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없는 식사 -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가는 법
닥터 윌 콜 지음, 정연주 옮김 / 테이스트북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의 중요성을 잘 알고는 있지만 늘 어딘가 막연했다. ‘정크 푸드, 카페인이나 알코올이 들어있는 음료는 즐겨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신선한 제철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 정도면 충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된다’는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먹어서 어떤 ‘나’가 되어야 할지 그다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건강한 걸 먹고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지’와 같은 모호한 다짐뿐이었다. 


만약 “음식은 어느 쪽으로든 ‘작용’하기에 중립을 유지하는 음식은 없다”는 사실을, “내 건강을 개선하거나 악화시키는 음식이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음식과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어땠을까? “식사를 약처럼 활용하는 것”이 “건강 상태를 조절하고 건강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는 강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보다 건강한 식사를 위한 요리책이나 식생활을 제시하는 책을 종종 읽곤 하는데,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아가는 법’이라는 부제가 매력적이었던 <염증 없는 식사>를 최근에 읽고 난 뒤에 큰 울림을 받았다.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먹지 않아야 하는가’는 물론, 더 나아가 ‘나는 살아가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하는 보다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은 기능의학 전문의인 ‘닥터 윌 콜’의 저서인데, 나는 살면서 기능의학이라는 단어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책에 따르면 기능의학은 “기존 의학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건강 관리 방식”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건강과 웰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식이조절 및 생활습관의 변화로 만성질환을 관리하려는 접근이라고 한다. 


책을 펼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능의학’의 정의를 읽으면서 나는 이것이 어떤 의학적 접근법의 갈래라기보다는 삶의 태도나 양식처럼 느껴졌고 또 무척 공감했다. 비록 잘 실천하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 된다’는 말을 평소에도 마음에 새기고는 있기 때문이었다. 



“음식과 건강한 삶은 반드시 재미있고 신비로워야 한다”



<염증 없는 식사>에 따르면 불안이나 우울증, 피로, 호르몬 불균형, 자가면역질환 등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거의 모든 건강 문제가 본질적으로는 염증성이거나 염증 성분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나는 어쩐지 염증이라는 말을 들으면 여드름이나 고름 같은 것만 떠올리곤 했는데, 책에서는 염증을 신체의 “면역체계의 산물”이자 “자연스러운 방어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염증은 “너무 적어도 좋지 않지만 너무 많아도 좋지 않다”고도 덧붙였으므로 저자는 (책에서 비중있게 다루는) ‘제거 식이요법’을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어떤 음식과 행동이 나에게 염증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염증이 나타난 부위가 어디인지” 인식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고, 우리 몸의 모든 염증을 없앤다기보다는 적당한 상태의 염증만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로 이 책을 썼을 것이다. 


<염증 없는 식사>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은 염증 스펙트럼 설문지를 통해 본인의 염증 프로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자신의 위치를 알고 나서는 경미한 염증에 대처하기 위한 ‘코어 4 단계’ 또는 심한 염증이나 여러 부분에 걸쳐 있는 염증에 대응하기 위한 ‘제거 8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가이드를 제시해준다. ‘코어 4 단계’와 ‘제거 8 단계’는 각각 4주, 8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식이요법인데, 만약 회사를 다니고 있다거나 매 끼니마다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에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어릴 때부터 안팎으로 예민한 아이였기 때문에 왠지 여러 부위에 다양한 정도의 염증이 자리 잡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설문지에 응답을 했는데, 결과 역시 ‘제거 8 단계’에 돌입해야 하는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설 연휴를 앞둔 시기라 곧바로 엄격한 식이요법에 돌입하진 못했다. 그렇다고 책에서 소개된 내용이 불필요하게 여겨지진 않았다. 염증이 있는 부위에 적용해볼 수 있는 시스템 도구 상자들이 자세히 제시되어 있기에이 중에서 주의 깊게 대처해보고 싶은 염증 부위의 시스템 도구 상자를 활용해 내 몸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유의미할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염증 없는 식사>가 제시하는 음식 섭취 가이드라인이 유용하게 느껴질 수도, 엄격한 식이요법에 대비한 레시피가 유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내게는 이 책이 일상적으로 먹는 것들을 낯설게 바라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음식이든 생활습관이든, 우리는 주어진 것을 관성적으로 따라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어 무척 감명을 받았다.


단순히 내 몸에 맞는 음식을 찾는 여정을 기대하고 이 책을 펼쳐보았지만, 뜻밖에 삶을 대하는 태도나 철학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닥터 윌 콜이 제시하는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처방이 궁금한 사람은 물론 “내 몸이 특정 음식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 그리고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보다 주의를 기울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신성한 여정이므로 인내심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은혜를 베풀자.

내 마음에, 그리고 몸과 음식에 대한 스스로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자.

균형을 찾아가는 것, 이것이 인생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