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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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서명: 밤을 걷는 밤

지은이: 유희열, 카카오TV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분량: 283쪽

낮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그대들. 평안한 밤은 보내고 계신지.

요즘 우리의 인생은 퍽 팍팍해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진정 나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지 조차 방향을 잡기 힘들어 갈팡질팡한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밤’을 걷는다니.

새벽 감성 가득 차올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나에게 한 칸의 휴식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 같았다.

나는 책을 읽으며 상상하는 것도 좋았지만, 실제로 누군가와 함께 밤산책을 하는 기분이 들었으면 해서

카카오TV에서 제작한 해당 프로그램을 함께 보면서 읽었다.

그래서 그 밤의 분위기, 그 정취를 실제 내가 거기에 있는 것처럼,

마냥 행복하게 그 소소한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밤의 진행자’로 활약해 온 유희열 프로듀서와 함께 걷는 밤.

담담한 표현력으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말을 건네곤 하는 그이다.

그래서 더 설레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접하게 되었고,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휴식을 취한다는 기분, 그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었다.

유희열 프로듀서가 아마 이 산책을 하며 가장 많이 한 말은, ‘기분이 너무 좋다’였다.

음, 그렇다. 나도 처음부터 끝까지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당신을 위한 첫 번째 길. 시작하는 연인이라면…

마음과 기억의 시차를 맞추는 시간 – 종로구 청운효자동

변하지 않아 참 고마운 동네에서

천천히, 마음과 기억의 시차가 좁혀져간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나의 고향. 나의 안식처.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담은 장소.

그 곳이 유희열 프로듀서님에게는 청운효자동이었다.

그 때 그 시절이 그립고 애틋해보였다.

모두에게 그런 시절, 그런 기억이 있을 터이다.

또, 나는 ‘무무대’에 가보고 싶어졌다.

무무대의 의미는,

‘아름다움 빼고는 아무것도 없다’

바쁘고 활기참 속에도 무언가 나른한 분위기가 풍기는 서울의 정취를

서울에서 한 걸음 밖으로 나와

‘서울’이라는 도심을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준다. 영상으로 봐도 절경이다.


당신을 위한 두 번째 길. 길 잃은 기분이 드는 밤엔…

느리게 걸어야만 겨우 보이는 풍경들 – 용산구 후암동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니까.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우리 모두는 달린다.

이유는 많다.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다들 뛰니까. 내 꿈을 위해. 나를 위해.

그렇지만 그러다 보면, 오히려 나를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끔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지. 잘 살고 있는 것인지.

나 스스로를 돌아볼 때 길을 잃은 것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길을 잃은 마라토너를, 용감한 탐험가로 만들어주는 길.

용산구 후암동이다.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니까.’

당신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다. 그저 탐험 중일 뿐.

나침반을 잃어버린 나그네여, 두려워하지 말고 별을 보며 걸어라.

새로운 길을 마주했을 때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을 갖고 탐험을 해보자.

실패할 수도 있겠지, 좌절할 수도 있겠지.

그렇지만 그것 역시 당신에게 큰 자산이 아닌가.

도시가 나에게 또 위로와 가르침을 준다.


당신을 위한 세 번째 길. 일상이 초라하게 느껴질 땐…

비 오는 밤, 성곽길을 걷게 된다면 – 중구 장충동

일상의 온갖 남루한 것들이 밤이 되면 어렴풋해져.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밤의 정취는 낮의 정취와는 다르다.

어느 정도 나른한 느낌이 항상 있는 것 같다.

그 정취에 비장미까지 더해졌을 때 또 색다른 분위기가 난다.

중구 장충동이 바로 그렇다.

한양도성 성곽길. 3.1 독립운동 기념탑. 유관순 열사 동상. 그리고 수표교.

역사의 찐득한 발자취가 남아 그 향기가 베어있다. 아름답다. 곱다.

골목골목 베고니아 꽃이 나란히 길게 나열된 계단 역시

동네 주민들과 함께 숨 쉬어 온 시간과 일상이 만들어낸 정겨운 분위기를 풍긴다.

