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미래 - 인류 문명과 역사를 뒤바꿀 최후의 자원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김영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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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추천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한숨이 앞섰다.

아마도 고교 진학 전까지의 나는 과학과 수학도 곧잘 하는 꽤 영특했던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대입을 앞둔 과정에 이르러서는 참 극단적인 문과 성향을 띄게 되었다.

그래도 수학은 좀 나은 편이었다면 과학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무슨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기 힘들었으며,
필수 교과과정 때문에 들어야 했던 수업시간은 괴로움 그 자체였던 기억뿐이다.
그런데 그런 내가 과학과 이별한지 무려 5년 만에 이 책에 도전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순수 자연과학이 아닌 인문과학 분야라는 것 이었다.
(하긴 순수 자연과학이라면 그 누가 뭐래도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시작에 앞서 긴장과 두려움이 너무 큰 탓이었을까,
목차부터 천천히 읽어가는 동안 기대 이상의 흥미가 샘솟기 시작했다.
결론은 ‘생각보다 재밌고 유익했다.’는 것 이다.

책 앞머리에서는 물에 관한 일반인들이 툭툭 내던질만한 물음들을 마구잡이로 나열하여 제시한다.
그리고 그런 물음들에 대해 느리지만 확실하고도 이해하기 편리하게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스타일이다.
그것도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세계 각국에서의 체험담을 통해서 말이다.
 
저자의 더 많은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블로그 ▶ http://www.erik-orsenna.com/blog/


이 책은 1+1이 2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당연함만큼이나 의심의 여지가 없던 현상에 대해 고찰한다.
(예를 들면 물이 H2O인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

이러한 내용들은 다소 시적인 비유법을 동원한 목차를 통해 그 흥미가 고조된다.
저자는 과학 분야에 대한 탐험을 즐기는 사람인 것 치고는 남다른 참신한 표현과
색다르고 흥미로운 다양한 비유를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아마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겪은 상황들과 다양하게 접한 이야기들이
그를 이토록 넘치는 인물로 가꾸어 줬을 것이다.

더불어 이 책은 물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아주 새삼스럽지만 분명하게 각성할 수 있도록 한다.

우리가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현상들에 대해 아주 디테일한 인과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자연과 과학 현상에 대한 생동감 있는 지식을 전달한다.

그 중 우리가 물을 왜 경외시해야 하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호소력이 짙다는 것은 이 책의 메인 테마라고 볼 수 있다.

성서에서 노아의 방주에 관한 이야기 속에 ‘왜 신은 우리를 불이 아닌 물로 우선 벌하였는가?’라는
물음과 함께 고대 문명 태동기에 어떻게 치수(治水)능력이 중앙집권을 형성해 가던 과정 속에서
통치자의 핵심 덕목이 되었는지 새로이 깨닫게 한다.

사소하고 하찮은 것으로 여기던 것.
크게 괘념치 않던 것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남다른 의미로의 고찰.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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