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불류 시불류 - 이외수의 비상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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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느 높은산들을 무참하게 깍되, 평범한 동산이 되는 것조차 싫은 듯하다. 높은산처럼 보이는 것들에 대단한 가치를 부여할 필요가 없음에 공을 꽤나 들이긴 하는데, 몇 페이지 넘어가지 않아 자신의 높은 산은 절대 깍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다.
  

술 한잔 마시자가 꺽자로, 밥 한번 먹자가 쏠께로 변했다고 거칠다고 푸념하고서는 몇 페이지 넘어가지 않아 친구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개새끼로 들리지 않고 개쉐끼로 들리는지 모르겠다.

순진무구한 처자에게 자니 대신 자지를 보내고서는 물음표를 치는 것이 익숙치 않다며 기계치 같은 폼을 잡는 것은 트위트 고수가 토해낼 말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분께서 알에서 갓 깨어난 병아리마냥 순진한 척하시는 것도 팬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일테다.   

얕은 사랑을 하는 젊은이를 까고, 자신에게 기어오르는 젊은이를 폄하한다. 그러면서 한켠에서는 인생의 DEL키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글밥을 단순히 단어의 선택과 문장의 조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한 감성과 반전의 코드가 혼재된 문장이라고 해서 그것이 될 수도 없다. 아하, 오호로 끝나버리는 에세이를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처럼 다시 꺼내 들지는 않을 것이다. 글쟁이의 권위가 겨우 이런 식의 글밥이며, 글을 대면하고 있었던 시간의 높이에 의존해서, 경륜의 나이에 의지해서 실존한다고 자아만취되어 있는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최근에 저자의 홈페이지에 들렀다가 어느 방문객이 이외수씨라고 화두를 꺼냈다고 저자는 나이가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방문객이 무례하다고 나무라는 글을 본 일이 있다. 누구씨라는 표현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하는 말투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방문객이 댓글을 달았다. 왜 내가 당신보다 나이가 어리다고 생각하시오? 당신보다 어린지 아닌지 당신은 보지도 않고 왜 함부로 말하시오? 쯤이었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자본주의의 중심을 향해 달리는 홍콩레옹같은 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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