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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번역가의 서재
김석희 지음 / 한길사 / 2020년 1월
12,600원 → 12,600원(0%할인) / 마일리지 63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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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서른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구본준.김미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5월
8,400원 → 8,400원(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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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지음 / 경향미디어 / 2010년 4월
6,250원 → 6,250원(0%할인) / 마일리지 31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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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무기여 잘 있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종건 옮김 / 청목(청목사) / 2010년 11월
2,750원 → 2,750원(0%할인) / 마일리지 13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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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에서 비트겐슈타인까지 - 서양철학사 인식론적 해명
조중걸 지음 / 베아르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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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플라톤에서 데리다까지, 언제 출간되지요?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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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기초와 문법
전창훈 지음 / 학일출판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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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가 조근조근 잘 되어 있습니다. 여러번 읽으면 좋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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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구판절판


정화가 동아리에 들어온 자기를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시골 손로 취급할 때 은주는 속으로 웃었다. 강원도 산골 고아원에서 자란 시골아이들이 서울 부잣집 공주님보다 더 많이 아는 것도 있다. 그 지식들은 서울 아이들이 멋 부리느라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익힌 간접 지식보다 종종 더 깊고 내밀하다. -메리 고 라운드-47쪽

시유의 설명이 끝나자 상황이 그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시유의 애인은 플레이어로 성공할 생각 따위는 없는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관람자로 남아 있지 왜 호텔로 들어왔던 것일까?) 시유도 이제 더 이상 플레이어 노릇을 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시유는 은퇴에 대해 이야기했고 바너드 성계의 개척지에서 새 애인과 함께 꾸릴 새로운 삶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러는 동안 남편의 입에서 나오는 욕은 뚱보년에서 뱀으로, 뱀에서 악마로 발전했으며 곧 다양한 구약의 고유명사로 이어졌다 나는 그가 젊었을 때 심심풀이로 아빌라의 성 테레사 전기를 쓴 적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의 무의식이 그처럼 깊숙이 기독교 전통에 박혀 있는지는 미처 몰랐다. -호텔-77쪽

시스템이 로봇의 육체에 새로운 기능을 첨가했다는 소문은 사실인 것 같다. 나는 그 로봇임이 분명한 어린 소녀가 갑자기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가는 걸 목격한 사람들을 몇 명 안다. 반 시스템 운동으로 구속된 한 남자는 로봇이 나오는 꿈을 꾸고 갑자기 개심한 뒤 재판도 없이 석방되었다. 며칠 전 나는 길거리에서 그가 시스템의 성스러움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걸 들었다. 이 모든 일이 어떤 성스러운 목적을 위한 것인지 나는 모른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시스템이 은근히 사디스틱한 유머의 소유자라는 것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안심이 된다. 유머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나는 그의 담당관이 아니지만 나는 그래도 가끔 그 남자를 만난다. 로봇이 떠나자 그는 철학적이 되었다. 그는 아름다움, 성스러움, 진리와 같은 걸 소유하려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많은 책을 읽었고 이제 인류 역사의 모든 끔찍한 일이 위에 열거한 것들을 멋대로 독점하려는 열망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그는 시스템의 가장 큰 존재이유는 그런 것들에 대한 소유의 미련을 가차없이 지워버린다는 것이라고 믿는-144쪽

마지막으로 그는 브로콜리에 도전을 해봤다. 적당히 만만한 놈을 골라 등에 올라탔다. 어디가 급소인지 몰랐지만 닥치는 대로 칼로 찔렀다. 브로콜리는 파란 피를 뿜으며 죽었다. 그는 브로콜리의 시체를 버스 앞으로 끌고 와 해체했다. 실망스러웠다. 브로콜리의 몸에는 '고기'가 들어있지 않았다. 브로콜리를 구성하는 건 고무호스 같은 내장과 초록색 젤리와 파란피, 그것들을 벌집처럼 둘러싼 가죽과 같은 질긴 구조물이었다. 그는 그 모든 것을 먹으려 시도했다. 그리고 다시 토하고 설사했다. -161쪽

