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간다 - 대중 심리를 조종하는 선전 전략
에드워드 버네이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공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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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11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에드워드 버네이스는 곡물상이던 아버지의 뜻대로 코넬대에서 농학을 전공하지만, 의학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홍보(PR) 실무를 쌓는다. 1차세계대전 자원이 평발과 시력문제로 무산되자, 전쟁지원업무에 참여해 연방공보위원회에 소속되었으며, 이 곳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인다. 1919년 종전 이후에는 뉴욕에서 최초로 PR전문 사무실을 열어 계속된 성공을 거두게 된다. 삼촌인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영향으로 대중심리학에 정신분석학을 결합시켜 이를 선전과 홍보에 활용했으며, 홍보를 과학이자 산업의 반열에 올려놓는 능력을 발휘한다. 

수많은 언론과 지식인들이 PR의 아버지, PR산업의 선구자라고 찬양하기도 하지만 한편, 【정보조작의 아버지, 과대선전의 왕자, 선전의 교황, 민주주의의 암살자】로 비난하기도 하는 선전가 버네이스는, 1928년, 선전이란 단어의 부정적 의미를 일소하여 긍정적 측면의 접근을 가능케하고, 자신이 개척한 PR분야에서의 자신의 성공, 위치를 자신하며 이를 홍보하고자 하는 욕심에서 이 책 『프로파간다』를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홍보분야에서의 성공에 비하면 첫번째 목적으로서의 책의 사명은 실패했다고 한다. 선전이란 의미가 조작 내지 특정 목적이 숨겨진 홍보라는 인식이 우세한 것은 단순히 1,2차세계대전을 통하여 독일의 선전을 부패와 악행, 기만 등으로 연계시켜 부정적인 선례로 남긴 것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1916년 반전을 기치로 내건 우드로 윌슨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사실상 참전을 꾀하기 위해 미국최초의 연방선전기관인 연방공보위원회(United States, Committee on Public Information, 조지 크릴이 수장이어서 크릴위원회라고 불리기도 했음, 버네이스 참여)를 가동하여 국민들을 반독 미치광이가 되도록 선동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버네이스가 목적했던 첫번째 꿈은, 대중의 의견을 주조鑄造하고 조작造作하는홍보(정보제공)를 통해 원활하고 질서정연하게 기능하는 사회였다. 그런 사회에서 일반은 선량하고 합리적인 엘리트집단이 조작하는 대로 미처 의식하지도 못한 채 안내를 받으며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것』【p.25, p.61】의 역할 중심에 선전이 있다고 봤다. 버네이스의 지적영웅인 월터 리프먼대 대중 사회의 일원들은 대체로 명쾌한 사고나 인식능력이 부족해 집단본능과 단순한 편견에 사로잡히기 쉬우며, 결정을 내리거나 진지한 담론을 전개할 만한 능력이 부족해 외부 자극에 오도誤導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p.27】이라며 【민주주의는 이룰 수 없는 이상향】이라고 음울한 결론을 내렸는데, 이에 영향받은 것으로 보인다. 엘리트 결정주의가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를 선택한 이상, 사회에 있어 대중의 총의總意가 합리적 대안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사회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도록 하는데에 그것은 산만하게 기능할뿐 난해한 경제, 정치, 윤리문제를 해결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하기에 선출된 권력자나 지배자가 수많은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기면, 그 결정에 대한 저항을 희석시키고 자연스럽게 용인되도록 하는 기술로서, 선전을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주창한다.

