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원숭이 - 동물학적 인간론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김석희 옮김 / 문예춘추(네모북)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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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 날, 원숭이들은 나무에서 내려왔다. 그것은 우연이었는지, 천상의 지령이었는지, 대책없는 자심감의 발로였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들이 상대적 약체들임을 깨달었던 것인지 여럿이 뭉칠 깜냥이 있었다. 들판에는 과일보다 뛰어난 맛과 영양을 선사하는 먹이가 즐비했고 굶주림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도 죽어라 뛰어다녀야 했다. 하지만 몸에서 발산하는 열을 감당하기에 그들의 털옷은 너무 갑갑하고 두꺼웠다. 그들은 털옷을 훌러덩 벗어버렸다. 물론 그들에게는 추운 밤을 이겨낼 수 있는 움막과 의복, 불이 있었다. 사냥도구의 개발로 그들은 번성했고, 보다 많은 양의 양식을 구하기 위해 멀리까지 사냥 나갈 수도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생뚱맞게도 사냥은 오늘날의 도박이 상층과 하층계급에 몰래 성행하는 충분한 이유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중산층의 직업이 적당한 사냥 충동과 보상의 대용품 역할을 잘 해준다면 하층과 상층의 일들은 그들의 사냥 욕구를 보상해주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거나 싱겁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냥 나간 후에 집에 남은 아내는 살림을 했고, 아이들이 더 뛰어난 브레인으로 자라나도록 보육해야 했다. 강한 육체를 갖지 못한 그들에게 그것만이 가장 강한 무기였으므로 아이들은 더디게 성장하며 두뇌의 학습량을 충분히 늘려갔다. 때문에 부모 곁에서 의지하는 시간도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대단히 길어질 수 밖에 없었다.   

 

한편, 사냥을 나온 서열 5위 원숭이는 집에 두고 온 아내가 걱정되었지만, 우두머리의 말을 굳게 믿었다. 바람이라도 나지 않을까, 겁탈이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고 조마조마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우두머리와 지도부는 '사냥 나가 있는 동안에도 어느 누구도 남의 마누라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며 그것을 어길 시에는 그것을 잘라버리겠다고 과단성있는 조치를 발표 했었다. 이 선언은 위아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를 안심시켜 협동심을 고양시켰다. 우두머리와 지도부 입장에서도 높은 서열이나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부상을 입을 정도로 크게 다두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도 유익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었던 것이었다. 이 선언은 우두머리와 지도부의 자리를 안정시키고 그들의 체제를 유지하는 연장선 위에 있었다. 그런데 몸에도 특별한 변화가 일어났다. 성기는 매우 굵고 길어졌으며, 원하면 어떤 때이든 성욕이 불타올라 아내와 잠자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쾌락의 시간도 늘어나 아내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우리는 사랑을 대신할 수 있는 특이한 관계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축복을 부여받았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그였다. 옆집의 서열 4위의 아내는 너무 섹시하고 육감적이었다. 그가 근무 나간 날을 틈 타 멋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꼬셔야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잘못 되는 날에는 자신이 이루어놓은 모든 것이 끝장이었다. 마침 새로 나온 일본av는 서열 4위의 마누라와 희한하게도 비슷하게 생겼다. 아내가 아이와 학원에 간 사이 그녀의 작품이나 감상하며 대리만족하기로 한다. 그나마 이런 행동을 지도부에서 검열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었다.  그 때 '똑똑똑'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바지를 올리고서는  삐죽히 문을 열었다. 옆집 서열 4위였다. 서열 5위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엉덩이를 보이며 그에게 예의를 다했다. 서열 5위는 연장을 빌리러 온 것이었다.   

서열 4위 옆집으로 이사오기 전, 지난 번 참가했던 중견간부 육성회장이 떠올랐다. 참신한 논조의 2가지 발표가 있었다. 그들이 '기회주의자적인 비전문성'을 특화시켰기에 현재의 눈부신 성과를 거둔 종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과일이 부족하면 고기를 먹고, 고기조차도 부족하면 동물을 사육하고, 곡식을 길렀다. 우리는 어떤 환경을 맞이해서도 그것에 적응할 수 있을 만큼 유연했다. 다른 한가지는 아이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기초였으며 그러한 시도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되면서 크다른 진보를 성취해 냈다는 것이었다. 반면 다른 강사들의 발표는들은 어디선가 들었던 내용의 반복이었고, 눈꺼풀에 추를 달만큼 지겨운 것이었다.  

