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쇼 - 진화가 펼쳐낸 경이롭고 찬란한 생명의 역사
리처드 도킨스 지음, 김명남 옮김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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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워가고 그 과정을 통해 지식을 확장하는 것에 대한 남다른 욕구가 있다.
 
하지만 경상계열 전공 학생들의 큰 비애가 있다면, 전공 분야의 다양한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수시로 답습해야 한다는 것.
이것 외에도 뉴스를 비롯하여 시장의 흐름과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스스로 공사다망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휴학 기간을 내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했다.
독서를 함에 있어서도, 가급적 전공 외 분야의 많은 책들에 손을 뻗기 위해 애쓴 것이 그 중 가장 큰 노력이었다.
최근에 읽은 <물의 미래> 같은 책들(☞ 서평 링크)이 그런 맥락이다.
 
그 무엇보다 박학다식하다는 칭찬에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나는 이번에 그런 갈증을 채워줄 또 하나의 대작을 만났다.
관련 학계에서는 다윈의 21세기형 현신이라고 까지 추앙받는 인물. 바로 리처드 도킨스의 <지상 최대의 쇼>가 그것이다.
그의 원서가 출간되고 번역되기까지 많은 팬들이 기다려왔다. 그리고 분량이나 가격 면에서 상당한 부담감이 있음에도
너나할 것 없이 구매에 줄을 잇는 것 또한 그의 명성을 뒷받침 해 주는 분명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두꺼운 분량 만큼에 비례하여 비전공자인 내가 편안하게 읽기에는 다소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적어도 그의 글을 읽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 내용은 기본 상식’이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권위적인 책은,
“진화론이 아니라면 현대를 살아가는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윽박지르는 듯 싶어 살짝 언짢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 집안 환경(우리 가정은 모태신앙이다.)과는 다르게 창조론을 맹신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진화론에 대한 이렇다 할 정보를 갖추고 있지 않기에 이번에 이 책을 통해서 해당 분야를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나이답지 않게 책읽기와 공부를 좋아했던 어린 시절의 나조차도
어려움을 느끼고 그저 피하고만 싶었던 과학 분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의 전환도 심어주었다.
 
더불어, 나는 그 누구보다 합리성과 효율성을 따지고 들어야 할 경상계열 전공자다.
하지만 우리 인류의 역사나 문명을 단순히 과학적 측량에 근거한 절대적인 수치 기준에 의해
평가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측량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경우들이 21세기의 오늘날에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오랜 연구생활을 거친 저자가 ‘진화 부정론자는 곧 역사 부인 주의자’라고
단호하게 일원화 했던 내용도 그런 맥락에서는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종의 기원>으로 세상을 뒤흔들었던 찰스 로버트 다윈(좌) 그리고 이제 그의 명성을 이어받을 로버트 도킨스(우)
 
원칙에 근거한 실험과 관찰을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현 지구상의 생태 환경이 진화론에 근거하여 발전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것이 아니면 무조건 저것. 이라는 흑백 논리적 사고관(과학자들의 가장 큰 맹점)으로 보다 넓은 지식세계 구축을
위해 책을 집어든 나와 같은 독자들에게 반감을 사고 씁쓸한 여운을 남긴 것은 많은 지성인들의 추앙을 받는 대학자로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이 맴돈다.
 
아는 분의 말처럼 2009년 출반계의 피날레를 성대하게 장식할 <지상 최대의 쇼>.

저자가 이전까지 저술해 온 다른 책보다는 쉽게 그리고 더 합리적으로 진화론에 대한 진상을 밝힌 이 책이,
나와 같은 과학 기피자들에게 보다 더 즐거운 탐닉의 시간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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