『대중의 관행과 의견을 의식과 지성을 발휘해 조작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사회의 이 보이지 않는 메커니즘을 조작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국가의 권력을 진정으로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정부(invisible government)【p.61】, 『대중의 생각을 지배하는 끈을 잡아당기면서 사회의 노후한 힘에 박차를 가하고, 세상을 하나로 묶어 인도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이다.』【p.62】라고 선전의 위치와 선전자의 역할를 치켜세우며, 하지만 오늘날 또다시 반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소수가 다수에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수단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즉, 대중의 생각을 조종함으로써 대중이 새롭게 얻은 힘을 소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가능해졌다. 현재의 사회구조 안에서는 그러한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p.78】며 민주주의를 허위구조로 이해하기 보다는, 소수가 다수의 집단사고를 조직하고 대중의 생각을 단순화시키는 대중大衆민주주의의 단점에 대해 필수적이며 당연한 보완 요소로 생각하는 점은 신선도가 넘친다. 더 나아가서 인간의 자유의지 인식은 완전한 착각이며, 권력을 행사하는 독재자들의 암묵적인 가치 투여로 생각을 주조 당해 선택, 선호, 배척한다는 것이다.

 

선전과 홍보의 기술체계로서 대중심리학과 프로이트 심리학을 끌어들이는데,『인간은 사고 대신 충동, 습관, 감정이 꼭대기에 자리잡고 있어서 결정을 내릴 경우, 집단심리는 대개 믿음이 가는 지도자의 선례에 따르려는 충동을 보인다』p.118】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추동하는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며, 사고와 행동의 상당수는 그 동안 억눌려왔던 욕망을 보상하는 성격을 띤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무언가를 희구한다면 그 이유는 그 대상이 지니는 고유의 가치나 유용성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인정하기 수치스러운 욕망의 상징을 무의식중에 보았기 때문』p.121】이라며 이동수단으로써 자동차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지위나 성공의 사회적 표시 및 상징이기 때문에 구매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①집단화와 제휴에 따른 집단습관, ②심미, 경쟁, 군집, 속물, 과시, 모성동기,  ③계몽선전 같은 교육, ④영향력 있는 인물, 강연, 뉴스, 텔레비젼 등을 이용하여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가능함을 설명하기도 한다.

 

선전 홍보에 있어 실제로 그가 거둔 실적은 어마어마할 정도이며, 직접적인 단순 광고 보다는 식역하<x></x> 지각知覺을 통한 간접광고의 선례를 남겼다. 1920년대 머리망 제조회사의 판촉의뢰를 받아 머리를 길게 풀어헤치고 작업할 경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홍보하여 여성노동자의 머리망 착용을 입법화시켰으며, 1924년에는 캘빈 쿨리지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대통령의 차가운 이미지를 탈색시켜 당선시키기도 했으며, 1928년에는 여성 흡연을 자유의 횃불이라는 여권 신장의 상징으로 각인시켜 흡연율을 몇 배로 높였고, 1929년에는 토머스 에디슨의 전구 발명 50주년을 기념하는 빛의 황금 축제를 명목으로 하여 제너럴 일렉트릭과 미국전력협회의 홍보를 기획하였으며, 1930년대에는 도서판매를 위해 붙박이 책장설치를 유행시켰으며, 1935년에는 금주법 하에 맥주가 절제의 음료이므로 과음을 방지하는 예방주사와 같다고 홍보하기도 했으며, 1940년대에는 과일 유통회사인 프루트 컴퍼니가 1945년 과테말라에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나나 수입에 차질이 생기자 CIA를 움직이도록 해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기도 하였다.

 

여권 신장의 상징으로 담배피는 것을 홍보하여 흡연율과 판매량을 늘렸지만, 정작 자신은 담배를 절대로 피우지 않았으며, 아내에게도 금연을 강조했다고 하니대중을 바보로 만들거나 속이는 일은 해서는 절대 안된다. 만약 그런 평판을 얻게 되면 그의 직업 생명은 끝나고 만다.』p.111】는 헛구호는 그를 부정적으로 대변하는 말들의 무게에 비중을 싣는다. 다만 자尺의 용도가 사람에게 이를때에는 어느 누구도 떳떳한 자를 돌로 쳐죽일 것이니 그 일은 손이 아니라 계산의 가감산에 의할 것이 아니겠는가.

민주주의를 허위구조라고 단언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장들은 어느새 그곳을 이정하고 있다. 돈과 재물이 본本이 되는 세상이 자본주의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주춧돌이 되었다면, 선전이 간극間隙을 메우는 오늘날의 세상이 좀 보일만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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