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쁨 - 이해인 시집
이해인 지음 / 열림원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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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시집은 초등학교 시절 담 하나 너머로 친하던 동네 소꿉친구의 추천으로 처음 접하였다. 요즘처럼 종종 마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버겁거나 삶이 지쳐 쓰러질만큼 빠르게 돌아갈 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성현의 말들을 실천하기 딱 좋은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순수시를 좋아한다. 그렇다고 작가의 개인적 사정이나 사회적 배경을 담은 시들을 아주 외면하는 것은 아니지만(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시인을 딱 한명만 꼽자면 아마 이육사님이라고 하겠다.) 시詩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시켜주는 가치라고 생각하기에, 내 인생에서 시를 가장 많이 접할 수 있었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끄집어내 보면, 김영랑 시인이나 서정주 시인의 시를 참으로 좋아했던 것 같다.(시인의 작품들 중 내재적 관점으로만 해석되는 시들)

요즘은 내 일상이 너무 바쁘다. 정말 헉! 소리가 나오고 생각보다도 몸이 앞서 에구구구~ 하는 탄식을 뱉어내곤 한다. 결코 소홀하지 않았던 입시전쟁 속 분주했던 10대 시절에도 흔히 볼 수 없었던 코피를 이번달에만 들어 수차례 쏟아냈으며, 눈만 깜빡깜빡하면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구나- 싶은 날들이 바로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났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들은 종종 찾아서 접해왔으나, 이렇게 책으로 출간되어진 묶음시집은 아마 중학생 때 시화반에서 전해받은 것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나 스스로에게 찰나의 여유나마 제공하기 위해, 도서 목록을 살피던 중 눈에 번쩍 하고 띄인 것이다. 마치 수녀님의 그 나붓하고 단정한 음성으로 “넌 잠시 쉬어도 된다.”라고 말해주듯이.

나는 천주교신자는 아니다. 지금은 잠시 안식일 성수를 회피하는 불량신도이기는 하나, 우리 사회에서 늘 지탄의 표적이되며 어떻게 보면 한 갈래의 형제인 천주교도들에게서 가장 많은 원성과 비판을 듣는 개신교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해인 수녀님의 글이 참 좋다. 이미 하늘의 별이 되신 고 김수환추기경님의 그 부드러우면서도 강직한 강론들을 들을 때마다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던 것 처럼 말이다.

종교적 이념이나 잣대를 떠나, 그저 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정 우리 사회에서의 문학인이나 종교인들이 지녀야 할 미덕이고 지향해야 할 궁극의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에게 최고의 지침을 제시해주는 이상향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마음같아선 내 개인 블로그에 발췌한 글들을 잔뜩 올려 이 따스함을 만인에게 전하고싶다. 하지만 새로이 개정된 신미디어법 덕분에 언제 잡혀갈지 몰라 두려움에 떠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부디 이 글을 통해서라도 새로이 혹은 다시 한 번 수녀님이 쓰신 그 따뜻한 마음을 접해볼 수 있는 사람들이 보다 더 많이 늘어났으면 그 이상의 바람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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