 책이 바로 이것이었다.

우리는 때때로 이런 장르의 책을 읽어주며 무한한 고취의식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매해 연초마다 세우는 그런 계획들처럼 일정 기간내에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것은 내가 이쪽 장르를 굳이 선호하지 않는 두번째 이유인데, 나처럼 스스로 너무 늘어져버린 자신을 다독이거나 그 결심이 무너져 갈때 쯤 주기적으로 읽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다면 그것 나름은 또 괜찮은 선택의 이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우선은 표지에 새겨진 스탠포드가 먼저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최근에 이슈화된 타블로의 학력 위조설에 관한 논란때문이지 싶다.(물론 해당 사건과 저자는 일절 관계가 없다.) 어쨌든 다시 책 얘기로 돌아오면 이쪽 장르에 폭 넓은 경험이 없는 나로서도 이 책은 무릎을 탁 칠 만큼의 감명깊은 책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무척이나 기억력이 좋지 못한 독자이기에 책을 읽으면서 이따금씩 떠오르는 감상이나 제법 괜찮았던 구절을 메모해두는데, 그런 기록이 많을 수록 책에 대해 호평을 하는 편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책은 '나'라는 까다로운 독자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데 참 묘하게 정리안되는 그 기분, 그런 느낌들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해주는 부분이 간간히 등장해 그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졌다.

전체 내용에서는 3장에 등장하는 '기발한 최악의 아이디어' 편이 특히 좋았다. 앞에서 제시된 일반 사례들을 보면서도 뒤이어 전개될 내용이 전혀 예상되지 못했던 바였기에 나즈막이 감탄사를 내뱉을 정도였다. 이 장은, 발상의 전환이란 이토록 거대하고 심오한 가능성을 지녔구나! 라는 참 식상한 감탄을 다시 한 번 안겨주었던 대목이다. 이런 책들은 언제 어디서나 시야를 넓히고 우리가 일상에서 간과하던 존재들에 촉각을 곤두세우라고 거듭 강조한다. 이러한 생활 태도가 보다 창의적인 사고를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체 내용중에서도 내가 특히 즐거이 맞이하는 부분인데, 나는 이런 가능성을 토씨나 트위터(@Celina315) 같은 일상생활형 SNS를 적극 활용하며 꾸준히 길러왔기 때문이다. 늘 반복되기에 뇌리에 무의미하게 적용되던 일상들이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을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할 수 있는 무언가로 자리매김하면서 내 주변과 세상을 다시 한 번 더 의미있게 바라보는 시간을 점차 늘려간다는 것. 이건 정말 안 겪어본 이는 모르는 감흥이라고 감히 자랑스럽게 외치고 싶다.




20살의 내가 썼던 다이어리와 찍었던 사진. 아주 손발이 오글오글 하다 못 해 자취를 감출 지경이다...

이 책은 해야할 일들이 참 많고 또 그만큼 하고싶은 욕심조차 많은 인생에 한 줄기 새로운 자극이 되어주었다. 내가 비록 이 책을 20살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아직 20대의 절반도 채 흘려보내기 전에 마주했다는 것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히려 지금 이 시점의 내가 20살 그때의 모습이었다면 지금보다 덜 한 감상으로 책을 덮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책을 통해 다시한번 인지한 교훈이지만 창의성이나 발상의 전환 같은거 모두 어느날 갑툭튀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것을 분명히 깨달았다. 규칙적으로 쌓여온 일련의 정성과 노력 속에서 이따금씩 퐁 퐁 솟아오르는 온천수 같은 존재랄까. 하지만 온천수도 그 존재가 가능하기까지 여러 지형적 조건들이 필요한 것 처럼 말이다. 나는 오늘부터 내 삶에서 맞이할 혁신을 위해 다시금 차분히 규칙을 쌓고 기록하는 습관에 몰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24살의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각인한 가장 크고도 중요한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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