비와 도시. 도시의 골목. 꽃. 그리고 역사.

당신은 대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 시간을 가벼이 여기지 말고 하루하루 소중히 여기며 살기를.

나의 오늘은, 내일의 어제이다.

오늘 하루가, 당당한 어제로, 당당한 나의 역사로 기억되기를 하고 바라본다.


당신을 위한 네 번째 길. 추억에 잠긴 밤엔…

우리, 명동 산책 갈래? – 중구 명동

불빛은 일상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

힘든 시기에도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분투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명동은 사람들이 바삐 다니는 활기찬 동네인데,

명동 산책 갈래? 라니.

그 문장 자체의 어색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이 챕터를 읽으며, 유희열 프로듀서님과 그 동네 밤 산책을 함께 하는데,

명동 참 아기자기하면서도 모던한 묘한 매력의 도시구나.

‘불빛은 일상이 끈질기게 이어지고 있다는 증거,

힘든 시기에도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분투의 흔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연인과 함께 하는 밤, 낯익다 못해 그냥 내 일상 속 하나의 공간에서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이 도시의 사랑스러움을 한껏 즐겨보자.

덕수궁 돌담길은 역시나 아름답다. 애인 생기면 손잡고 돌아댕겨야지.


당신을 위한 다섯 번째 길. 생각이 많은 밤엔…

엄마에게 걸음으로 부치는 밤편지 – 홍제천

간절하게 기도하는 이들의 마음에

부디 백불의 위로가 아로새겨지기를.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도시는 아름답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 숨쉬는 공간. 그 조화로움이 너무나 곱다.

무언가 차분하고도 나른한 시각.

밤 공기에 맑은 물이 돌을 치며 굴러가며 만들어내는 깨끗한 폭포 소리.

읽으면서 듣기를 잘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에게 추천한다.

밤을 걷는 밤 5회는 유료 결제를 해서라도 영상을 보며 책을 읽고

그 기억을 머릿속에 담아두며, 나도 저 거리를 저렇게 걸어봐야지 생각하며,

그 계획을 머리에 꾹꾹 담아두자.

너무나 아름답다. 그 풍경에 내가 살아 숨쉰다는 것이 기쁠 정도로 아름답다.

바쁜 마음에 평안을 줄 수 있는 시각, 이 거리를 걷는다면

그 다른 무엇도 내게 휴식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듣고, 보고,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


당신을 위한 여섯 번째 길. 온기가 그리운 밤엔…

길은 언제나 삶을 가로지른다 – 관악구 청림동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의 풍경이 너무 많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지금까지는 거시적인 풍경을 봐왔다면, 이젠 보다 내밀한 미시적인 풍경 같다.

우리의 일상 속 녹아든 거리의 풍경이다.

일상이라 해서 괴로운 것이 아니다.

거리는 우리의 슬픔, 기쁨 등 온갖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는 일상의 장소일 뿐이다.

많은 이들이 활기차게 행복한 걸음으로 걷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흐뭇하다.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삶의 풍경이 너무 많다.’

길은 활기찼다가도 잔잔해지고, 모던한 풍경이 이루어졌다가도 갑자기 예스러워진다.

버라이어티한 길의 굴곡.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의 굴곡 역시 모두 삶이다.


당신을 위한 일곱 번째 길. 숲길을 걷고 싶다면….

산도 인생도,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 동대문구 천장산 하늘길

산도, 인생도,

오를 때만큼이나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심야 산행. 어색한듯 싱그럽다.

아침 산행, 새벽 산행은 들어봤어도 심야 산행이라니.

그렇지만 또 다시 이 책을 읽고, 보고, 들으면, 아. 나쁘지 않구나. 오히려 좋다. 라는 걸 느낀다.

어색해보이는 것들이 무색하게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

산행을 하면서 유희열 프로듀서님이 하시는 말들이 내게 또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산길을 올라올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풍경이

내려가는 길에야 눈에 들어온다.

