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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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오웰은 1917년 볼셰비키의 소비에트, 1933년 나찌당의 출범, 1936년 스페인내전의 프랑코정권을 보면서 이들 체제의 어떤 관성적 특징을 발견한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을 풍자하고 만 것이라면 모든 것이 변화한 지금, 동물농장은 구태여 읽힐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왕정에서 사회,공산으로의 혁명을, 농장의 동물들이 농장주 존즈를 축출하는 과정으로 그려낸 도입부는 풍자라는 말을 입히기에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어설프다. 그럼에도 중후반으로 가면 저자의 의도들이 계속해서 관철되고 녹아들어 이 책이 단순히 전체주의나 사회주의, 공산주의 부패와 타락을 나타내려했다는 의도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독재의 유혹과 행위들이, 심지어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도 존재하며, 그러한 프레임과 조작들을 심심찮게 촉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의된 원칙의 변형 및 무시, 적대세력 내지 반체제세력의 가공, 허위의 사실화, 정권나팔수의 선동, 통치자의 교조화, 과거사의 재해석, 관변단체나 언론의 정권에 대한 지지, 여론과 통계의 조작, 언로의 억압과 통제, 일방적 상의하달, 권력기구를 통한 탄압 및 숙청, 공공사업의 독단적 추진, 경제효과 부풀리기 등등 이것은 과연 동물농장에만 한정된 알레고리일까?

 

p.156~157에서 역자는 "역사상 많은 정치적 사회적 혁명들이 타락하고 이 타락이 인간 사회의 운명적 조건 같아 보이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부터 <모든 혁명은 반드시 타락한다>라는 결론을 끌어낼 수 있을까? 다행히도, 오웰의 비판적 태도는 비관만으로 끝나지 않고 권력의 타락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한 통찰도 동반하고 있다. 동물농장이 함축하는 메시지의 하나는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것이다. 독재와 파시즘은 지배 집단 혼자만의 산물이 아니다.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 모든 사회는 이미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돌입한다." 며 교과서적인 해설을 곁들인다. 하지만 역사를 통틀어 무지와 무기력을 해소해줄 비가 전국적으로 내린적이 있던가. 2012년까지도 권력의 타락을 지켜보는 무지와 무기력은 무엇인가? 이것은 권력과 체제의 타락에 대한 조지오웰의 답도 아니고, 답이 될 수도 없다고 본다. 동물인 인간이 이미 다른 동물을 가축으로서 구분하고 그들을 지배하려드는 순간 그 차별이 이유가 있어서 그랬던 것인가 생각해보면 나폴레옹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역사상 많은 정치적 사회적 혁명들이 타락하고 이 타락한 인간 사회의 운명적 조건 같이 보이는 상황을 만들어놓은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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