 

서열4위의 그녀는 화사한 미소로 응답했다. 탄탄한 가슴을 먹기 위해 침을 흘리며 입을 크게 벌리는 순간, 서열 4위가 어깨를 툭 치며 옆자리의 가방 좀 치우라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깊은 잠은 확 달아났다.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신경전을 벌였다. 교감신경은 서열 4위 얼굴을 깨 뭉개버리라고 다그쳤다. 혈압이 고조되고 타액분비, 장운동이 중지되며 얼굴이 시뻘게졌다. 숨이 심하게 거칠어졌다. 겨드랑이의 진땀이 빠직 베어나왔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여기가 어딘데 감히 그런 말도 안되는 행동을 하려고 하는가 하며 주의를 주었다. 일순간의 공격성은 수면 아래로 달아났다. 머리를 긁적이는 轉移行動으로 갈등은 해소되었다. 그렇게 단 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이성이 인간을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까.   

 

  

영단어 'mongkey'와 'ape', 즉 원숭이와 類人猿은 꼬리의 유무를 통해 어느 쪽이 인간에 더 가까운 동물인지를 가름한다. 이런 분류법(기믹)은 지속적으로 이격을 크게 하여 인간 기준(관점)에서 인간과 동물이라는 대분법으로 성장했다. 무지나 무관심에서 자리잡은 지식은 일찍이 혹성탈출의 침팬지와 같은 초인간적인 요소의 반증 미출현으로 그것을 더욱 공고히 했고 마침내 교조적 인간론으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인간을 동물로 보는 관점은 그다지 신선하지는 못하다. 다양한 관점의 파종은 인간에게 겸손을 가르치고 보다 낮은 자리에 앉기를 권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중에게 신의 품격을 이입한, 신을 교접시킨 쪽에서는 여전히 불쾌가 극에 달해 '斯聖亂敵'의 악명를 부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가 이 책을 썼던 60년대에는 'The Naked Ape'라는 제목이 크나큰 반향를 일으키리라는 것을 작가도 내심 작정하고 덤볐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 책은 인간과 비슷한 점을 동물에게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동물과 비슷한 점을 인간에게서 찾아낸다. 치장과 가식으로 동물과의 차별성을 강조하지만, 그것의 이면에 숨인 인간의 동물성을 켜켜이 밝혀내어 그 발전된 위험성이 지구를 어디로 구축하고 있는가를 가늠케 한다. 그리고는 늘어진 대안을 슬며시 끼워넣는다. 물론 50여년이 지난 시점에도 인간은 달라지지 않았다. 40억은 70억으로 늘어났다. 갑작스레 현명해질 수도 없고, 지혜로와지지도 않을 것이다. 막대한 지구 자원의 소비는 공급과의 균형을 상실했을 때 겨우 자원 탐욕의 폭주를 멈추게 할 것이다. 자원 경쟁은 인간과 자연을 격리시키고, 인간과 동물을 격리시키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과 인간을 격리시키고 배척하게 만든다. 인간의 옵션, 전두엽이 인간을 여기까지 이끌고왔다면 그것의 이기가 다시 인간을 바닥으로 내몰 것이 자명하다. 계급제와 텃세권을 바탕으로 하는 정글의 법칙은 여전히 다른 모양으로 변형되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자본은 비축적의 여유를 나누지 않도록 인간의 탐욕을 거대하게 부풀려놓았다. 자본의 목줄에 매여 이리 저리 끌려다니는 체제는 인간에게 자유와 평등의 허상만 심어놓고 사라진지 오래되어서 토요일 오후 8시의 대박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점점 더 늘어간다.   

 

희생을 강요하고 인정하게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 보상하고 같이 아파하는 분위기의 사회는 요원하기만 하니 삶이 더더욱 퍽퍽해져 질긴 플라스틱을 씹는 것 같다. 환경과의 투쟁에서 사이코패스 같은 허세, 난폭함, 교활함이 생존에 기여를 했겠지만, 도와준다든지 하는 선의나 협력의 행동도 그와 상응하는 기여를 충실하게 했기에 또한 사회라는 구성이 가능했을 것이다. 자신은 도움을 받은 뒤 후에 도와주지 않는다면, 다음 번에는 그자(배신자)가 선택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생물진화법칙의 일종인데, 우리의 민주주의와 선거는 왜 또 다시 다음세대에게 진화의 기쁨을 넘기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인간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끝 없이 증식을 요구받는, 사육되는 동물들 속에 인간을 포함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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