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웃는 집
법륜스님 지음 / 김영사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과거에 법륜스님의 <행복한 출근길>을 접했고 크게 감명 받았다.

만약 내가 나를 낳아준 부모나 제법 각별하다고 여기던 친구(혹은 선배)들에게
이런 충고를 받았다면 발끈하고 흘려보냈을 이야기들을,
단지 속세를 초월한 종교인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그런 느낌이 물씬 전해오는 문체와 표현력을 지니신 스님의 책이라는 이유로 매우 애착을 느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정을 메인 소재로 하는 후속 작이 출간된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고민의 여지없이 서점으로 달려가야 했다.

나는 한 때 꽤 많은 마니아들을 거느리던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봤는데,
그것은 매우 극단적인 그 사건 속의 인물들을 대하면서 ‘그래도 나는 행복하구나.’라는 자족감과
‘나는 결코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구나.’라는 다짐을 얻기 위해서였다.

(물론 극단적이고 자극적인 스토리가 흥미를 불러일으킨 것 또한 부정하지 않겠다.)

어떻게 보면 참 걱정스럽기도 했다.

회사나 학교 등 2차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누군가의 지도나 조언을 구하기에 조금 더 쉬울지 모르겠으나 가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한국사회는 더욱이 그러하다.

그리 연식이 오래지 않은 나의 기억속에조차 남아있던 시절에는
가장이 아내나 자녀를 폭행하는 일 조차 감히 간섭할 수 없고 쉬쉬하던 시절이 있던 것이 우리나라였다.

그런데 그런 가정을 대상으로,
심지어 개인의 사생활이 제시되는 것에 대한 문답적 구조의 수필집이라니,
이것은 자칫 스님의 명성이나 이미지에 막대한 훼손을 입힐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은 나의 어리석은 기우였다.

이 책의 도입부는 법륜스님께서 실제로 가까운 신혼부부의 결혼식에서 읊어주셨던 주례사로 대체되었는데,
어쩌면 그 말씀이 하나하나 가슴에 콕콕 와 닿으며 결코 에둘러 얼버무림이 없는지 감탄을 그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러한 느낌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지속되었다.

이번 <행복한 집으로 가는 길>에서는 전작이나 다름없는 <행복한 출근길> 보다도
이야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있는 주체의 질문 내용이 보다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서술되었다.
또한 그에 대해 스님께서 서술하신 답변들 또한 추상적이지 않고 명료한 것 까지도 매우 탁월했다. 

불교는 부처에 대한 신앙을 강조하지만 신도 개개인이 수행이나 성찰을 통해
스스로 부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준다.  


그리고 스님은 그러한 부분들에 대해 언제나 다독이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하며,
혹 실패한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힐난 받아야 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거듭 강조하신다.
요즘 대부분의 가정은 맞벌이와 가정생활을 병행하며 각자의 부분에서 모두 힘겨워한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며 겉으로 보이기에는 너무나 화목하고 이상적이지만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문제점들을 감내하거나 극복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을 나의 지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없이 이 책을 쥐어주고 싶었다.
아아, 많은 이들에게 귀감을 주는 종교인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짜 성직자고 성인이다. 나는 새삼스럽게 내가 부끄럽고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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