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은유 지음, 이지선 북디자인 / 읻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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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는 한국 시 번역가 7명의 인터뷰집이다. 한영 번역가 호영, 안톤 허, 소제, 알차나, 새벽, 한일 번역가 승미, 한독 번역가 박술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들어가는 글에 보면  언뜻 두 개의 언어에 능통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직업인의 서사지만 은유 작가님이 이들을 인터뷰하며 찾은 키워드는 '소수성', '자기돌봄', '감탄하는 능력',' 운동으로서의 예술' 네 가지다. 이들은 이민자나 유학파로서 언어와 학력 등 문화 자본을 가진 주류에 속하지만 인종과 젠더 등의 영역에선 근원적인 억업과 차별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 점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시 독해와 번역에는 정답이 없고 답이 없는 것은 아름답고 자유롭지만 불안정하고 혼란스럽다.  7명의 번역가들은 그런 것들에 억눌리지 않고 그들만의 원칙과 소신으로 견고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간다. 그들이 생각하는 번역이란 무엇이며 각 각의 번역스타일은 어떻게 다른지 어떤 자부심을 가지고 임하는지 엿 볼 수 있다. 작가를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비교적 생소한 번역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이 책은 시에게 한 발 다가가고자 하는 독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지금 이 시대를 통과하는 가장 생생한 문학과 번역판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이 책 추천!!



참고로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 라는 책 제목은 폴 발레리의 시구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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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한줄👇

🔖p29 그러니까 답이 없는 거잖아요. 바로 안 떠오르는 건 그만큼 쌓여있는 문화적 두께가 되게 두껍다는 의미니까 제가 고려해야 하는 게 훨씬 많죠. 그래서 이게 어려워서 재밌어요. 해볼 만하게 재밌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뭔가 머릿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느낌, 번역하고 싶은 글을 만났을 때, 피가 돌고 약간 상기되는 기분, 그런 기분이 생기면 하게 돼요.(호영)

🔖p78 저는 언어가 완벽해야지만 의미 전달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발화자 혹은 작가의 에너지가 중요하고 , 그 에너지가 전달되는 거니까요.(안톤 허)

🔖p121 헐 뜯지 않기. '이것도 번역이야? 이런말 하지 않기 . 어떤 말도 가시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조심해요. <초과>는 원본을 손상하지 않는 한 다른 관점을 허용해요. 시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 그게 시의 목적이잖아요? 각 언어의 다층적 의미를 허용해요. 그렇지만 제 기준을 다 없앨 수는 없고, 같은 감정이라도 다르게 표현을 하죠. (소제)

🔖p147 저는 번역을 몸으로 하거든요. 번역하는 문장이나 대사들이 제 몸을 한번 통과해야 '딱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뭔가 연극을 하는 느낌이에요.
(...)온전히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 마음이나 상태가 되어 보려고 노력해요. ( 승미)

🔖p169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걸 깨닫고, 다른 길을 걸어도 살수 있다는 걸 믿었어요. 저는 처음으로 저를 믿었어요. 다른 사람이 아니고 저를 믿었어요. (알차나)

🔖p224 언제나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고민했는데 이젠 그냥 내가 두 아이덴티티 사이에서 계속 불안과 사랑을 동시에 가지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러한들 어떠하고 저러한들 어떠하리 식으로요. 양극적인 것들이 가끔 가다 느껴질 때 그것을 같이 감싸 안는 편이에요. 오히려 요즘은 양극을 가졌다는 게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 새벽)

🔖p236 시 번역은 결과물이 시여야 하죠. 결과물이 아름답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오히려 원본보다 아름다워도 돼요. 번역은 도착어가 아름답게 느껴져야 되니까 저는 심한 직역도 허용해요. 출발어에만 있고 도착어에는 없는 구조를 억지로 넣는다거나, 문장구조든 단어모양이든 낯선 게 들어오는 게 좋아요. 이 언어로 쓰일 수 없는 외향을 가지되 아름다우면 좋겠어요.( 박술)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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