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간식집 - 겨울 간식 테마소설집
박연준 외 지음 / 읻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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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간식집>

지난번 mbti테마소설집에 이어 이번엔 '겨울 간식'을 테마로 <겨울 간식집>이란 소설집이 나왔다.

참여 간식은 뱅쇼(박연준), 귤(김성중), 다코야키(정용준), 만두(은모든), 호떡(예소연), 유자차(김지연)로 6개의 간식이 등장, 여섯 분의 작가님들이 쓴 단편을 묶었다.
한 해가 얼마남지 않은 지금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기 마련인데 요즘 읽기 좋은 책이 아닌가 싶다. 겨울 간식이 테마지만 결국 나와 타인의 관계 맺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때는 서로의 존재를 더욱 더 분명하게 만들어주던 관계였지만 지금은 멀어진 사람을, 늘 내 뒤에서 지켜봐 주는 가족,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 우연히 알게 되었지만 그 어느때보다 돈독하게 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살아가며 연을 맺었던 인연들을 떠올리게 했다. 각각의 소설에 적재적소로 녹아든 간식들 또한 좋았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어떤 날은 귤을 까먹으며, 어떤 날은 유자차와 또 어떤 날은 호떡을 먹었다. 한마디로 책을 읽으면 간식이 땡긴다는 점!
인상 깊었던 단편은 박연준 시인의 <한두 벌의 다른 옷>이었다. 작가님의 소설이 처음이기도 했고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지만 이제는 멀어진 사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지난날의 안타까움과 더불어 모순을 잘 담아낸 것 같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소설을 읽어본 김지연 작가님의 <유자차를 마시며 나는 쓰네>도 좋았다. 유자차를 담그고 마시며 세상을 떠난 숙모와 오빠를 애도함에 무겁지 않고 작가님 소설에서 엿보이는 특유의 몽글몽글한 따뜻함과 버무러져 딱 좋았다.
정말 따뜻한 유자차를 마신 후 기분 좋은 온기가 느껴지는 듯한 소설이었다.

🔖P25 생활에 찌들어 있다가도 영혜의 작업실에 가는 날에는 내 눈에서 빛이 나는 것을 느꼈다. 영혜는 나를 선명한 존재로 느끼게 했다.(한 두벌의 다른 옷)

🔖P36 이제 내 주머니에는 어떤 별도 들어 있지 않겠구나. 타인은 아름다워, 이렇게 말하던 시간도 결국 졸아든다. 꼭짓점이 여덟 개, 혹은 여섯 개인 사람이 만나 마음을 뜨겁게 끓이고, 휘젓는 순간 . 가장 중요한게 휘발되듯이.(한 두벌의 다른 옷)

🔖P87 관심도 없는 걸 들여다보고, 만난적도 없는 사람의 인생을 관찰하고, 보지도 않을 드라마의 하이라이트를 보며, 오늘과 내일을 다 망치고 있네. 정작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은 돌보지도 못하면서. (겨울기도)

🔖P124현재를 침범하고 있는 과거의 목소리가 이런 식으로 미래에까지 이어지라는 비약적인 예감이 스쳤다.(모닝루틴)

🔖P203 사는게 너무 달아서 때론 숙모와 문재오빠에게 미안해졌다. 달고 따뜻한 걸 살아남은 우리만 계속 먹는거 같아서 . 혼자서만 껴안고 있으면 썩어 문드러질 것을 알면서도 어쩐지 선뜻 삼촌에게 그 영상을 내보일 수가 없었다. 지극히 행복해질 때마다 느닷없이 슬퍼지곤 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나도 알지만(유자차를 마시고 나는 쓰네)

🔖P168 나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되도록, 겨울을 조금 대비하고 준비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좋은 습관, 좋은 습관을 들여서 내 삶을 건실히 운영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 물론 머지 않아 또 실패하겠지만 . 나는 실패를 많이 해서 실패에 덤덤하다. 그래서 괜찮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불쌍한 사람들이 자신을 불쌍히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겨울레시피-예소연)

📌 출판사로부터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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