인생도 그렇다.

위만 보며 아등바등 오를 때에는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나는 주변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가?

나는 부단히 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너무 편안한 삶을 사는 것 같다ㅎㅎㅎ

‘산도, 인생도, 오를 때만큼이나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이를 먹고, 내 나이가 마흔, 쉰이 되었을 때 즈음엔 어떤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게 될까.

그리고 나의 노년기를 맞을 때, 나는 어떤 어른으로 기억이 될 것이며, 어떤 삶을 누리게 될까.

보다 좋은 어른으로 기억에 남고 싶다. 인상 깊은 인간, 인생의 획이 진한 인간이 되어보고 싶다.

그런데 그 질문들은 아직 오를 때의 질문이다.

나는 아직 인생을 한창 오르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길, 열심히 걷고, 그 길, 예쁘게 다듬어 놓아야지.


당신을 위한 여덟 번째 길, 시간 여행자가 되고 싶다면…

도시의 혈관이 지나는 골목에서 – 행촌동~송월동

독립문에서 경희궁에 이른 이날 산책 코스는

시간의 틈새들을 애틋하게 걷는 느낌이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시간은 도시를 만들어주는 핵심 재료인 것 같다.

역사의 흔적이 깊게 묻은 거리를 보니, 더욱 그렇다.

독립문부터 시작해서 권율 집터와 거대한 460살 어르신 은행 나무, 돈의문 박물관 마을, 끝으로는 경희궁까지.

역사의 향기는 우리의 가슴을 웅장하게 만든다.

심장이 웅웅 울린다.

나에게는 그저 옛 것들일텐데, 왜 내 마음을 흔드는지.

시간과 역사의 힘일까. 괜히 애틋하고 흐뭇하다.

유희열 프로듀서가 강추하는 밤마실의 훌륭한 관광 마을이라니,

나도 다음에 꼭 방문하겠다고 다짐을 한다.


당신을 위한 아홉 번째 길, 왠지 무기력한 날엔…

산책의 끝은 언제나 집 – 강남구 압구정동

거리를 혈관에 비유한다면

젊은 피가 수혈돼야 하는 것이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유희열 프로듀서님의 출근길 산책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우리나라의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안테나 뮤직의 본사 앞에서 시작한다.

나 역시 안테나 뮤직의 큰 팬이고,

특히 정승환 팬클럽인 US에도 가입해서 활동할 정도로 애정이 있는 회사라서

괜히 시작 포인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마음에 더 간 것 같다.

호남식당….. 꼭 가봐야지.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말도 잘 못 거는 성격의 나이기에

안테나 소속 스타들을 만약에 그 곳에서 마주치게 된다고 하더라도 말을 붙이지는 못하겠지만,

곁눈질으로라도 좇고 싶다.

이번 밤산책의 엑기스는 압구정 로데오였다. 예부터 힙한 장소, 힙한 거리의 대명사.

거리는 젊은이들의 피가 수혈되어야 살아난다는 그 말에 동감이 간다.

그리고 화려한 거리에서 괜히 숨고 싶어하는 심리를 나 역시 너무나 공감할 수 있어서 웃음이 났다.

그리고 집 가기 전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집까지 걸어가는 길에

뭐라도 가족과 함께 먹을 것을 사 간다는 사실에, 또 다시 이 생각이 들었다.

유희열 프로듀서님은 참, 멋있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행동이 일상에 당연히도 베어들어있다는 것이 얼마나 멋있는가.


당신을 위한 열 번째 길, 최고의 야경을 보고 싶다면…

빛과 물과 가을이 쉼 없이 노래하는 밤 – 성동구 응봉동

한강은 그 색색의 빛을 전부 끌어안고서

서울의 밤을 노래하고 있었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응봉산에 가봐야겠다.

한강, 남산타워, 중랑천, 반짝이는 도로들과 건물들, 움직이는 사람들, 연인들.

이런 뷰를 보고있노라면 무언가 가슴 속에 넘실대는 것이 느껴질 것만 같다.

