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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멋대로 책을 평가하는 기준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글의 말투가 얼마나 이해되기 쉽게 쓰였는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글의 내용이 논리적이고, 상투적이지 않고, 중복되지 않았는가 하는 것 등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태일 평전」은 두 가지 모두 거의 만점이다. 지은이는 전태일의 생애를 설명하면서, 나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석하고 평을 한다. 그래서 독자를, 이해를 넘어서 그를 동정하고 연민에 빠지게 하고, 마침내 그와 함께 노동현장으로 뛰어 들어 가게 한다. 중간 중간에 전태일의 일기의 시기적절한 삽입도 글의 짜임새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
책은 전태일의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를 차례대로 나열하고 있는데, 단순한 생애가 읊어지는 가 싶다가 결국에는 그의 영원한 관심사인 노동문제로 귀결되는 논리적인 면이 돋보인다. 지은이의 말투 또한 학구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마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 호흡으로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1960년대 말로 되돌아가 있는 듯하다. 만약 내가 진짜 거기에 서 있다면 나는 과연 전태일의 편에 서겠는가, 아니면 현실의 편에 서겠는가... 그리고는 곧 전태일의 분신자살하는 모습을 평화시장 건물 속 작업실 창문에서 겁에 질려 내다보고 있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된다.
발문을 쓴 장기표씨는 전태일을 예수와 같다고 말한다.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 절대적인 존재 예수를 한 인간에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겠지만, 나는 동감한다. 가장 천한 자리에 온 예수와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산 전태일. 가난한 사람들의 힘이 되주고, 위로해주며, 마침내는 그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 놓으신 예수와 전태일. 지금에서야! 전태일을 안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전태일이 세상의 억울함에 못 이겨 자살을 굳게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나이 22살을 훨씬 넘은 나는 너무 좋은(?) 세상을 만난 탓일까... 참으로 한심스럽다.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를 알게 된 것이 너무나 기쁘다. 세상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사람이 어디 흔할까... 나의 멈춰버린 생각에 윤활류를 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