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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평점 :
2012년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11년의 연간독서량은 성인은 약 9.9권, 학생은 24.3권으로 나온다. 그리고 2010년에 비해 성인의 독서량은 1권 정도 감소했음을 지적한다. 독서의 질에 대한 조사는 그것의 주관성 탓인지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연히 출판은 독서의 양이 중요할 뿐이다.
한 때 속독법에 천착한 적이 있었다. 그래봤자 2권 정도의 독서에 그쳤지만. 스피드업은 더 많은 책, 더 많은 정보를 삼킬 수 있는 비기인듯 싶었다. 몇 차례의 실패와 재도전이 있었지만 별로 신통한 구석은 발견하지 못했다.
책표지 상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라 지칭되는 히라노 게이치로도 누구와 마찬가지로 속독을 동경하여 몇번이나 마음 먹고 도전했지만 한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 속한다. 그는 불현듯 속독에 빡쳐 깊은 반감에 사로잡혔던가 싶다. 어느 순간 슬로리딩:지독遲讀에 일가견을 가진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권수에 목을 맨 독자들에게 엄격한 질과 깊이있는 사색의 독서를 강조한다. 일본의 저자들에게서 보이는 계발서는 미니멀리즘적 경향의 주제들이 많다. 달리 말하면 '泰山鳴動鼠一匹'로 대체로 이 책 또한 그러한 범주에서 유영하고 있지만, '제1부 양에서 질로의 전환'과 '제2부 매력적인 '오독'의 권장'을 넘어서면 '3부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읽다' 에서는 저자가 주장하는 디테일의 포텐이 마구 터져나온다.
독서를 지금보다 즐겁게 하고 싶다면 먼저 작자가 준비해둔 장치나 고안을 잘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p.22)
정보의 항상적 과잉공급사회에서 진정한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는 양의 독서에서 질의 독서로, 망라형 독서에서 선택적 독서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p.26)
제일 먼저 상대의 주장을 정확히 이해하는 습관을 들이면 사회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논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다.(p.30)
왜 소설은 속독할 수 없는 것일까? 그것은 소설에 다양한 노이즈가 있기 때문이다.(p.41)
책을 읽는 또 하나의 기쁨은 타자와의 만남이다. 자신과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여 자신의 생각을 보다 유연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오독을 즐기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는 작업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p.65)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교양이나 오락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극한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일은 더욱 드물 것이다. 소설은 그러한 우리의 인생에 예고 없이 침임하는 일종의 이물異物이다. 그것을 그냥 배제해버리고 말 것인지 아니면 잘 다듬어서 진짜와 같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 것인지는 독자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p.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