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 운전습관과 교통체계에 숨겨진 인간의 비이성적 본성 탐구
톰 밴더빌트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김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도입부에서 나는 <경제학 콘서트>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실제 사례의 제시를 통한 흥미 유발이 참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과 <경제학 콘서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한 가지 사례’를 통한 다각적 분석이라는 점이다.

팀 하포드의 책은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사건들을 제시함으로써 각 사건들에 대한 경제학적 논리를 제시하는 반면
탐 밴더필트의 신간 <트래픽>은 교통체증과 운전을 소재로 한 단 하나의 소재만으로 다각적 분석이 이루어진다.

이 책은 제목의 <트래픽>을 포함하여 관련된 다양한 용어들을 분석하고 그것에 대한 거듭된 고찰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간다. 그러한 책을 읽는 내내 운전자들의 여러 심리 묘사들과 사건들을 접하면서 ‘아 이런 부분은,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하는 동질감에 의한 끄덕임과 재미를 느꼈고,

모든 인간은 결국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통체증을 바탕으로 운전이라는 한 가지 테마에 대해 마인드맵을 그리듯 진행되는 이 책은, 최근에 읽은
<물의 미래>를 떠올리게도 했다.(이 책은 물과 치수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점층법 적으로 그려나간다.)
어떤 한 가지 현상을 보며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온갖 호기심과 질문을 다 쏟아내며 기존에 우리가 접해오던
것과는 조금 다른 맥락으로의 백과사전이라고 칭할 수 있지 싶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아인슈타인의 뇌가 15%도 채 활용되지 못했다는 가설이 어쩌면 진짜일거란
생각마저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결코 돌이켜 연구해 볼 수 없는 지나간 시절에 대해 묘한 환상을 품고 살아간다.
이 책은 점차 진화해가는 우리들의 일상에서 묘한 동정심과 이상화되어 그려지는 과거들에 대해
그 시절의 사람들이나, 지금의 우리들이나 결코 다른 점이 없었다는 결론 또한 제시한다.

나는 이런 고정관념에 저항하는 도전적인 태도가 참 맘에 들었다.

이 책은 한 가지 사건에 대한 고찰이라고 판단하기에 매우 놀랄 만큼 엄청난 분량을 자랑하는
방대한 규모를 지니고 있다. 한글창제라는 업적을 통해 지금 내가 이 서평을 쓸 수 있도록 해 주신
세종대왕께서는 과거 세자 책봉 이전 군 시절부터 한 번 손에 든 책은 100번씩 읽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야만 책이 주고자 하는 정확한 의미와 교훈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그런 식의 독서습관을 시행하기엔 매일매일 꼭 읽어봐야 할 너무나 좋은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그래서 난 이번 <트래픽>처럼 100번 읽고픈 책을 만날 때 마다 너무나 화가 난다.







미국의 스타벅스에는 자동차 전용 창구가 있으며, 오디오북이란 상품은 매일매일 출퇴근 등 교통 체증 속에서
오랜 시간 갇혀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아이템이라고 한다. 위의 내용들은 내가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새로이 알게 된 사실들이다. 이런 부류의 책들은 매번 이렇게 새로운 지식들을 내게 전달해주어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 준다.


저자는 말했다. 모두가 당연시하는 환경에 대해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관찰해보겠다는 의도로 이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 이렇게 저자의 의도였다며 초반부터 언급되니
지금까지의 독서경력과 그것을 통한 통찰력이 헛된 일은 아니구나 싶었다. 비록 장롱면허라고는 해도 짧은
운전경력을 통해 내가 느꼈던 딜레마이자 각 상황들에 대한 공감 백만배가 이루어지는 사건 제시들,
그리고 타인을 좀 더 내 마음처럼 이해하는 처세 등이 저자의 의도와 연구결과 제시에 따른 성과였다.

독서 내내 ‘와 진짜 그렇다!’라는 말을 끊임없이 되풀이 했다. 한 때, 서점가에서 대 파란을 일으켰던 만화
<데스노트> 속 사신이 말하길 “인간은 참 재밌어~”라고 말하던 그 대사도 떠올랐다. 단 한 가지 현상만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연구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래서 인간은
배우고 봐야 하는가 싶기도 했으며, 결국엔 작가가 염려스럽기까지 했다.

‘대체 이 사람은 자기 뇌에서 쏟아지는 궁금증을 어떻게 다 감당할까?’ 싶었던 것이다.
정말이지 요즘 자주 듣는 개그맨 강호동의 유행어처럼 언빌리버블! 이었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인간의 심리와 그것으로 인핸 태도양상에 관해 연구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러한 연구에 대한 분석 결과가 결국 경제학적 마인드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이미 그의 가치관이 완연하게 경제학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한 힌트는 글 전반에서 종종 드러나지만 아주 분명하게 부각된다.
언제나 모든 상황에서 효율성을 최우선시 하며, 그것에 대해 강력한 신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부분은 경상계열을 전공하는 나로서도 심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아주 복잡한듯하지만 결국에는 매우 단순한 인간의 심리를 치밀하게 분석하지만 그 결론은 최종적으로
‘인간은 자신의 이익(경제적 유인)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경제학의 기본 개념이자
모든 연구의 전제다. 결국 저자는 그러한 가치관으로 초지일관 연구업적을 제시해간다.

이 책은 다양한 학문적 이론과 전문용어를 배울 수 있는 보물 상자였다. 경제학에 관한 기본 개념과 다양한
현상에서 적용되는 그 중요성 또한 배울 수 있었으며, 어려운듯하면서도 사실은 간단한 인간심리에 대한
고찰도 엿볼 수 있었다. 참 여러모로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는 일상의 대화에서 내가 주로 화자가 되어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는 편이다. 그런 내가 어느 한 구석에서
조용히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하는 독서를 즐기는 것은 그런 생활 태도에서 결핍된 경청에 대한 욕구충족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려>나 <경청>이 아닌 바로 이 책 <트래픽>을 통해서 말이다.

독서는 언제나 즐겁다.

이 분야에서 느껴지는 매력이나 장점들은 언제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퐁퐁 솟아난다.
나는 이번 기회를 통해 그런 느낌을 새삼스럽지만 분명하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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