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조금만 -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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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 인터뷰집



p9 그의 경험을 파악하려는 나의 필요는 정당한가? 내가 묘사한 사람은 그 자신의 진짜와 무슨 상관인가. 공허한 수사는 어떤 형태를 갖추게 될까? 타인이 제멋대로 자기를 가두고 계량하고 분류하고 판단하는 것을 누군들 좋아할까? 혹시 내가 무엇을 보았다 한들 한낱 구경꾼의 눈 아닌가? 결국 나는 내 삶에조차 타자가 아닐까?

18년간<GQ코리아>편집장으로 익숙한 저자의 글을 오래 전 <PAPER>에서 종종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첫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는 기존 인터뷰 공식을 따르지 않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고 하니 그 후 다른 인터뷰어들의  교보재가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윗 9페이지에서 발췌한 질문들의 답이겠지. 이 책은 저자의 두번째 인터뷰집이다. 최백호/강백호/법륜/강유미/정현채/강경화/진태옥/김대진/장석주/차준환/박정자를 끝으로 11명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인터뷰이의 목록을 살펴보며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고 서로 간 점접도 크지 않을 것 같은 분들이라 낯설었다. 단지 끌리는 대상이었을 뿐이었다고, 저자의 확고한 색이 묻어나는 프롤로그에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사람을 인터뷰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사람의 삶, 신념, 철학을 안다는 것. 그것을 넘어 타인의 이해를 시도하는 것, 나의 삶에도 그들의 지혜를 빌려 취할 수 있다면 취할 것, 내가 인터뷰집을 읽는 이유다.   
그들은 단단하지만 때론 무너뜨릴 줄 아는 유연함, 즉 본인만의 철학을 간직하고 있었다. 멋있었다. 처음부터 주목 받았을거라 생각했었지만 그 모든 시간이 순탄치 않았음을 , 그들의 인간다움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내게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법륜 스님이었다. 오래 전 커뮤니티에서 법륜스님의 문답이라는 게시글을 본 적 있다. 워킹맘으로 아이와 보낼 시간이 없어 속상해하는 여성 분에게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놀아주라'는 답을 한 것을 보고  워킹맘의 일상을 잘 모르는 건가... 별로 와 닿지 않는 답변에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었다.  그런 기억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내가 이 분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구나 싶었다. 오래전 내가 본 것은 답변의 전체가 아닌 일부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p94 어떤 사물을 전체적으로 봅니다. 두 사람 관계를 양쪽 또는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컵도 위에서 보면 동그라미고, 옆에서 보면 다르지만, 위에서도 보고 밑에서도 보고 옆에서도 보고 해서 그릇의 전모를 파악한다고 할까. 그 사람 얘기를 귀담아듣지만 상대편 입장은 어떻까, 그렇게 조언을 하고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걸 전통적인 용어로는 지혜라고 하지만, 편견과 답을 내려놓고 왜 이런일이 일어나는가의 관점에서 보면 누구나 아는 일이다..."

p95 인간은 흔들림이 없어야 된다, 이렇게 정해버리면 흔들릴때마다 실망하게 되는데 인간은 본래 부족한 존재고, 나약한 존재고, 흔들리는 존재다. 다만 좀 덜 흔들리는 쪽으로 나아간다. 애초에 누구나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런 가운데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p99 제가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건 '지금 출발이다. 어제까지 연습이고, 지금 또 출발이고, 지나면 다시 연습이고, 지금 또 시작이고,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고있어요.



한명한명의 인터뷰가 이 자체로 따로 또 같이 마치 저자가 풀어 놓은 한 권의 이야기 같았다. 저자만의 이해와 색이 진한 인상적인 인터뷰집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서평단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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