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돌리노 -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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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의 힘에 대해서 말하기를 상상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현실에서 상상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상상을 통해 현실을 창조해내기를 기대한다고 한다. 상업광고에서, 경영학에서, 자기계발서에서 이러한 상상의 몫에 대한 예찬은 그들이 우리였다면 입에서 단내가 났을 것이다. 진정 상상은 다시 현실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일까. 현실이 되지 못하는 상상들은 승자의 웃음 뒤에서 사라져간 패전병일 따름이던가, 무명의 잡초로서 생명의 시종을 스스로 그려낼 뿐이던가. 거대한 제국의 역사, 그 작은 틈새에 자신을 끼워넣고자 안달하며 자신의 연대기를 쓰고 있는 그는 중세의 뒤안길에 매몰될까 두려워 몸부림 쳤던 것이던가.  바우돌리노는 비잔틴의 역사학자 니케타스의 인정과 기록을 통해서 역사 속에 살아남으려 의욕했지만, 그것은 백주에 꾸는 꿈처럼 허망하게 되고 만다.

그렇다면 현실에 닻을 내리지 않은 것들은 언제나 불안한 얼굴로 세상을 마주봐야 하는 것이던가. 최소한 현실에 발을 묻고 사는 자만이 현실에서 죽을 수 있던 것이던가. 상상을 디딤땅 삼는 자의 발 모가지는 기어코 절단되어야 하던 것인가.  

지구둘레 : 약4만Km, 지구면적 : 약5.1억km²(154,275,000평), 빛의 속도 : 약30만km/s 

상상의 둘레 : 무한, 상상의 면적 : 무한, 상상의 속도 : 무한

현실을 버리라고는 말하는 사람이 없다.  현실을 잊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을 매트릭스가 오인했다고 일갈했던 장보드리야르는 현실은 없다고 말한다.  거짓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진실의 존재는 거짓을 등에 업어야만 하고, 거짓의 존재는 진실을 등에 업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결국 진실과 거짓은 태생부터 서로를 나누어 지고 있는 기적奇跡둥이와 같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의 니케타스를 만나기 위해 애걸복걸할 필요가 없다. 하나 하나는 하나 하나의 연대기를 만들어야 될만큼 대단하고 위대한 존재들이 아니던가. 우리의 의식이 사라진 후에도 위대한 존재가 있을런지 대답해줄 사람이 있었던가. 하찮은 이의 인식 속에서 위대함을 갖추는 것이라면 그것보다 재미있는 코미디도 따로 없을 것이 아니겠는가. 양피지에 적힌 사제 요한의 왕국에서 요한을 긁어내고, 우리들의 이름을 바우돌리노처럼 써 넣어도 좋을 것이다. 60세 중후반의 바우돌리노가 요한 왕국으로 다시금 떠난다고 하니 우리도 얼른 보따리를 준비하자. 

                                                                               - 요약 -

이탈리아 프리스케타 지방에 사는 갈리아우도의 아들 바우돌리노는 어느날 숲속에서 프리드리히를 조우한다. 탁월한 화술을 가진 바우돌리노에게 반한 프리드리히는 그를 양자로 맞아들이고 오토 주교의 수하에서 가르침을 받도록 허락하는데, 오토 주교의 평생의 바람이었던 사제 요한의 왕국의 발견과 신성로마제국의 견연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의 일생을 바친다는 내용이다.

상징과 알레고리의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일찍부터 꿰고 있던 바우돌리노는 성인의 발현이나 성물의 발견 등을 통해 어려움에 봉착한 프리드리히를 수차례 구해낸다. 실제 12세기 말부터 13세기까지 교황권은 최고조2)에 달했던 터라 교황과 알력이 심했고, 프리드리히의 삼촌인 오토 주교는 교황을 넘어서는 신권의 근원(王權神授)을 얻기 위해 모든 방법들을 획책한다. 그 중의 하나로 예루살렘을 넘어, 동방의 이교도로 둘러쌓인 곳에서도 빛나는 신의 왕국인, 요한 사제의 왕국과 관계를 맺는다면 그 어떠한 신의 권한을 부여받은 자(교황)보다 우위에 서는 권원으로서의 연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이를 바우돌리노의 희망속에 심어준다. 수십년의 시간이 흐른 뒤, 바우돌리노의 간청에 수긍한 프리드리히는 1189년 5월 제3차 십자군3) 출병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는 1190년 6월 10일 아르메니아 왕국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사망하고 만다. 그럼에도 바우돌리노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친구들인 시인, 보롱, 키오트, 보이디 등 12명으로 구성된 탐사단을 이끌고 요한왕국을 찾아 떠난다. 그러하여 부제의 나라에 이르지만, 훈족의 침입으로 요한 왕국으로 가는 걸음을 접고 비잔틴으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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