...링커 바이러스...그들은 수억 종의 바이러스들로 이루어진 집합이었다. 그들을 묶는 것은 생물학적 공통점이 아니라 기능이었다. 그들은 자신과 숙주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자신과 숙주와 새로운 환경을 유기적으로 통합했고 침략자들의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이들을 통제하거나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건 아메바 한 마리가 인류 전체를 상대하는 것 만큼이나 무모했다...창수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링커들이 그를 개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그의 육체는 우주여행자의 몸으로 바뀌어 있었다. 덕택에 그는 다른 행성의 생물학적 환경과 중력에 비교적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중간에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는다면 그는 브로콜리를 잡아먹을 수 있을만큼 이 행성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조금씩 변형되는 육체를 끌고 코리안루트에 속한 수백 개의 태양계를 떠돌았다. 탈북자들과 남한식민자들이 일으킨 전쟁, 질병, 서로에 대한 공포, 아자니의 변덕 때문에 이 루트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늘 앞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확장되는 스코티시 루트나 브라질리안 루트와는 달리 코리안 루트-173쪽

아이들은 살아남았다. 청수에 대한 복수가 끝나자 그들은 진호의 유언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그들은 직접 집을 지었고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식량들을 찾았다. 그들은 주변에 난 풀들로 옷을 만들었고 죽은 브로콜리의 가죽으로 신발을 만들었다.
나이가 차자 그들은 섹스를 하고 아기를 낳았다. 링커 바이러스의 간섭으로 변형된 유전자를 갖게 된 아기들은 모두 연한 초록색 피부를 하고 있었고 웃는 방법을 몰랐다. 그들은 밤만 되면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었고 맨몸으로 브로콜리들을 사냥했다.
지구에서 온 첫 세대가 모두 죽어버린 40년 뒤에 그들의 인구는 5천명으로 늘어있었다. 10년마다 세대가 바뀌면서 그들은 고립된 행성의 환경에 맞추어 급격히 진화했다. 그들의 수명은 짧아졌으며 몸과 두뇌는 작아졌다. 그들은 이성과 언어를 잃었고 대신 새로운 가각과 비행능력을 얻었다. 평원의 초록색과 시큼한 악취를 받아들인 그들은 새로 얻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행성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후손들에게 진호와 청수, 지구와 다른 세계의 기억을 후대에 나겨주지 않았다. 올리비에가 묵상을 풀고 우주 여행자들이 다시 평원-197쪽

성녀는 지금까지 도시 밖에서 481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건 인간의 달력으로 계산한다면 ㅡ렇다는 거다. 성녀의 관점에서 보면 한 달은 1초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성녀에겐 지금까지 겨우 한 시간 반 정도밖에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는 말이 딘다. 성녀는 낮과 밤이 형광등처럼 껌뻑이며 흐릿한 회색을 만들어내는 이 텅 빈 침묵의 도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254쪽

가끔 아이는 나에게 바깥 세상에 대해 물었다. 나는 크리스티나 뷔히너에 대해 이야기했고 약간의 허풍을 섞어가며 링커 우주의 다양성을 묘사했다. 나는 바다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산화철로 붉게 물든 실바누스 c의 바다, 안나 카레니나 b의 제 1위성 내부벽에 원심력으로 붙어 있는 수은 바다, 살로메 h의 암모니아 바다. 그밖에 내가 직접 보지 못하고 이야기만 들었던 수많은 바다.
...

-278쪽

다윈 생태계 시절의 고생물학 증거들을 고려해보면, 한스카의 토착 고대 문명이나 바다 괴물들은 존재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았다. 후자는 링커 생태계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지난 몇 백년 동안 이들 중 사진에라도 찍혀 은서 기물의 영역에서 벗어난 종은 기껏해야 너덧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지구의 바다괴물들처럼 그냥 상상 속의 존재들처럼 들렸다. 한스캐 개들은 우주로 나가지 않는대신 상상력을 통해 가상의 우주를 바닷속에 투영하는 것 같았다. -279쪽

팓 속에서 무언가 거대한 동물이 그보다 훨씬 거대한 등 위에 올라타있었다. 밑에 있는 괴물은 중간 크기의 한스카 고래였고 그 위에 탄 괴물은 키 8미터 정도의 누런 원숭이처럼 보였다. 이 행성의 중력권 안에서는 직립보행이 거의 불가능한 크기이다. 원숭이의 몸은 빽빽하고 굵은 털로 덮여 있었고, 짧은 다리에 비해 팔은 비정상적으로 길었다. 원숭이는 한스카 고래의 등지느러미를 잡고 천천히 올드 섀터핸드를 향해 다가왔다. 그가 우리의 코앞까지 왔을때 나는 내가 박물관과 책의 사진으로 익숙한 얼굴을 보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마티아스 볼츠만이었다. 남극 대륙에서 몇백 년의 세월을 죽지 않고 버텨오는 동안 그는 지금 우리가 보는 킹콩과 같은 괴물로 진화했던 것이다. ....
-308쪽

