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이마음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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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한국공포 문학의 밤>시리즈의 두번째 책. 브릿g에서 열린 '제 9회 작가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마음 작가의 <사람의 심해>이다. 150페이지 남짓의 짧은 중편소설이다.

(스포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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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정유의 가문엔 오래된 비밀이 있다. 소가 집안의 사람이라면누구나 죽은 몸에서 수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생선을 비롯한 어패류는 물론 관상어까지 그 종류는 바다에서 팔수 있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그 수산물로 '소가 수산' 이라는 가업아래 대대손손 부유하게 살아왔다. 혈연의 죽음을 이용해 더군다나 시체에서 나온 수산물로 버젓이 부를 축적해온 가문의 파렴치한 형태에 질린 유정은 가문을 등지고 나오지만 가문 밖 사정도 만만치 않다. 성추행과 임금 체불과 늘어나는 빚, 타인의 희생과 고통을 밑바탕으로 굴려가는 사회 역시 정유를 서서히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정유의 서사에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했다. 차라리 자신의 가문 아래서 죽은 사람을 이용해 사는 것이 좀 더 나은 삶일까.

사람의 심해엔 무엇이 있을까. 수산물이란 형태로 그 내면을 형상화시킨 점이 아주 신선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책의 초반에 정유의 작은아버지 기선의 에피소드는 정말 압권이었다.) 다소 기이한 소재를 바탕으로
생명과 죽음의 무게가 가벼워진 사회 구조 속에서 적당히 순응해서 살아가느냐 혹은 박차고 나올것이냐에 대한 묵직한 물음을 던진다.
이 가문의 오래된 가업은 과연 축복일까. 소신을 가지고 체제에 저항하고자 했지만 결국 삶을 져버린 정유와 안온한 일상속에서 적당히 방관했던 정민의 이야기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이 책의 공포는 비로소 완성된다.





P90 정유는 얼굴을 감싸다 자신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이럴바엔 가문에 남는 게 나았을까? 산 사람이자 타인의 고통을 등지고 생활하는 것보다는 가족의 죽음을 밑받침 삼아 삶을 잇는게 나았을까? 정유는 산 사람을 이용하는 것과 죽은 사람을 이용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질이 나쁜 행위인지 알 수 없었다.

P149 죽음을 죽음 그 자체로 다루는 일. 죽음은 부가 가치를 가진 재산이 되어선 안 된다. 그 누구도 그걸 누릴 자격이 없다. 죽음은 오롯이 한 사람의 삶이 종료되었다는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산 사람은 죽음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게 되니까. 죽음에 주렁주렁 매달린 각자의 이익을 탐하는 순간 망자는 마지막 휴식마저 취할수 없게 되니까.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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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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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포문학 단편선>< 단편들, <한국공포문학의 밤>을 이은 새로운 시리즈가 출간됐다. 일곱 편의 중편소설이 각각의 단편집으로 하루에 한권, 일주일 컨셉이다. 일곱권의 책 중 월, 화 두 권의 책을 서평단활동으로 받아보게 됐다.
전건우 작가의 앨리게이터는 월요일에 해당되는 시리즈의 첫번째 소설이다.

교통사고로 왼팔 하나를 제외하고 전신마비에 이른 한 남자의 생존 분투기이다. 보험금 한 푼 받을 수 없어 금전적으로 어려운 상황과 더불어 무자비하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엄마의 애인까지 집에 들어와 모자 위에 군림하기 시작한다. 잔인하고 난폭한 '앨리게이터' 같은 박봉주. 그의 폭력 아래 살지도 죽지도 못하는 그의 삶은 점점 피폐해져 간다.

한 순간 남자에게 들이닥친 공포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잃어버린 신체의 자유와 경제적 어려움의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앨리게이터로 묘사되는 극악한 폭력 앞에 서서히 잠식되는 절망과 무기력함은 그의 마음까지 잡아먹게 된다. 종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는 인생의 허무와 불안까지.(이것이 진정한 공포가 아니겠는가) 참으로 지독하고 예리하게 쓴 현실 공포소설이다.
100페이지 남짓의 짧은 소설이지만 압도되는 글의 분위기와 몰입감, 그 무게가 참으로 무겁다.

무너진 삶 앞에서 다시 살아야 하는 이유까지 담백한 마무리 또한 아주 좋았다.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P72 내게 한 가닥 남은 공포심은 허무와 연결돼 있었다. 마지막 숨을 내뱉는 그 순간에 지금까지의 인생이 실패 그 자체였다는 걸 받아들일이게 될까 봐 두려웠다. 한순간도 행복했던 적이 없었다는 허무가 최후의 감정으로 남을까 봐 무서웠다.