지친 나의 삶을 위로해줄 수 있는 반짝이는 불빛들, 일렁이는 물결들을 구경하러

응봉산에 한 번 놀러 가 보아야겠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내 근처에 또 무엇이 나에게 위로를 건네고 있는지 관찰해보자.


당신을 위한 열한 번째 길, 설렘이 필요할 땐…

모든 것이 뻔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 송파구 방이동

여기는 절대적으로 연인을 위한 코스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이 장의 이름을 보고 ‘뻔하지 않은 삶을 살라’는 주제의식을 가진 산책이었는지 생각했는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이 모든 것이 뻔하고, 인기 있는 것에는 전부 이유가 있다.

그 거리가 활기찬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모든 것이 거대하고, 그 거대함 속에서 빛과 같은 것들이 거리를 장식하며

거리 자체를 무언가 꿈과 희망이 가득찬 테마파크로 만들어버리는 것.

산책을 하려면서도 괜시리 마음이 들뜬다.

동심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은, 빛의 힘이다.

그리고 사실 처음에 올림픽 공원 쪽은 내게 정말 인상적인 공간 중 하나이다.

수능이 끝나서 정승환 콘서트를 처음 볼 수 있었던 장소이고,

콘서트를 보기 전에는 좋아했던 친구와 사이좋게 커피를 사서 하나씩 들고 올림픽 공원을 활보했다.

내게도 좋은 기억이 많은 동네라, 읽으면서도 나 역시 괜시리 들떴다.


당신을 위한 열두 번째 길, 옛 것이 그리울 땐…

기억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켜낸 동네 – 성북구 성복동

공간을 잃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기억을 잃기 싫었던 것이 아닐까.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성복동’하면 부자 동네라던데.

부자 동네,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면 딱히 볼 것이 없지 않나? 생각이 들었건만

또 오산이었다.

성복동 옛 기억을 지켜오던 동네는 아기자기하게, 그리고 깨끗하게 그 터를 지키고 있었다.

거리 사이사이 미술관, 카페, 공중화장실이 위치해있고,

그게 너무 사랑스러워 찬찬히 뜯어보게 된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그래서 더 깨끗한 마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거리에 그대로 남아 기록되어 있어

아련하고도 흐뭇하다.


당신을 위한 열세 번째 길, 여행이 고픈 날엔…

옛것과 새것이 뒤엉킨 시간의 교차로 – 종로구 종로

젊음의 거리부터 탑골공원까지

겨우 몇 블록을 사이에 두고

모든 세대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청계천변에 가본 적이 있다.

그 땐 여름이었는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시원한 물줄기 때문에 그 해 여름을 그 기억으로 시원하게 보냈던 것 같다.

그리고 종로가 이렇게 한 블록 사이사이로 세대를 휙휙 넘기게 되는 공간인 줄은 몰랐다.

‘젊음의 거리부터 탑골공원까지

겨우 몇 블록을 사이에 두고

모든 세대가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

그만큼 모든 세대가 편안함을 느끼고 어우러질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아닐까.

종로의 불빛은 다른 동네의 불빛보다 내게도 훨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준다.


당신을 위한 열네 번째 길, 문득 권태로운 밤엔…

각자의 치열함이 빛을 내는 거리 – 종로구 창신동

밤을 대낮같이 밝히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내 삶에도 뜨거운 불을 붙이고 싶어진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11시 어둠 속에서 빛으로 환히 빛나는 거리, 동대문.

그 시간대에도 사람들이 많이 활보하고 도로는 차들로 꽉꽉 막혀있다.

창신동의 주택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이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돌산마을 조망점의 일제시대 때 화강암 채석장도 힘든 시간을 굳세게 버텨온 흔적이다.

그 열정, 치열함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열정, 나의 치열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밤을 대낮같이 밝히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내 삶에도 뜨거운 불을 붙이고 싶어진다.’

그러니 힘내라, 청춘이여.

