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국내 독자들에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로 유명한 더글라스 애덤스의 작품이다. 나는 올 초에 그의 신작 소설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을 선물 받게 되었는데 바로 이 <더크 젠틀리의 성스러운 탐정 사무소>의 후속 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강남 교보문고를 지나던 중 전작부터 제대로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냉큼 집어 들었다. 아 이 사람 책 제목은 왜 이리 하나같이 길고 복잡한지-_-;; 서평에 앞서 우선 이 책의 제목만을 본 채 희번뜩하여 냉큼 책을 건지러 달려갈 탐정/추리물 마니아들을 위해 한마디 하고자한다. 이 책은 일반론적인 추리물이 아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 또한 공상과학에 가까운 얘기랄까? 그래서 우리는 이 작가의 대표작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사실에 절대 주목해야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제목이 조금 어색하고 쌩뚱맞다는 느낌을 감출수가 없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평을 위해 여러 가지 내용들을 검색해 보던 중 제목 오역에 관한 의문을 제기(▶링크 클릭)한 포스팅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 포스팅을 정독한 뒤에 나는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그렇지..’ 더크 젠틀리는 정말 성스럽기는커녕 매우 괴상하고도 기기묘묘한 인물인데, 우선은 탐정이라는 단어부터가 매우 난해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여기까지 읽고도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긴다면 주저 없이 책을 향해 달리라고 권해주고 싶다. 하지만 절대 탐정물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아.. 이 책을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의 대표작은 도대체 어떻기에 국내외의 수많은 독자들을 그토록 열광시킨 걸까. 내 눈엔 그냥 괴짜소설로만 보이는데 말이지……. 책을 끝까지 완독하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앞서 언급한 이런 고민들 때문에 서평을 쓰기까지는 그에 곱절의 곱절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굳이 표현하자면 소설보다는 ‘어른들을 위한 조금 수준 높고 이상스런 동화’ 정도로 정리해야겠다. 내가 이 책을 동화로 정의한데는 별다른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출간된 수많은 공상과학 소설들이 대개 그러하지만 이 책에는 우리가 동심을 간직하던 순수한 시절에 꿈꿀법한 내용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혹은 동심을 갈망하는 어른들이 뾰옹-하고 반할법한 장치들이 간간히 등장해 은근한 간지러움을 선사한다. 그래서 이와 같은 표현을 붙여주고 싶어졌다. 싶은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내용은 전체 줄거리가 전개되는데 있어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리즈교수의 로망을 다룬 부분이다. 리즈교수가 묘사되는 장면을 읽을 때면 나는 근래에 푹 빠져있는 미드 가십걸 속의 한 인물이 자꾸만 떠올랐는데, 실제로 이 작품이 영화로 제작된다면 이 배우와 리즈교수의 싱크로가 상당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도도새를 그리워하는 나이든 괴짜 대학교수. 이 얼마나 달콤한 동심인가? 어쨌거나 이러니 저러니해도 내 결론은 이 책.. 참 기묘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기승전결의 구조에서 기-승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너무 과하다 싶을 만큼 양껏 풀어놓다가 전에 이르러 전투라도 치르듯 독자를 숨도 못 쉬게 옭아 메더니 결에 이르러서는 조금 황당하고 분개할 만큼 후다닥 끝내버린다. 뒷심이 없달까.. 그래선지 선물 받은 후속작 <영혼의 길고 암울한 티타임>이 더욱 기대된다.(어쩌면 이 부분을 의도한 걸지도..) 보다 자세한 감상과 평은 후속작까지 완독한 이후에나 가능하겠지만 이정도면 일단은 합격점. 얼떨결에 질러 구매한 책 치고는 제법 만족스러웠다. 서평을 쓰고 있자니 <은하수를 어행하는~>에 대한 지름신이 급 밀려온다. 아아... 지금은 곤란하다 잠시만 기다려달라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