P92 저 지독하고 악랄한 존재는 내 공포심의 산물이었다. 내가 두려워하는 감정이 그대로 투영되어 놈은 악어가 되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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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 오는 길에 글을 썼습니다
김중혁 지음 / 안온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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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개의 영화 에세이가 실려있다.
작가에게 영화의 처음 시작은 현실로부터 달아나기 위한 도
피처였다고 한다.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다음부턴 자연스레 영화로부터 모든 것을 찾아다녔다. 다른사람들이 생각과 이야기뿐만 아니라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까지도 영화에서 찾았다고 ~
결국 영화는 곧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었다. 이 에세이는 작가의 영화에 대한 진한 애정이 담겨있다.

책을 받아본 뒤 목록을 살피며 내가 본 영화가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한달에 보통 3-4편의 영화를 꾸준히 본다고 생각했는데 77편 중 겨우 열 다섯편 남짓이라니! 내가 본 영화는 몇 개인지, 어떤 영화를 추천하는지, 같은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비교해보며 읽어보면 재밌을 책이다.

아, 영화를 보고 난 뒤 작가가 소개하는 영화에세이 쓰는 노하우는 다음과 같다.
1.영화를 본다
2.영화를 보며 메모한다( 중요한 대사, 고유명사,사건의 핵심이 되는 장면 등등)
- 영화의 전체적 흐름과 장면 복기에 도움이 된다.
3.컴퓨터로 옮긴다.
- 메모에 영화를 보며 한 생각을 더 해 좀더 구체적으로 살을 붙인다.

책을 읽으며 두 편의 영화를 봤다. 당분간 이 책을 따라가며 영화를 볼 예정. 든든한 추천리스트를 얻었다.




P14 사람들은 이야기를 대할 때 자신의 인생 전체를 대입한다. 시간을 편집하여 이야기를 배치한 것이 영화라면,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다시 그 이야기를 자신의 방식대로 편집한다.

P27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은 기쁨을 온전하게 누리고, 슬픔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고통을 피하지 않으려 애쓰고, 몰랐던 일에 대해 알게 되는 과정이다.




+책에 나오는 영화 중 추천 보태는 영화는

-이니셰린의 밴시
-컨택트,
-드라이브 마이 카,
-애브리씽 애브리웨어 올앳원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사랑은 낙엽을 타고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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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강하다 래빗홀 YA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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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청소년 소설을 자주 찾게 된다. 일단 부담이 없고 술술 읽히며 그 깊이 또한 얕지 않다. 청소년의 눈 높이에서 읽힐 것을 고려하면 명확한 주제 전달과 난이도 조절이 되려 더 까다롭지 않을까 🤔
래빗홀의 <달리는 강하다>는 래빗홀ya 두번째 책으로 출간된 청소년 소설이다. 김청귤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이기도 하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좀비화 되고 할머니와 함께 살던 고3 강하다는 봉쇄된 도시에서 머무르길 선택한다. 엄마가 떠난 이후 할머니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하다는 할머니를 외면할 수 없다. '예비좀비' 할머니와 하다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아파트에는 그들 외에도 미처 피신하지 못한 같은 반 친구 이은우, 10층 지혜 이모와 사랑이, 초등학생 지민이도 있다. 오지랖 넓은 하다 할머니 덕분에 그들과 차츰 '식구'가 되는 과정이 흥미롭다.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 현동 할아버지까지...괴로움을 떨치러 달리기를 시작했던 하다는 이제 그들을 위해 부지런히 달린다. 세상 밖으로!마트를 향해!
재난 소설이지만 마냥 절망적이지도 우울하지도 않은 건 하다의 성장과 그들의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희망이란 게 거창할게 뭐 있겠는가. 곁을 내주고 기댈수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 만으로도 절망하지 않으며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용기있는 하다의 달리기가 곧 희망이 아닐까.