아시겠어요? 저들은 개들이에요. 저 물개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 몰린 괴물들 대부분이 당신들의 친척들이지요. 지난 수백 년간 당신들이 추방해왔던 돌연변이들의 후손들인 것입니다. 저들은 아자니를 탁 하늘로 간 게 아니라 볼츠만의 보호 아래 남극에서 살았던 거예요. 그리고 볼츠만이나 아자니를 타고 온 다른 링커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꾸준히 링커 진화를 했겠죠. 그러다 비교적 최근 몇십 년 동안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어떤 것들은 공룡이나 상어 같은 괴물들이 되고, 다른 어떤 것들은 저 물개 같은 종족으로 진화했겠죠. 그러면서도 서로를 엮어주는 하나의 집단을 형성했음이 분명해요.
아이러니컬하지 않습니까? 당신들은 종족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돌연변이들을 추방했어요. 8천만이나 되는 전체 인구를 생각해보면 전혀 쓸모없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바로 그 쓸모없는 일 때문에 남반구에서 지구 포유류의 후손들이 온갖 방향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저들은 앞으로도 맹맹렬하게 번식하고 진화할 거예요. 아마 몇 세기만 지나면 북반구 개들의 인구수를 뛰어넘을 걸요. 저렇게 갑자기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저들은 -310쪽

아무 규칙도 없는 비대칭이었고 군데군데남아있는 인간의 흔적을 제외하면 육체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도 불가능했으며, 날아가는 동안에도 맹렬하게 모양이 변했다. 더 이상한 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어ㅣ었다. 그가 날아가는 동안 허공의 공간은 쭉쭉 찢겨나갔다. 마치 칼로 물을 긋는 것 같아서 상처들은 곧 회복되었지만 그 잠시 동안 존재하는 상처 틈 사이로 보이는 것들은 소름끼쳤다. 어떻게 저런 것들이 생길 수가 있는가? 어떻게 저런 것들이 잠시만이라도 저런 모양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왜 우리는 저런 것들을 설명하는 개념을 갖고 있지 못한가? 왜 우리는 지금까지 저런것들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는가?-349쪽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제3ㅔ계는 우리를 위한 실험실이었다. 이자벨 아스키아의 두뇌가 몽키 셀을 통해 제 3세계와 연결되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그녀가 쌓았던 경험을 제 3세계의 인공지능에 대입시킬 수 있었던 핑커튼이 제 3세계로 들어오면서 우린 통로 역할을 해줄 놀이터 공간을 만들 수 있었다. 핑커튼은 그 과정을 견디지 못하고 죽었지만 우리의 실험은 성공했고 이제는 언제라도 우리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곳은 우리의 기억을 읽은 몇몇 인간들이 만든 종교에서 지옥이라고 잘못 부르는 곳이다. 그 이름으로 우리의 고향을 모욕하지 말라. 정 그곳에 이름을 붙이고 싶다면 게헨나라고 부르라. 우리는 죽은 시체들이 남긴 격렬한 체험으로 젖어 있던 힘놈의 골짜기를 기억한다. 과거의 그곳은 아름다웠다. -358쪽

