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아려온다.
너무많이 철이 들어버린 동구를 바라보면서
비관적인 상황에서는 훌륭한 답을 찾아내는 아이를 보면서
지금 내 아들 또래의 동구를 보면서
생각이 참 많아진다.

 패악이 지나친 할머니...박선생님의 시각으로 보면 희망이 없는 불쌍한 할머니
그래서 제일 만만한 며느리를 쥐잡듯하는 할머니
아마 그녀도 선대의 시어머니로 부터 구박을 많이 당했으리라.
죽은 듯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끊임없이 반란을 일으키는 엄마.
중심에 서서 오로지 앞을 향해 진군하고 싶지만
너무나 다른 그러면서 너무나 같은 두 여자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버지
이책 308쪽의 표현처럼 '상처를 감추기 위해 태연한 척 애쓰는 맹수같은'불쌍한 아버지
아마 그도 어머니나 아내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서 폭력을 행사해 오시던 남자들을 보며 자랐을 것이다.

 그 셋의 갈등상황을 보면서 나는 우리집을 떠올렸다.
청상이 되신 한(?) 성깔하시던 할머니
도시물을 먹은 나름대로 잘난 엄마
효도를 최근간으로 삼는, 여자는 북어처럼 잡아야한다는 이념을 가진 아버지.

그들도 삼각구도가 깨어지기 전까지 열심히 싸웠다.
이해에 따라 합종연횡을 하기도 했지만
핏줄로 똘똘 뭉쳐진 어머니와 아들의 연합작전을
타성받이 엄마가 버텨낸다는 것은 격렬한 전투(?)밖에 없었을 것이다.

동구의 어른들이나
우리집 어른들이나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아주 사소한 진리를 간과한 결과였다.

동구에게 허파의 구실을 해주었던 박영은 선생님, 영주,주리삼촌....
정말 다행이다.

동구와 우리집의 큰 차이점은 손자를 대하는 할머니의 태도였다.
우리할머니는 -엄마말이지만-며느리한테만 못된 사람이셨다.
손주들에게는 그지없이 좋은 할머니....
칼날처럼 신경이 날카로와진 환경에서 내게 허파역활을 해 준것은 할머니였다.
우리 엄마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빼앗은 미운 시어머니이겠지만.....

난독증에 걸린, 똑똑하고 싹싹한 동생을 가진 소년.
너무나 착한, 아름다운 심성을 가진 소년.

동구는 사랑의 면역체를 많이 가진 아이였다.
철없는 어른들때문에 자발적인 희생을 선택하는 정말 착한 아이.
그 소년에게 행복있으라!!!

일전에 읽은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나오는 내용처럼
'상처도 바이러스와 같아서 면역력이 있는 사람은 극복해 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그 반작용이 일어난다는....'

사랑만이 희망이다.
인간애가 세상을 지탱하는 답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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