이 책이 특이한 점은 등장인물부터 좀비화되는 악인 또한 두 약자라는 점이다. 세대 간 혐오와 특히 노인기피와 혐오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 시대 사안이다. 더불어 새로운 가족의 재구성까지 쉽지 않은 주제를 매끄럽게 봉합한 것에 탁월함이 느껴진다. 유난스럽지 않은 뭉근한 온기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P96 시간이 흘러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서 할머니와 떨어졌지만, 오지랖 넓고 발도 넓고 정도 많은 할머니에게 사랑을 흠뻑 받은 나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지낼 수 있었다. 엄마를 이해하고 사랑하면서도 엄마한테 서운해하고, 화내고, 슬퍼하고, 엄마때문에 외로워하고, 체념한 후에 응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라온 나라서, 엄마의 딸이 아니라 할머니의 손녀라서, 아기를 위해 무릎까지 싹싹 비는 아기 엄마를 돕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p219 '나를 낳고 키운 것도 엄마에겐 지긋지긋한 삶이었을까 ' 하는 생각이 습관적으로 들었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우울한 생각 대신 은우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우리는 피는 통하지 않았지만 매일매일 같이 밥을 먹는 식구이고 서로를 생각하는 가족이었다. 나에게는 애정을 주고 받는 가족이 있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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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 역사에 늘 존재했던 자녀 없는 삶
페기 오도널 헤핑턴 지음, 이나경 옮김 / 북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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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여자들

-페기 오도널 헤핑턴 , 북다

저자는 현재 시카고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페미니즘, 여성운동, 인권 등 다양한 주제로 가르치고 있다.

"어머니가 아닌 사람(not a mother)'이라는 말로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다. 타인의 긍정적 정체성을 부정함으로써 내 정체성을 세우고 싶지 않다. "
-실라 헤티

현재 대한민국은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결혼을 하지않는다거나, 결혼을 했어도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도 적지 않다. 특히 자녀를 갖지 않는 여성이라면 어떨까? 페미니즘의 물결이 거센 최근에도 출산을 하지 않는 여성은 이기적이거나 비정상적인 존재로, 심지어 여전히 여자의 자궁이 심심치 않게 공공재로 여겨지곤 하는데, 과거에도 이런 여성들이 존재했다면?

이 책에 따르면 사실 역사 속에선 늘 어떤 이유에서든 자녀를 갖지않는 여성은 존재해왔다는 것을 알 수있다. 피임법의 발달과 모성과 여성의 불일치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그 이전에도 말이다.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이나 19~20세기 초 영문학 고전의 작가들을 열거하면 자녀없는 여성들의 인명록이 된다고.
제인오스틴, 조지 엘리엇, 브론테 세 자매, 에밀리 디킨슨, 이디스워튼, 버지니아 울프...등등
유명 작가의 사례이외에도 실질적 범사회적인 현상도 있었다.  콘돔 사용과 임신중지, 무자녀비율은 1930년대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단다. 대공황시기 여성이 자녀를 갖지 않은 이유는 분명히 드러난다. 자녀를 갖는 것보다 '생존'을 선택한 것이다.
("출산율은 절망의 바로미터다."
-인구학자 다월 마이어스-)
그리하여 이 책은 그 여성들을 역사 속에서 소환하여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실로 풍부한 여러 사례가 실려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인물인 존 행콕의 경우 자녀없는 숙모 손에 자랐다. 그것은 당시  대가족 및 공동체가 이뤄낸 결과였다고 , 가정에서 가정으로 아이들을 위탁하는 구조로 다른 여성과의 긴밀한 관계망 속에서 자녀를 양육했고  대부분의 여성은 출산과 관계없이 누군가의 어머니로서 역할을 했다고 한다.  혈연의 영역을 벗어나 다양한 사람이 삶의 친밀한 영역에 들어올 수 있었고 가족의 정의는 유연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비출산은 유독 현 시대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문제도 아닐 뿐 더러 , 비출산의 이면엔 여성 개인의 선택만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적 조건을 비롯한 다 각도의 차원에서 풀어야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점점 더 다원화되는 세상에서
출산, 육아 , 여성이라는 범주에 벗어나  한 인간으로 좀더 나답게 살수있게 되길, 모든 여성이 자유로워지길, 현 시대에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추천!!

🔖P44 대다수의 사람이 삶의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갖지 못하거나 원하지 않는 데는 슬픔이 따르기 마련이다. 셰릴 스트레이드가 "우리를 태워주지 않은 유령선"이라고 부르는 삶, 즉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삶이 안갯속에서 어렴풋이 소리없이 스쳐 지나가는 모습에 슬퍼하는 이도 많다.(...)타인의 기대와 다른 삶을 사는 것에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P247 우리 사회에서 "아이를 강조하는 만큼 성인은 무시된다. 여성은(인류를 확산하는)목적의 수단으로 간주되어 아름답고, 활기차고, 가치있는 그 자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남성은 단순한 제공자로 간주되어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다"고[아이라는 덫]은 지적한다.

🔖P272우리는 온전한 존재가 되기 위해 결혼하거나 엄마가 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는 삶'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제니퍼 애니스턴





📍서평단으로 선정,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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