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 -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
안철수 지음, 제정임 엮음 / 김영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세, 그러나 간철수로 불리우는 그의 출마여부가 궁금했다. 물론 힐링캠프에 나와 일에서 삼까지 손가락 꼽으며 섬세하고 유연한 태도로 범용적 사고의 깊이를 펼쳐보인, 그 마음 속에 무엇인가 꿈틀거리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듯한 무엇을 뚫어져라 찾아낸 이후였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대권 문지방 안팎으로 걸쳐놓은 다리 하나를 어찌할 수 없는 속절을 책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조그만한 기대심리가 발동했다.

 

책은 방송의 내용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독창적인 값어치를 하지 못했다. 제정임과 안철수의 질답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필력이나 문체의 아름다움은 배제되어 있었고 오히려 지나치게 원론적인 상식에 삭막함이 묻어나와 깨알을 넘어선 좁쌀이 보였다. 많은 독서량, IT기업 경영의 성공 등 자기자랑과 자신감이 계속해서 중복 강조되었고, 때묻지 않은 정치적 역량의 가능성을 높이 사며, 또한 국민의 함의를 잘 들을 수 있는 대화와 소통, 통섭의 능력을 스스로 부각시켰다.

 

그의 인생사, 가정사 그리고 한국적 상황의 모든 것을 포섭하는 관심과 사고의 종합선물세트, 제정임교수가 말하는 제안서가 아니라 소위 대권주자의 비빔밥 공약이었다. 그냥 읽으라고 나눠주어도 수요일이면 곧장 폐지박스 속으로 수거될 공약을 돈을 주고 구입하고 관심을 가지고 읽게 만든 그의 낚시질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말이다. 숙련의 강권과 완력을 가진 정치인들이 똥마려운 영구零狗마냥 그의 출마를 가늠하고 이를 농단壟斷하기 위해 매일 그를 주목하고 까기 위해 많은 술책들을 준비하지만, 발걸음의 진퇴에 따라 그것들은 그냥 잊혀질 수도 있는 괜한 심술이 되어버렸지 않은가.

 

하지만 이제 좁쌀 간잽이 찰스도 마냥 간만 치며 기다릴 수 없다. 11월이 되기전에 화룡점정의 마지막 간을 쳐야한다. 양쪽 모두에게 답을 비공개하며 신중으로 안달구던 시계의 모래도 조금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책은 그것의 시작이다. 복지, 정의, 평화, 아주 좋다. 그것을 위한 대화와 과정의 논리와 철학도 훌륭하다. 안철수의 범용확장성, 자신감, 소통가능성, 전문성에 후한 점수는 마땅하다.

 

그래, 국민들 좀 안달구면 어떠하리, 기존 정치인들 흔들어 깨우고, 경제 민주화 실현하고, 복지국가 이룩하고, 사회정의 구현할 수 있다고 저렇게 아마츄어(정성)스럽게 장광설을 품어내는데, 자기자랑 좀 하면 어떻고, 간 좀 잘 치면 어떠하리, 꾸밈화장 좀 하면 어떠하냔 말이다. 감정이 동하지 않은들 어떠하리, 강남좌파인들 어떠하리, 정치경험이 좀 없으면 어떠하리.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고 자신(정권)이 아닌 발자취 흔적을 남기는 삶을 추구하겠다고 하는데 푸쉬하지 않을 이유가 무어 있겠는가 말이다.

 

다만 교과서적이고 원론적인 풀이법이 정글같은 정치생태계에서 얼마나 통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 그리고 그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결단 모델 [의미 있고, 열정을 지속할 수 있고, 잘 할 수 있는가] 와 같은 것은 범인들에게는 곡해되기 싶다. 보이지 않는 4차원적 이해공간 속에 그가 서있는 것이 아니라면 도전하기 전에 잘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자체로 알과 새의 꼬리물기싸움이 시작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닐텐데 말이다. 그러면서도 [성공 가능성은 고려사항이 아니]라고 덧칠을 해댄다. 독서의 폐해 정도는 감수하는 甘受狂 국민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하나 더 꼬집자면 사회에 있어 무엇이 기본인가 하는 점이다. 그것은 오롯이 법이다. 법은 모든 이에게 공평한 약속이고 그것은 누구나 지켜야할 룰이다. 어떤 약속을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지키지 않는 사건이 하나둘씩 발생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불신받게 되고 사회라는 얼개는 줄이 끊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근한 예로 불법위장전입을 밥먹듯이 해대는 한국의 고위공직자들이 처벌받는 것을 보았는가 말이다. 국가(왕정)에 대한 개인의 자유 보호라는 측면에서 형성된 법치주의가 권력의 방어수단으로 변질 통용되는 마당에 현대복지국가의 이념을 입에 올리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말이다. 복지가 우선이 아니다. 정의가 우뚝서야 사회의 구성원들이 흔들리지 않으며, 그 다음이라야 복지를 불러들일 수도 있고, 평화도 오는 것이다. 정의의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것, 이것이 진정 선행되어야 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분무연출가 안철수가 직접 제정임에게 전화하여 이 대화(책)를 성사시켰다는 점만으로도 그의 의도는 분명하게 보인다. 그가 원하는 것은 변화의 중심에 국민의 움직임, 마음의 이동과 결집을 원하고 촉구하고 있는 것이고 그것이 안철수라는 허상이 아닌 실체로 나타나길 기대하고 잇는 것이다. 약속을 지키는 삶, 좁쌀처럼 꼼꼼한 안철수는 [I may be wrong]를 알기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분무연출 좀 하면 어떠리, 자신이 아닌 사회가 잘 되자고 하는 이쁜 짓(전략)인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