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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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존재, 그것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의미을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자기자신뿐인가. 바지춤을 잡아끌던 초반은 어느샌가 몽환 속으로 여행자를 밀어넣는다. 세계대전이 엮이고, 에바부인과의 사랑이 엮이고, 막스 데미안과 합체가 되는 압락사스는 작가에게조차 불투명한 대상처럼 보인다. 다만 적당한 수준의 餘地가 계속해서 노력과 시도를 불러오며, 가늠할 수 없는 곳의 행성에 대해 상상의 끈이 오래 머물지 못하는 것과는 반대로 달에 대한 우리의 낭만과 사랑이 계속되듯이, 성장통과 더불어 자기찾기라는 주제는 그것을 앓고 있는 이에게는 복상 방망이이다.

 

현실은 현실로서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서 현실을 보는 것이다. 달리 말해 현실은 결국 우리 안에서 보여지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어떤 것도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것일 수가 없다. 그것을 가공하는 능력은 전적으로 그것을 품은 자신만이 가능한 일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 천갈래 만갈래로 뻗치고 있고, 그 지점에서 우리의 갈등이 시작되고 초심자의 혼란은 증식되는 것이다. 일탈이나 방황의 가지치기가 된 기존의 세계는 청년기를 끝낸 자라고 해서 쉬이 뜨거운 해후를 준비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생을 바쳐 알껍질을 깨고자 하는 카인의 표지를 가진 자들이, 멋쟁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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