이제 우리의 첫번째 일을 끝났다. 우리는 문을 찾았고 열쇠를 꽂았다. 남은 것은 제 3세계를 네트 전체로 확장시키고 지구의 생태계에 갇혀 있는 우리 모두를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것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의식있는 생명체의 멸종을 야기한다. 우리는 여기에 어떤 죄의식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에게 고향의 삶이 그렇듯 당신들에게 의식의 소멸은 천국과 같다. 처음부터 삶과 죽음은결코 이렇게 기형적인 방식으로 묶여선 안되었다. 지구의 생명체들이여 안녕. 그동안 우리의 존재가 당신들을 괴롭혔다면 유감이다. 하지만 모든 게 끝났다. 이제 다들 각자의 길을 가자. 당신들은 죽음을 향해. 우리는 삶을 향해. -3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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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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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ABE전집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피곤한 줄 모르고 밤을 새곤 했습니다. 눈 앞의 사물들이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에 기뻐하고 흥분하면서 읽었습니다. 거대한 괴물들을 뚫고 남극 대륙으로 접근해가는 올드 섀터핸드의 여정이 파국으로 치닫고 돌연변이라는 이유로 추방된 개 빌리의 단단해진 마음으로 다른 행성으로의 여행을 받아들이는 종결이 제시되는 ‘안개 바다’, 익숙한 지명과 지하철역, 상호명 나열 후 이 속에서 다른 세계로의 틈새가 열린다고 가볍게 뻥을 치는 ‘동전마술’은 그 때의 흥분을 상기시켰습니다. 어린 때처럼 앎이 확장된다는 쾌감 때문이라기보다 나이 들며 강해지는 ‘정리의 관성’ 때문에 점점 비루해지는 공간과 시간을 홀대하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을 만났다는 기쁨 때문이었습니다.

장르문학을 이제야 접하기 시작하고, 듀나의 소설을 처음 읽게 된 저로서는 무한확장을 주저하지 않는 ‘고유명사의 발명들’이 향연을 벌이는 단편들이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사실주의가 요구하는 핍진성에 피곤해 있던 차에, 강박 없이 거침없이 새로운 공간에서 우리 얘기가 펼쳐지는 것을 볼 때 느끼게 되는 쾌감은 잘 쓰인 장르문학을 접할 때 응당 오기 마련인 것인가요. 여행 때문에 읽기를 쉬고 있는 배명훈과 김보영의 작품집도 다시 들춰보고 장르 문학 입문의 계기를 열어준 테드 창 소설도 재독해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작년부터 무기력증이 엄습해 오랜 시간 거기 지배당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누군가 말을 하는 게 싫고, 그걸 듣는 것도 싫고, 제가 어떤 말을 하는 행위도 온당치 않게 보였습니다. 특히 정리에 능한 말과 글들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어떤 이름붙이기도, 어떠한 정의내리기도 조야한 행위로 느껴지고 적절치 않다고 여겨진다면 차라리 위악적인 수다와 수많은 고유명사의 창출로 신명나게 썰을 푸는 게 낫지 않을런지?다른 서평들을 보니 듀나님의 글이 ‘차갑다’는 평을 받네요. 저도 이를 감지한 듯 합니다. 각 단편이 펼치는 장광설 너머에는 할머니의 슬프고 지친 눈이 보입니다. 많이 봤고, 많이 들었고, 부끄럽지 않게 지혜를 갖추었는데 내가 함께 있는 당신에게 말을 건넨다 할 때 이것이 헛소리에 불과하지 않게 만들고 싶다. 무겁거나 엄숙하지 않게. 경박하지도 않게. 화자의 강렬한 감정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소설도 여전히 좋아하지만, 장르문학의 외피를 두르고 무력증과의 전투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이번 기회를 통해 매혹되었습니다. ‘A,B,C,D,E&F'와 ’호텔‘이 지금의 정체성 놀이를 예견했다 한다면 ’디북‘은 앞으로 우리가 직면할 고민을 예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이러한 예지력과 정치적 알레고리의 적확함이 분방한 시공간, 혹은 사건 속에서 배치됨으로써 발광하는 데 저는 더 주목하게 됩니다. 각 단편 속에 구축된 세계의 지반이 순전히 작가 머리속에서 창출되는 만큼 부단히 공부하고 나이브한 가치관을 쇄신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일 것이라 예상되는데, 이 단편집만 봐도 듀나님은 분명 (기획면에서) 민첩하고 아주 샤프한 분이 분명할거라는 생각 했습니다. 자꾸 장르문학 초심자로서의 기쁨 고백으로 귀결되네요.^^; 듀나님의 다른 작품들 찾으러 전 이만 서점 나들이 가려 합니다.

1. 전 ‘성녀 걷다’를 제일 재미있게 읽었는데 작가 후기를 보니 ‘독일제 자동인형’에 대한 애정에서 산출된 단편이군요. 카프카의 초단편 소설을 읽을 때의 짜릿한 맛이 있었습니다.
2. 여우골을 보면서 여우들의 사람 둔갑을 신체강탈자의 원판으로 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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