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 - 장진영·김영균의 사랑 이야기
김영균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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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나의 여신이었던 그녀, 세상에 이런 배우가 또 있을까 싶었던 그녀의 이야기. 영화 같이 애절하고, 영화보다 더 가슴 아픈 두 남녀의 사랑. 배우 장진영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 쓴 회고록 <마지막 선물>

고인의 김영균씨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선지 깔끔하고 담백한 문체를 가진 사람이었다. 보는 내내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마음과 그녀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영화화되어 하나하나 그려졌다. 한 편의 애절한 멜로물을 보는 기분, 그래 차라리 소설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절박해지는 그런 책이었다. 시기만 맞았다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대학생들의 버전으로 각색한 것이 <국화꽃 향기>라고 해도 믿겠구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자는 애초부터 이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고 연애에 임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면 하나하나와 그녀의 말, 문자, 태도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는 그 마음이 너무 짠했다. 책을 읽는 내내 ‘이 글을 쓰면서 얼마나 울었을까’ 싶었고, 덩달아 나도 같이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녀와의 미래를 천진난만하게 그리던 남편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남편을 만나기 전 까지 고인이 살아온 삶의 모습이 앞으로 화려한 싱글이고자 하는 나의 모습과 너무 닮아 여러 가지 교감과 아픔을 느꼈다. 그녀가 떠나기 전에 이 책이 세상에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람이 서로 만난 시기가 인생에서는 이르지 않은 나이대여서일까, 처음에는 너무 일방적으로 감정을 확신하는 모습에 다소 어색함을 느꼈지만.. 보는 내내 이것이 진짜 운명이구나 라는 확신만 더해졌다. 최근에 들은 리쌍의 한 노래가 생각났다. 너와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이민을 가버리고, 너와 함께 했던 모든 공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남자의 독백. 남편은 과연 그 추억들을 지키고 싶을까, 아니면 사라졌으면 할 만큼 외면하고픈 상처로 남았을까.

더불어, 문득 한국의 원로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의 <그 여자네 집>에서 ‘상처’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날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한자의 조합인 줄 모르고, 비유적 표현이라고 생각을 명명 한 번 기막히다.. 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단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별은 이별이 아닌 ‘사별’이라는 말이 처참하게 가슴을 짓뭉개던 이 책.




 

내가 장진영이라는 배우의 매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게 된 계기, 영화 <국화꽃 향기(2002)> 속 가장 아름다운 컷.  

 

 


그녀가 영화배우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남편의 모든 묘사글에서 내가 보고 기억하는 그녀의 모습이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처음 이 책에 대한 기사를 접한 날 ‘상업’을 운운하며 생각 없는 비판을 던지던 이들이 정말 죽이고 싶을 만큼 미웠다. 과연 너희들은 이런 찢기는 마음을 겪어나 보았느냐고.. 다그치고 싶었다.

너무도 일찍 져버린 그녀의 삶을 조금이나마 공유할 수 있게 해 준 남편에게 감사한다. 부전자전이라는 말처럼 분명히 약속되지 않은 두 사람의 관계에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아낌과 보살핌을 잊지 말라던 그의 부친에게도 감사한다. 청아했던 이미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그녀. 20살 이후로는 같은 대학 선배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던 이름 장진영. 내가 사랑했던 한 여배우는 이제 세상에 없지만,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결코 그녀를 잊지 않아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남편에게는, ‘한때’가 아닌 ‘영원히’ 삶의 전부일 그녀에게 이 서평을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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