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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화가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는 새로운 방법
유예진 지음, 유재길 감수 / 현암사 / 2010년 3월
평점 :
이 책 『프루스트의 화가들』은 저자가 고등학교 시절,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면서 느꼈던 참담함을 털어버리기 위한 것에서 출발하는데, 이 책을 구입했던 사람의 마음 또한 다르지 않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한 어떤 읽는 자의 인내는 5권(게르망트 쪽1)에서 한계에 달한다. 명성이 자자한 마천루를 애면글면 타고오르다가 마침내 비참하게 미끄러져, 정신을 차리고 보니 빙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발에는 아이젠이 없다. 탐욕성 난독亂讀이 주화입마走火入魔의 의기소침意氣銷沈 내지는 편두통을 가져오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것에서 도망친 회피자回避者의 잃어버린 시간이 계속되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진정 잃어버린 시간으로 묻혀지는 듯했다. 100여명의 실제 예술가와 200여점의 실제 작품, 음악가, 소설가, 건축, 연극, 사진, 의학에 대한 프루스트의 뜨거운 시선이 어지간한 부나비들(초보 등반가)의 구애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려다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의 의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5권(게르망트 쪽1)을 던져버렸지만, 그 의심이 최저에 이르렀을 때 『프루스트의 화가들』들을 읽으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을 수 있겠다는 맹신(희망)이 들었다.
나로서는 이 책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타난 미술 작품의 해설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루스트의 원작 소설과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지침서 역할을 하기 바란다.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거나 낯선 명화들을 프루스트의 시선을 통해 감상하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들 중 하나의 도구가 되기를 자처한다.(p.6~7)
저자는 머리말에서 이 책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위한 하나의 계단 또는 사다리, 아이젠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더욱이 이 책이 프루스트의 원작을 읽고자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데 진정한 목적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 밖에도 저자는 렘브란트, 베로네제, 샤르댕, 바토, 모로, 마네 등의 작품들을 연계시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풍성함을 드러내준다. 마치 레오니 고모의 보리수꽃차에 담근 마들렌의 맛이 콩브레마을, 가족, 성당, 스완네 집 쪽과 게르망트 쪽의 산책 길 등 이 모든 것이 터져나오게 하듯이.
프루스트의 소설은 하나의 거대한 알레고리라고 할 수(p.45) 있으므로 이 책과 같은 또다른 방향의 해제가 없다면, 책장에서 누구도 불러주지 않는 꽃의 이름으로 시간을 죽이고 있을 프루스트가 떠오르는 것은 합당한 상상일 것이다.
어줍잖은 독후감이지만, 이를 통해, 이 책을 지나, 프루스트에 이르는 즐거움을 누리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