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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희망이다
제프 헨더슨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언제 보았던가 기억은 흐릿하지만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싶다>라는 제목의 책이 기억났다. 이런 내용이야말로 정말 나의 독서일기 중 가장 숱하게 접해온 내용이 아닐까 싶다. 중학교 1학년 사춘기를 겪으며 세상의 각박함에 서서히 눈을 뜨던 어린 시절의 내가 엄마만큼이나 좋아하던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오히라 미쓰요의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를 시작으로 말이다.
사실 이런 책을 보면 여러 상념들이 머리속에서 끝없는 딜레마를 자아낸다. 그 중에서 ‘나도 될까?’라는 물음과 ‘그들에 비하면 난 참 아무것도 아니었구나’라는 두가지의 대치되는 물음이 가장 핵심일 것이다. 희망메세지에 관한 여러 책들을 접해온지 어느새 10년, 아직도 명쾌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다. 내가 비록 절대적인 불우함에 놓인 것은 아니지만, 내가 겪어보지도 앞으로 눈 앞에 자명하게 놓이지도 않은 불행에 대해서는 인간이기에 지니는 긍휼 이상의 감정은 개입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에 비하면 나는 확실히 행복하고 부유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보다 더 나은 이들을 동경하며 내 처지를 비관할 수 밖에 없는 것. 딱 그만큼이 내 그릇인가 싶다. 그러면서도 한켠에 드는 생각은 세상사 모두가 나보다 더 딱한 이들의 처지만을 보며 가열차게 달려나갈 수 있다면 이런 책들이 지니는 의미는 지금만큼 희소하지 않을테니(혹은 존재의 의미 자체가 무색해질테니), 나는 또 그러한 부분에서 내 스스로를 달래고 합리화 시켜본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기에 더욱 맛깔스러운 것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접해온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 이 책이 유달리 내 마음을 뒤흔든 것은, 나 또한 아주 짧게나마 강렬히 동경했던 요리사라는 직업에서 이야기 속 중인공이 희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은 뒤에 따라온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부러움’. 그것은 험난한 과정 속에서 결과적으로 주인공이 누구나 부러워 할 부나 명예를 얻어서가 아니었다. 나는 근래 사춘기 시절에도 겪지 않은 진로에 대한 갈등과 방황을 격하게 절감하고 있는 중인데.. 자신의 길과 운명을 그 어떤 두려움에 맞서서도 결단력있게 확신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탄이었다. 그것도 이제껏 읽어온 수 많은 책들 중 내가 일정시간 이상을 꿈꾸고 동경했으나 결국 좌절해야만 했던 분야에의 확신과 성취였으니, 저자 제프헨더슨에 대한 부러움은 그 어떤 때보다 강렬하고도 설레였다고 할 수 있겠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헐리웃의 유명한 배우이자, 나 또한 격하게 사랑하는 윌스미스에 의해 조만간 영화화된다고 한다. 그때쯤 이 책이 내게서 지니는 의미는 지금보다 한층 더 각별해 질 것 같다. 윌스미스 본인 또한 백인들이 주름잡고 있는 그 세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월등히 앞선 지위를 차지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자칫 짧은 시간만에 오명과 암울로 뒤덮인 인생 그대로 끝나버렸을 주인공과 상당 부분 매치를 이루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땡큐 스타벅스>를 읽으면서도 거듭 되새긴 문장이지만, 나 또한 내 주변 지인들 및 불특정 다수에게 희망의 지표가되는 사람이고자 한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사치일지 모를 방황의 시간동안 유일하게 확신을 가진 내용이다.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런 책들을 더욱 많이 읽고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이번에 <나는 희망이다>를 접하면서 무려 9년전에 읽었고, 한참동안을 내 기억 속에 출연한 바 없는 오히라 미쓰요씨의 이야기가 떠올랐던 것 처럼 말이다. 조금 더 용기를 얻고 싶다. 제프헨더슨이 내게 희망이 되어준 것 만큼 나 또한 할 수 있다는 그 용기가 내게는 지금 절실히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내게 그러한 의미에서 매우 적절한 시기에 다가왔다. 맞다. 제프헨더슨, 당신은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