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2009 Yes24 강원도 문학캠프의 두 번째 날
나는 아침에 펼쳐든 백영옥 작가님의 신작 <다이어트의 여왕>을 그날 하루 만에 독파했다.
 
책 한권을 읽을 때면 아주 사소하고 디테일 한 것들에까지
필요 이상으로 집착하는 나 치고는 아주 이례적인 성과였다.
 
비록 그런 쾌거를 이루게 된 배경에는
그날 저녁에 예정된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서 내게
한 페이지 이내의 본문을 낭독해야 하는 책무가 있었던 것이 큰 원동력이 되었지만,
 
꼭 그것 때문 만이었다면 결코 그 수준의 결과는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이 책은 아주 산만하고 주의력이 결핍된 나를
딴 짓 못하고 책에만 몰두하게 잡아두는 능력을 지닌 작품이었다.
 
이 책을 읽었고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두 작품을 연관 지었을 것 이다.
상황적 배경이나 여러 소재들이 참 많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그 드라마를 재밌게 봤고, 요리사라는 직업에 대해 남다른 애착과
로망을 갖고 있는 것 또한 책에 대한 흥미를 더욱 고조시켰던 것 같다.
 
이 작품을 통해 백영옥 작가님은 책 제목을 인용한 ‘칙릿 소설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헌데 애석하게도 평소의 나는 칙릿 장르의 영화에 매우 열광하면서도
원작 소설이나 해당 장르의 서적들을 잘 보지 않았다.
 
그것에는 내가 책 한권을 독파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고,
그 정도 시간을 통해 얻는 결과물이 재미와 스토리를 통해 스스로 깨달아가는
아주 약간의 사회적 교훈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굳이 표현하자면 기존에 알던 칙릿보다는 그냥 하나의 교훈서 같았달까?
 
사실 어쩌면 나는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고백하지만 낮 시간 동안 행사 일정을 소화하며 틈틈이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내 완독하지 못해 ‘작가와의 시간' 독자낭독 직전까지 계속 책을 읽었고,
결국 작가님의 소개나 설명은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낭독을 하기 위해선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전날 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발견한 KBS1의 심야프로그램 <책 읽는 밤>에서
(- 처음에는 최근에 읽은 수디르 벤카테시의 <괴짜사회학>에 대한 대담 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작가님이 출연하여 이 작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 주시는 것을 보았고,
간담회에서 놓친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었다. (비록 결말 줄거리를 네타당하긴 했지만 ㅜ.ㅜ)



간단히 요약하자면 뭐랄까.. 참신했다.
내가 올해 들어 가장 감명 깊게 읽었고 실제 체험수기를 쓴 에세이집인 만큼 가슴에 와 닿는 게 많았던
양진숙 파티쉐님의 <빵빵빵 파리> 만큼이나 구구절절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이 꽤 있었고, 느껴졌다.
 
요즘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현상들과
나 또한 고민과 딜레마를 안고 있는 테마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결코 가볍지 않지만, 칙릿이라는 배경적 요소는 크게 이탈하지 않는 균형.
모든 것이 내 맘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요즘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SBS의 드라마 <스타일>도
백영옥 작가님의 동명원작을 드라마화한 작품인데,
나는 이번 <다이어트의 여왕> 띠지를 보고 ‘이 작품이 그 작품이구나'했다.
(비록 작가님께선 이름 말고는 모든 것이 원작과 다르다고 하셨지만...)
 
이러한 모든 사건 개요가 순식간이고도 얼떨결에 이루어진 우연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 또한 나의 인연이고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책 속에서 내 이름이 등장하는 장면과
내가 낭독하려던 부분을 행사 초반에 진행하는 작가낭독 코너에서
백영옥 작가님이 먼저 읽어주신 상황을 통해 확신했다.
 
나는 황급하게 새로 낭독할 구문을 찾느라 진땀을 뺐지만, 참 묘하게 기쁘고 가슴 떨리는 경험이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알게 됐으면 좋겠다.

재밌고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테마를 다룬 칙릿이라던가,
혹은 드라마화된 작품 원작자의 신간소설이라던가 하는 그런 식의 접근이 아니라
정말 괜찮은 작품 혹은 정말 괜찮은 작가의 신작이라는 맥락에서 말이다.
 

아직까지는 <스타일>에 앞서 <다이어트의 여왕>을 먼저 접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캠프에서 돌아오는 즉시 행사를 주최했던 Yes24를 통해서 <스타일>을 주문했다.
내가 최근에 읽은 문학작품은 김영사에서 출간한 리저 러츠의 <네 남자를 믿지 말라>
비채에서 출간한 레이프 라슨의 <스피벳>이다.

원래 문학작품을 즐기던 나였지만 이 흥미로운 최근 이력들과 문학캠프 참가를 통해
나는 또 이 분야에 대한 열정이 새삼스레 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서 날이 밝아 책이 도착했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캠프에서 선물 받은 작가님들의 책을 읽으며 밤을 지새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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