이 동네를 눈으로 좇아 거닐며 떠오르는 노래가 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에릭남이 ‘슬기로운 감빵생활’ OST로 리메이크한 곡도 좋다.


당신을 위한 열다섯 번째 길, 시시한 수다가 필요한 밤엔…

시시한 이야기가 그리운 밤에 – 홍대입구~합정동

나이를 먹어가면서 실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그런 시시껄렁한 시간과 얘기를 나눌 친구가

점점 없어진다는 거다.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추억 여행으로 가득 찬 밤이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추억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유희열 프로듀서님의 그 때 그 기억을 나도 함께 더듬어보고, 상상하며 그 공간을 바라보니

또 새롭게 다가왔다.

모르는 공간인데 애틋하다.

사실 모든 공간이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에겐 어떻게 기억될 지 모르는,

수 많은 사람들의 기억이 공존하는 것이 모든 공간일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변화가 존재하지만, 그 기억까지는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변화의 중심인 도시가 더 애틋한 것 같다.

외관은 변화해도,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당신을 위한 열여섯 번째 길, 마음이 시끄러울 땐…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 영등포구 선유도 공원

머잖아 사람들로 가득해진 거리에서

지금까지 산책한 길들을 다시 걸을 수 있으면 좋겠다.

같은 공기를 마시며, 서로의 어깨를 마구 스치며.

유희열.카카오TV, 「밤을 걷는 밤」 中

겨울의 향기가 짙게 베인 산책이었다.

처음 산책은 한여름이었는데, 이번에는 한겨울이다.

한 겨울의 공원에서 풍경소리라니, 운치있다.

마지막 피아노로 마무리 된 산책이라, 행복했다.

나도 너무너무 잘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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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Anyway - 민들레 홀씨처럼 전 세계로 퍼져나간 역설의 진리
켄트 키스 지음, 강성실 옮김 / 애플씨드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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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계명; 정직하고 솔직하면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그래도 정직하라."

75pg) 당신의 힘은 당신 안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으로부터 인정받지 않고서도 스스로 떳떳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나 또한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자주 따끔했다.


나 역시도 ‘보여지는 나’에게 더 충실함으로서, 남에게 보이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쉽게 포기해오는 경향이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힘은 당신 안에서 나온다’라는 말은, 어떤 장비를 몸에 장착하기보다는 몸 자체를 수련하듯이, 다른 어떤 것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떳떳하게 신념을 지키기 위한 정신 수련에 대해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이었다. 또한, 무너진 것을 다시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절망적인 순간에 포기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실패에 대해 좌절하지 말고 노력했던 과정을 다시 돌아보며 그 과정 안에서 내가 떳떳한 삶을 살았음을 받아들이고 자부심을 느끼며 재도전하라는 의미로도 느껴졌다. 스스로 ‘비눗방울 멘탈’을 지니고 있다고 느끼는 나는, 켄트 키스의 <그래도>라는 책 중, 특히나 위 두 구절들을 통해, 어떻게 정신 수련을 함으로서 비로소 강인한 멘탈으로 거듭날 수 있는지 조금이나마 배우게 된 것 같다




제 1계명; 사람들은 논리적이지 않고 불합리하며 자기중심적이다.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라."


제 10계명; 당신이 가진 최선의 것을 세상에 주고도 크게 낙담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최선의 것을 세상에 주어라."


누군가에게 어느 정도 깊이의 애정과 호감이 있어야 이를 ‘사랑‘이라 일컬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궁금증이 역설적 리더의 제 1계명, “그래도 그들을 사랑하라“, 성서의 마태복음에 언급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에 대한 회의감으로 번진 것 같다. 나는 내 가족 외에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한다 당당히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한, 나는 이기적인 사람, 욕심 많은 사람인 것 같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내가 약할 때는 더 강해지기 바빠서 최선의 것을 세상에 줄 여유가 없고, 내가 충분히 강해진다면 그 곳에서 물러나는 것이 쉽지 못하기 때문에 최선의 것을 포기하기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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