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름 과일은 수박이다. 수박이 중요한 계절에 수박이 나오는 동화책을 읽으니까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숲속 친구들이 모두 수박이 된 호랑이를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이 이해되었다. 나도 수박을 엄청 좋아하니까. 그림책을 보니 나도 수박이 먹고 싶었다. 엄마는 그동안 읽었던 이지은 작가의 동화책들에서 팥 할멈과 눈 호랑이는 계속 친구였는데 이 책에선 팥 할멈이 눈 호랑이를 먹어버린 거냐고 놀랐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팥 할멈에게는 특별한 치료법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팥 할멈은 무거운 수박을 들고도 달 가까이 뛰어오르기도 하고 민들레로 변하기도 하고 말하는 호랑이와 친구가 되기도 하는 대단한 사람이니까 이번에도 호랑이를 구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착한 사람이니까. 동화책의 마지막에 눈 호랑이가 자기에게 질문하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머리가 왜 두 개냐….”라고 말한다. 엄마와 나는 작가의 말을 읽지 못하고 머리가 두 개인 동물을 찾느라고 시간을 엄청 썼다. 마침내 ‘작가의 말’을 발견하고 나서야 ‘둘 머리 용’이 귀여운 애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왜냐면 우리가 찾는 머리가 두 개인 동물이 용인 줄 몰랐을 때는 둘 머리 용을 보고도 얼굴 색이 다른 나란히 있는 뱀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먹어 보면 알지>도 좋은 제목이지만 ‘호랑 수박의 전설’이란 제목도 잘 어울린다. 수박이 된 눈 호랑이가 너무 귀여웠고 재밌게 읽었던 <친구의 전설>만큼이나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