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언뜻 본 책인데 그 찰나에 제목이 선명하게 각인되어버렸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던 여배우 장진영씨 이야기를 적은 서평에 그 제목을 인용하기도 했다. "잘 지내니? 한때, 나의 전부였던 사람" 그냥 이 책은 제목이 전부를 말해준다고 봐도 무방하다. 바삐 옮기던 걸음을 순간에 붙잡아 두는 책. 결코 펼쳐볼 용기가 나지 않아 오랜 시간을 주변에서 맴돌기만 한 책. 그래픽 디자이너 공병각, 저자의 미니홈피 바로가기 ▶ http://www.cyworld.com/NEMAM22DA 이 책의 존재에 대해서 나보다 늦게 안 지인이 어느새 완독을 하고는 어서 읽으라며 채근하기 시작했다. 첫번째는 연애, 아니 짝사랑을 통해서라도 사랑이라는 것에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다면 누구나 가슴을 울게 만들 책이라는 것. 두번째는 아기자기한 손글씨가 내게 직접 속삭여주듯이 다가온다는 것이 이유였다. 어쨌거나 더는 외면할 수 없어 결국 책을 펼쳐들었다. 연애경험이 별로 없어서인가, 아니면 또래의 다른 여자아이들처럼 푹 빠져들지를 못하는 성격 때문일까. 이 책은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보기 위해 나와 함께 영화관을 찾았다 엄청난 쇼크와 감격을 얻고 돌아간 내 친구와 나의 괴리만큼이나 벙찜을 선사해주었다. 내 지인은 과연 어떤점이 그토록 심난하고 절절했던 걸까... 어떤 마음인지 알겠다. 왜 힘들고 슬프며 설레는지도 알겠다. 하지만 내가 공감하고 동조하기는 힘들다. 여기까지가 딱 내가 가질 수 있는 감상의 한계였다. 비록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설렘부터 사랑의 시작 - 진행 - 이별 후 아픔까지 시간적 순서에 의한 감상변화를 나열해주었으면 한 편의 영화나 소설을 보는 심정으로 빠져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조차도 아니었기에 내게는 그저 그런~ 이야기로 남아버렸다. 이렇게 중간중간 삽입된 이야기와 연관있는 음악을 소개해 주는 것이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였다. 내가 아는 곡이 등장하고 전에 그 노래를 들으며 해당 페이지에 쓰여진 글귀와도 같은 기분에 빠져본적이 있다면 더욱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놓을 수가 없었던.. 그리고 완독 후에 내 방의 가장 양지바른 자리에 곱게 꽂아두게되었던 것은 정감가는 손글씨가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적어간 그 얘기들이 우리 주변과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한번씩은 찾아볼 수 있는 아주 보편적인 내용이라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런 부류의 책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구절 중「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오직 그들만이 현실이자 전부이다.」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문장의 첫 단어는 ‘연애’가 아닌 ‘사랑’이다. 그것이 어떤 관계에서 파생된 감정이든간에 우리에게는 큰 공명과 한숨 그리고 그만큼의 떨림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남녀노소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한때는 전부였고, 그때문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워하고 원망하기도 했으며, 시간이 지난 뒤에는 오글거리는 민망함과 쑥쓰러운 추억만을 남길 그 보편적이고 아주 흔한 이야기들. 그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있었다. 이 책은 페이지에 비해 글자수가 많지 않다. 그래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두었다가 이따금씩 들춰볼 생각이다. 이 책을 처음 펼쳐든 순간은 연애를 하고 싶지만 현실의 여러가지 복잡스러움과 나 스스로의 두려움에 갇혀있는 시기였다. 그래서 두번째로 이 책을 읽는 시기는 눈앞에 나타난 누군가를 꼭 잡고 싶을 때, 혹은 그 뜨거운 감정을 마구 발산하게 되었을 때로 하려한다. 훗날 시간이 아주 많이 흘러 나 또한 나의 지난 행적에 부끄러움을 품게 될 지라도 이 책을 덮은 지금은 한때, 혹은 꽤 오랜시간 동안 나의 전부일 사람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서 후회는하되 미련은 없을 관계를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