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신문이나 서평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내가 모리를 처음 만나게 된 것이...
그때도 모리는 참으로 매력적인 사람으로 다가왔었었고 책장을 넘길때마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땐 이 책이 이렇게(?)인기가 있어 재쇄를 거듭할 줄 몰랐기 때문에 얼른 한권 사 두자 싶어 많은 %의 할인을 받아 구입을 했었다.
이번 휴가에 다시 읽고 싶어 그때 사두었던 그 책을 찾아 온방을 뒤집었는데도 책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좋다고 자랑하다가 그냥 주어버렸나?
기억이 전혀 나질 않지만 내 책장에 고이 숨겨두었으리라 믿었던 책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가버린 모양이다. 한권 더 살까? 말까?

그래서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다시 읽는다. 이번에는 자주 책장을 덮으며 야금야금 읽기로 한다.
로맨스소설을 많이 읽어 얻은 나의 속독 실력은 가끔씩 중요한 부분들을 간과하고 지나가도록 한다.
법정스님이 그랬던가? 책장을 자주 덮고 생각을 많이 하도록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그동안, 아니 이후로도 쭈욱 내게 자주 덮는다는 의미는 재미없고 지루하고 그래서 결국은 책을 완전히 덮어버린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의로 내 눈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마음의 문을 열어보는 의미로 자주 덮기로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16년의 세월이 흐른 후의 미치는 학창시절 자신의 삶에 코치가 되어준 은사를 텔레비전 속에서 만난다. 그것도 죽음이 목전에 와 있는 듯한 병환 중의 모습으로...
하지만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는 푸근하고 친근한 모습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간 미치를 오랫동안 기다린 소중한 친구의 방문처럼 반겨주시던 모리..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운 미치와 모리의 특별한(?) 화요일은 이렇게 시작된다.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학시절의 연속처럼 느껴지는 사제간의 대화는 모리에게나 미치에게 특별한 화요일을 그 후로도 계속 지속하게 한다. 미치의 말처럼 '... 죽음의 콧잔등에 분칠하지 않으려했...'던 모리는 육신에서 하나둘 삶의 흔적들이 지워져 가는 모습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자신들의 인생에서 무언가 되기만큼 중요한 되어주기를 이야기하면서.

"죽기 전에 자신을 용서하라. 그리고 다른 사람도 용서하라." 미치는 자신이 고난을 당했을 때 안부를 물어주지 않았던 친구를 끝까지 용서하지 않았던 일을 떠올리며 용서하기에 인색했던 과거를 후회한다.
했어야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용서하는 마음...

나는 누군가에게 옹이가 되진 않았는가? 누군가를 옹이로 안고 살진 않는가? 나는 너그러운 인성을 가지지 못했다. 나자신이나 타인에게 둘 다...
내가 고집하는 잣대를 들이대고는 그렇지 못했을 때 끊임없이 질책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타인에게 너그러운 사람...올해의 화두였었는데 얼마나 실천하며 사는가?
내겐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다.

그러고 보니 나도 학교를 졸업한지가 16년 정도 되었다. 얼마 후에 나를 가르쳐주셨던 교수님이 정년퇴임을 하신다고 한다. 이 책처럼 과거를 회상할 많은 추억들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하나의 장을 닫고 또 다른 새로운 장을 여시는 교수님께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드려야겠다.

내가 모리를 읽지 않았어도 이런 마음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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